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소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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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금희

1979년부산에서태어나인천에서성장했다.인하대국문과를졸업하고200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너의도큐먼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주요저서로는소설집『센티멘털도하루이틀』,『너무한낮의연애』,『오직한사람의차지』,『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등이있고,장편소설『경애의마음』,『복자에게』,중편소설『나의사랑,매기』,짧은소설『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

목차

체스의모든것_007
사장은모자를쓰고온다_039
오직한사람의차지_061
레이디_095
문상_131
새보러간다_161
모리와무라_193
누구친구의류_223
쇼퍼,미스터리,픽션_251

해설|백지연(문학평론가)
생의아이러니를응시하는심퍼사이저_275

작가의말_292

출판사 서평

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수상
김금희신작소설!

제62회현대문학상수상작「체스의모든것」,
제8회젊은작가상수상작「문상」수록

나는이작가가이제는잘쓰는작가에서신뢰할수있는작가로나아갔다는생각이들었다._윤성희(소설가)

표제작「오직한사람의차지」는아내와장인의눈치를보며힘들게1인출판사를운영하다사업을정리해야했던‘나’의모욕감과상실감을그린다.‘낸내’라는아이디를쓰는독자로부터책에대한때늦은컴플레인을받은‘나’는비밀스러운매력을지닌낸내를알아가며기이한활기를얻게된다.세속적인가치를추구하며사회에안착하고자하는아내와장인에게반감을갖고있으나그들의도움을받을수밖에없었던데자괴감을느끼던중,낸내에게“자기세계에대한충만과고독,그리고왠지모를열패감이뒤섞인이상한동질감”을느낀것.하지만낸내의정체가선명해질수록‘나’의마음속환상과낭만도한꺼풀씩벗겨진다.
이처럼김금희소설은느닷없이치밀어오르는기억과감정을끝내잠재우지못해자기발에걸려넘어지고마는애잔한인물들에게주인공의자리를내어준다.2017년현대문학상수상작「체스의모든것」은한번창피한일을겪으면집요하게그모멸감을되새기며자조와자학에빠지는‘노아선배’와,무신경함을가장한강인한자세로모멸을이겨나가고자하는‘국화’의대학시절교류를그린다.그들이각자의고집대로체스를두기위해대치하는모습은작가의사유를통과하며자신의신념을꺾지않으려는의지로확장된다.같은해젊은작가상을수상한작품「문상」은가까운이의죽음에서비롯된죄책감이폭력적으로발현되는장면을포착한다.그폭력으로인한상처를간직한‘송’은타인을위로하기위해떠난문상길에서자신의트라우마를조금씩보듬게된다.「사장은모자를쓰고온다」는예민한기질을지녔지만의외로여린마음으로누군가를짝사랑하는‘사장’과,사장의비밀을눈치채버린아르바이트생‘나’의교감이점차진해지는과정을따라간다.동조자의위치에있던‘나’가사랑이끝난후남은감정을이어받아완결시키는장면은깊은여운을남긴다.「모리와무라」의‘숙부’는다른가족들과달리정갈한태도를지키며살아왔지만왠지그에게는숨겨진일면이있을것만같아미심쩍다.소설은그런숙부가고독하게감당하고있던죄책감을드러내며,비정한생이결과적으로그를고통에서해방시켰다면그것은또다른형태의자비로움이아닐지묻는다.「레이디」는최선을다해서로를사랑하려한두소녀의맑은마음과,그시절순수했던만큼쉽게깨어져버리곤했던관계의‘기적같은불행’을하나의화폭위에절묘하게겹쳐보인다.
김금희의인물들이겪는동요는우리가살아가는한홀로감당할수밖에없는내밀한고통과합동처럼꼭닮았다.그러면서도소설이그리는내면의술렁임이더욱특별하게느껴지는것은,가히‘김금희표’라고명명할수있을만큼독특한개성을지닌인물들이발산하는매력덕분이자,그런인물들이자신만의생생한목소리로복합적인인간내면을차근차근이해해나가기때문이다.그렇게소설은얽혀있던감정의타래를풀어내독자와소설속인물을소통시키는심퍼사이저(sympathizer)의역할을충실히수행한다.그래서우리는김금희의소설을읽으며자신과타인의마음을한층명료하게들여다볼수있게된다.

상처에대한기억과그것을뛰어넘는현재의감정
우리가살아낸모든시간을긍정하는다정한문장들

2016년가을에발표된자전소설「쇼퍼,미스터리,픽션」을읽으면작가가지금까지소설쓰기를통해이루고자하는것이무엇이었는지확인할수있다.이단편의주인공이자소설가인‘K’는유년시절의상처를누구와도나누지않은채고립된삶을살아왔다.언젠가는그상처를소설로쓰고싶어흉터를헤집으며열의를불태우던그에게도해방과치유의시간이도래한다.영업이끝나가는야간시장에서자신의슬픔이시작된계기와맞닥뜨리게된K는“결벽과고통의기억을넘어삶으로잠입할수밖에없는픽션의운명”(문학평론가백지연,해설)을감지한다.이제그에게소설은자신이살아내고있는현재의삶속에서창작되어어떻게든현재에영향을미치는것이된다.
그래서김금희는과거의상처를미화하는대신그벌어진틈새를똑바로들여다보며,특유의다정한시선으로우리가살아온모든시간에담긴의미를찾아낸다.잊고싶었던과거와마주하는것을두려워하지말라고,우리가그려온궤적에는그렇게그려져야할이유가있었다고,그래야살아낼수있었다고작가는말한다.비록잃는것에점점익숙해져가는삶을살고있지만,매순간느껴지는이충만한감정만큼은오롯이우리의차지가아니겠냐고.이처럼김금희가한결같이전하고자하는것은생의의미를발견하고긍정하는메시지들이다.김금희의애정어린문장을통과하면우리의사랑스럽지않은모습마저도그저좋거나나쁘다고만평가될수없는,살아가려는의지의표현이된다.우리가듣고싶었던진정한위로를소설로전해공감하게하는일을작가는꿋꿋이수행해나간다.김금희가동시대독자들에게가장소중한작가가된것은그래서일것이다.

김금희의소설은관습적인서사를비틀어개성있는질감의이야기를만든다.삶과예술,과거와현재,기쁨과슬픔의경계를부드럽게허무는그의소설은‘지나간시대’를현재로연결하여생생한시대성을획득한다.‘이후’의삶을관심있게들여다보는이화법은세밀한공감자의시선을통해인간심리의세부를날카롭고섬세하게살핀다.그의소설에서이야기되는기억과애도역시현재를새롭게바라보는리얼리티를획득하는통로가된다.
(…)
과거의상처에붙들린인물들의고독한마음을읽어내는심퍼사이저(sympathizer)의시선은시대적상처를기억하면서도그것을뛰어넘는현재의감정들을창조한다.소설속인물들이속삭이듯이사랑역시그렇게무언가를견디고야얻게되는간절한이름으로우리의곁에다가온다._백지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