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非文)에서비문(碑文)으로
비문(悲文)에서비문(秘文)까지
몇번을고쳐써서겨우나의마음을표현한문장이문법에어긋나는비문의형태로만적힐때,그리하여사랑하는상대뿐만아니라누구에게도그의미를명확하게전달하지못할때,그때의절망과비참을어떤이는“나는나를생활했다”라고표현하기도한다.
_김나영(문학평론가),해설「투명하게얼룩진말」에서
이현호의시를이야기할때비문을빼고말하기란불가능에가깝다.“나는나를생활했다”라거나“나는너를좋아진다”(「말은말에게가려고」)와같은문장,“나는미래를기억하고있었다”(「명화극장」)같은비문들.“오래들여다보아도손댈수없는비문만이남을때”(「나라는시간」),“침묵이라는비문(非文)과침묵이라는귀신들의회화(會話)”(「눈[目]의말」)와같은구절을곰곰되짚어보면,시인에게비문은그저수사의한방법으로그치는것이아닌삶의태도이자불가능한글쓰기의한방식임을알수있다.
“매순간새로쓰는유언”(「마음에내리는마음」),“서로의눈동자가만가만들여다보며거기쓰인비밀한밤의문장들”(「눈[目]의말」)에귀기울이며시편을읽어나가는어느순간,비문(非文)으로밖에쓰일수없는문장은시인이남기고자하는단하나의문장일비문(碑文)임을,비문(悲文)으로밖에쓰일수밖에없는사랑의기억은시인의극도로내밀한문장으로출발했지만,그가우리에게건네는비문(秘文)이었음을알게될것이다.이현호는,이현호의시는우리가읽을가장아름다운구절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