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은 장미

장미의 이름은 장미

$15.00
저자

은희경

1959년전북고창에서출생했고전주여고를거쳐숙명여대국문과와연세대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졸업후출판사와잡지사에서근무하였다.오늘을살아가는인간의고독과내면적상처에관심을쏟는작품들을잇달아발표하여젊은작가군의선두주자가되었다.등단3년만인1998년에『아내의상자』로제22회이상문학상수상하면서소설가로서확고하게자리를잡았다.한국문학번역원비상임이사(제4대,임기3년)...

목차

우리는왜얼마동안어디에_007
장미의이름은장미_077
양과시계가없는궁전_137
아가씨유정도하지_195

작가의말_251

출판사 서평

“누군가의왜곡된히스토리는장밋빛으로시작한다.”

나를잊기위해떠나온곳에서뜻밖에나자신이선명해지는감각
인생의가장예외적인시간이나에게남긴모든것

짧지않은시간동안관계를이어나가며서로에대해잘안다고생각하는두친구가외국이라는낯선공간에서꼼짝없이함께지내게된다면어떤일이일어날까.「우리는왜얼마동안어디에」는두인물이함께보낸나날을각각의시점에서팽팽하게다루면서각자가알지못하는서로의사정과그로인한오해를긴장감있게그려낸다.‘승아’는뉴욕에살고있는친구‘민영’의집에서열흘정도머물계획으로한국을떠나온다.주어진조건에순응하며지내온지금까지와는다르게살기위해충동적으로떠나왔지만막상도착한민영의집은기대와는달리한눈에도낡고오래된모습이다.게다가주위에는하늘을찌르는빌딩숲도없고사람들의차림새도뉴요커와는거리가멀다.이런상황에서승아는민영을위해애써집안을청소하고해독주스를만들지만민영은고마워하기는커녕불쾌한기색을감추지않는다.그모습을보며승아는생각한다.“도대체뭐가문제일까.(…)쟤는어쩌면저렇게변함없이자기위주일까.”(67~68쪽)
「장미의이름은장미」의주인공은이혼을하고홀로뉴욕으로떠난마흔여섯의‘나’와그녀가어학원에서만난세네갈대학생‘마마두’이다.마마두는수업시간에거의말을하지않고누구와도잘어울리지않지만‘나’는그런마마두와종종짝을이루게되면서조금씩가까워진다.성별도국적도나이도다르지만,한국에서와달리영어를통해분명하고직관적으로말할수있다는점때문에‘나’는마마두와대화할때면묘한해방감을느낀다.어학원프로그램이몇주남지않았을때,‘나’는마마두와처음으로함께학교밖으로나가식사를하기로한다.하지만따가운햇살에불쾌해졌기때문일까.평소와다름없는마마두의모습이그날따라‘나’에게어딘지불안하고어리숙하게느껴지고,그와의첫나들이는삐걱거리기시작한다.
하지만두작품모두오해에서촉발된서로의다름을확인하는데서그치지않는다.「우리는왜얼마동안어디에」는갈등이점차고조되어가는상황에서승아와민영이나란히앉아이스트강을바라보는모습을옅은온기를담아비추고,「장미의이름은장미」는마마두와의시간을꼼꼼히되짚으며마지막수업에서그가나직한목소리로낭독한,서로가함께하는미래의한장면을삽입해놓는다.「장미의이름은장미」의가장아름다운장면중하나일그대목은‘나’와마마두가서로로인해상처받았던순간을서둘러봉합하지않으면서도미래에대해상상하는일이부질없다고여기던‘나’의마음에작은파문을일으킨다.
「양과시계가없는궁전」과「아가씨유정도하지」는각각글을쓰는인물이등장한다는점에서타인과언어에대한민감함을날카롭게드러낸다.뒤늦게예술대학의극작과에진학해극본작업을하는「양과시계가없는궁전」의‘현주’는올해로네번째미국에방문한참이다.그렇게정기적으로미국에올수있었던데에는삼년전여름처음방문했을때사촌언니를따라피크닉에갔다가만난‘로언’의영향이있다.중학생때이곳으로유학온로언은그날피크닉에서현주에게다정하게말을걸며스스럼없이굴었다.그러나시간이지난지금,본격적으로영어를배우지않는현주가불만인로언은친구들과함께하는자리에서도현주를배려하지않는다.그렇지만현주는로언의친구들과만나는자리에빠지지않는다.누구를주인공으로할지는아직결정하지못했지만로언의친구들에대해써보기로마음먹었기때문이다.하지만로언과의사이가전과같지않고코로나19로인해이방인을대하는태도가날카로워진지금,친구들과의모임으로향하는현주의마음은한껏예민하고굳어있기만하다.
「아가씨유정도하지」의‘나’는오십대의소설가로문학행사의일환으로뉴욕에간다.평소‘나’가작가라는사실을그리자랑스러워하지도않았고자식들일에간섭하지도않는팔십대의어머니와동행한채.어머니와닷새동안의일정을함께해야한다는생각에‘나’는마음이갑갑하지만막상도착한뉴욕에서어머니는능숙하게행동한다.게다가어머니는‘나’의낭독회에서만난고학생교포‘에이미’와같이뉴욕을관광할계획까지세운다.어머니는대체왜이곳에오고싶어한걸까.도무지짐작이되지않는가운데‘나’는우연히어머니의캐리어에서아주오래된항공우편을발견한다.어머니의이름인‘최유정’이수신인으로적힌그엽서는육십년전쯤에미국땅을밟은청년이보내온것이다.다음과같은내용과함께.

