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문학동네 시인선 101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문학동네 시인선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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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태준

1970년경북김천에서태어났으며,고려대국문과와동국대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시『처서處暑』외9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수런거리는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발달』,『먼곳』,『우리들의마지막얼굴』,『내가사모하는일에무슨끝이있나요』,시해설집으로『포옹』,『어느가슴엔들시가꽃피지않으랴2』,『우리가슴에...

목차

시인의말

제1부외할머니시외는소리

일륜월륜(日輪月輪)-전혁림의그림에부쳐
언덕
어떤모사
외할머니의시외는소리
저녁이올때
1942열차
그사이에
가을날
입석(立石)
골짜기
가을비낙숫물
나의쪽으로새는
휴일
알람시계
알람시계2
얼마쯤시간이흐른후에

2부흰미죽을떠먹일때의그음성으로

단순한구조
호수
사귀게된돌
여름날의마지막바닷가
사랑에관한어려운질문
우리는서로에게
지금이곳에있지않았다면
한종지의소금을대하고서는
염소야
동시세편
비양도에서
연꽃
종이배
유연(由緣)-돌무더기
유연(由緣)2-괴석
가을날

3부사람들은꽃나무아래서서로의콩트를읽는다

그위에
흰반석-무산오현스님께
불안하게반짝이는서리처럼
연못
일일일야(一日一夜)
꽃의비밀

바다의모든것
겨울바다
다시봄이돌아오니
액자
여기도시의안개
병실
샘가에서-어머니에게
절망에게

4부생화를받아든연인의두손처럼

어떤부탁-이상의집에서
단순한구조2
소낙비
새가다시울기시작할때
초여름의노래
석류
가을날
오솔길
나의잠자리
연못과제비
별꽃에게2
작문노트
검은모래해변에서
매일의독백
미륵석불
산중에옹달샘이하나있어

해설|숨결의시,숨결의삶
|이홍섭(시인)

출판사 서평

낮고,여리고,보드라운목소리로들려주는삶의물결과숨결
‘더할나위없음’이란바로이시집을말하는한문장이리라

문학동네시인선101번째시집으로문태준시인의『내가사모하는일에무슨끝이있나요』를선보인다.『우리들의마지막얼굴』이후삼년만의신작시집이자,문학동네시인선이100번을지나2018년들어처음으로독자에게건네는시집이다.유심작품상,미당문학상,소월시문학상,서정시학작품상,애지문학상등굵직한문학상으로작품성을인정받고,문학인들이뽑은‘가장좋은시’‘가장좋은시집’에나란히이름을올리며한국현대시단에서가장중요한작가로자리매김한시인문태준.화려한조명과관심속에서도자신만의속도와보폭으로우직하게써내려간63편의시를한권의책으로묶었다.이번시집에이르러더욱깊어지고한결섬세해진시인은한국서정시의수사(修士)라고말해도좋을만큼믿음직스러운시세계를펼쳐보인다.
문태준의시를따라읽어온독자들이라면이번시집의제목에조금은놀랐을지도모르겠다.한단어이거나짧은수식구조의제목만을가져왔던지난시집들과달리『내가사모하는일에무슨끝이있나요』라는문장형의제목으로찾아뵌터.그러나조금은낯설게도느껴지는이제목은더욱낮아지고,여려지고,보드라워진시인의목소리를반영한것이자삼라만상을‘사모’의마음으로올려다보는시인의시선을잘대변해주는문장이기도하다.시인의이런이행(移行)을‘변신’이라부를수는없을것이다.이것은오히려‘변화’에가까운것으로,그변화역시그의시를닮아하루해가변하며만들어내는하늘색,구름이만들어내는무늬,계절이바뀌어갈때물들어가는잎처럼천천하고자연스러운모습이다.지구가자전하는속도로,때로는공전하는속도로시인은완보하며,깊어지며,길어올린다.

“문태준의시를읽을때는마치숨결을엿듣듯,숨결을느끼듯해야한다.그렇게하지않으면,그의시는모래알처럼스르르손가락사이로빠져나가버리거나새털구름처럼허공에흩어져버리고만다.그의시는어린아이의숨결,어머니의숨결,사랑하는연인의숨결처럼맑고온유하며보드라운세계로열려있기때문이다.”
_이홍섭(시인),해설「숨결의시,숨결의삶」중에서

해설을여는이문장은문태준의시를읽는한독법을제안받는것이자,그의시를미리읽은한독자의삶이바뀐흔적을발견하는것이기도하다.시인의시를체험한독자역시시인처럼조심스러워지고,낮아지며,염려하는마음을갖게되어미래의독자에게‘숨결을엿듣듯,숨결을느끼듯’읽어달라고당부하게되는것.강요가아닌조심스러운요청.‘사랑’하는것이아니라‘사모’한다고말하는겸허한표현속에서우리는생을조금더음미하고,감각하고,예민해지라는시인의목소리를건네듣는다.섬세한읽기를요청하는것은섬세한삶을살기를요청하는것이며이는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순환하는것임을우리는이번그의시집에서실감할것이다.
시인은‘흰뼈만남은고요’처럼,아끼고아껴남겨놓은단어로시와삶을지어건넨다.때로그지극한무구와순수는동심으로가닿기도하는데,그가자주사용하는꽃,돌,물,산,해,나무와같은시어는우리가태어나처음으로듣고배운단어와도닮지않았는가?시인의순정한목소리를따라가다보면비워내고덜어낸자리에서솟아나는풍경을만나게될것이다.말이사라진곳에서오히려들려오는이야기들에귀기울이게될것이다.나뭇가지가조금만진동해도함께떨리고,부사하나에도깜짝놀라며,종결어미의변화에완전히달라지는뉘앙스를느끼는시인의경험은고스란히우리의체험이될것이다.

돌을놓고본다/초면인돌을/사흘걸러한번/같은말을낮게/반복해/돌속에넣어본다/처음으로/오늘에/웃으시네
_「사귀게된돌」에서

그래서일까?‘사귀게된돌’은이한권의시집처럼보이기도한다.작가의보폭과시선으로시를마주하자,종내이고요하고검박한시집이우리들에게미소짓는것을보게되는.무생물과생물의경계가사라지고,침묵과말의경계가희미해지고,시와삶의경계가사라짐을예감하게되는.‘더할나위없음’이란‘아주좋거나완전하여그이상더말할것이없다’는것을의미한다.여기,운문의정수를길어낸‘더할나위없는’시집이있다.조심스럽게연꽃색의시집을독자들에게건넨다.시집에귀를대면시인의심장소리가들리는듯도하다.떨어지는꽃잎의세기로,호수의물결이실바람에흩어지는세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