“지난주말에는코니아일랜드라는곳에갔습니다.정녕이세상이아닌것같았습니다.그풍경을도저히편지에담을수가없군요.언젠가는꼭나의유정한사람과그해변을걷고싶다는꿈을갖게되었습니다.”(232쪽)

어머니가이곳에그토록오고싶어한이유는아마그편지때문이리라.육십년전청년의바람대로그와함께코니아일랜드를방문하는일은일어나지않았지만어머니는그바람을지금이나마이루려는게아닐까.언제나냉정하고독립적으로만느껴졌던어머니가그순간‘나’에게다른사람처럼보이기시작한다.그리고이는자기검열과객관성을엄격하게유지해온은희경소설이드물게인물들의감정을풀어놓으며우리를뭉클하게만드는대목이기도하다.이또한우리가알고있던기존의은희경과는다른새로운모습일것이다.
누구보다‘관성적인해석틀’에갇히는것을경계하며예민한관찰력으로우리를둘러싼세계의복잡함을세세히살피는은희경에게어쩌면‘뉴욕’은그의소설과가장어울리는장소인지도모른다.은희경의인물은낯선곳으로떠나는걸두려워하지않으면서타인을통해스스로를되비추는유연함을지니고새로운곳으로향한다.여전히엄격하고날카롭되“희미한슬픔과그리고우정”(185쪽)이라는,타인을향한뜻밖의감정을품고.



세계를이루는비밀과오해,그로인한사람사이의고독과삶의모순을은희경만큼서늘하고예리하게꿰뚫어보는소설가가많지않다는건오랜애독자로서익히알고있었다.하지만뉴욕을배경으로하는네편의소설을읽으며나는새삼놀랐다.여전히빈틈없고정확한그녀의소설을읽고난후일렁이는감정의잔상들때문에먹먹해질줄은몰랐으니까.은희경은어떻게매번스스로를이렇게갱신해나갈수있을까?은희경의이름은은희경.어떤수식어로도가둬둘수없는작가.끊임없이자신의세계를확장해나가는은희경이오늘다다른우주는깊고아름다워감탄하지않고책을덮을도리가내겐없었다._백수린(소설가)



지난이년동안쓴소설을책으로묶는다.나의열다섯번째책이다.그런데왜새삼스럽게서툰마음일까?꾸준히해왔던일이고앞서책을낸지도얼마되지않았는데,왜굳은얼굴로바지에손바닥의땀을문질러가며이글을쓰고있는걸까.불현듯답을알것같은기분이든다.이소설들이나의편견과조바심을자백하는반성문인셈이라서내가용서받을수있을지없을지긴장하고있는듯하다.애써내가아닌척했지만네편의소설모두에내독선적진지함의동선이그대로보인다.
하지만언젠가썼듯이나는소설속인물들이위축되고불안한가운데에서도스스로를방치하지않으며타인에게공감하려고애쓰기를바랐다.고독속에서연대하기를바랐고.그러니이반성문을쓸때의내가진심이었기를,그것이삶과책의판관들에게무사히전해져내가사면을받고,쓰는자로서더자유로워질수있기를.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