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자유와 실의 필추

사의 자유와 실의 필추

$13.00
저자

김재흥

저자:김재흥
천에서출생
서울용산고등학교졸업(1967)
부산해양대학졸업(1972)
미국이민

목차

1968_또다시또다시
110
1968년10월31일(목)am312
좌우명(座右銘)15
1968년11월1일am5시16
1968년11월2일(토)새벽18
망각(忘却)20
1968년11월4일(월)24
1968년11월5일(화)26
1968년11월6일(수)28
1968년11월7일(목)맑음30
1968년11월8일(금)32
1968년11월9일(토)눈34
1968년11월10일(일)35
1968년11월11일(월)37
1968년11월12일(화)맑음39
1968년11월13일(수)맑음41
준수로부터편지43
2-회고(回顧)45
1968년11월21일(목)맑음47
349
1968년11월22일(금)맑음,안개51
4-출발53
1968년11월23일(토)55
1968년11월24일(일)흐림57
1968년11월25일(월)맑음59
1968년11월27일(수)61
1968년11월28일(목)맑음63
1968년12월1일65
1968년12월5일67
569
1968년12월22일71

1969_푸르르고싶은시절
아마음을74
1969년2월25일(화)76
778
1969년3월3일(월)80
1969년3월4일82
1969년3월5일(수)84
1969년3월6일(목)86
1969년3월7일(일)88
8-침묵89
9-고소(苦笑)90
10-고독(孤獨)92
1193
12-실제(失題)95
1969년5월8일(목)97
1969년5월9일99
1969년5월19일100
응분(應分)101
푸르르고싶은시절103
극기(克己)104
1969년5월23일그105
1969년5월30일흐림107
1969년6월5일흐림109
회고110
1969년9월8일117

1970_붉은태양의서광속에
13-회고120
인간은내일에산다122
1970년1월19일맑음124
소고(小考)126
절제와현실127
1970년1월26일맑음128
1970년1월27일(화)130
1970년1월28일131
1970년1월29일132
1970년2월1일133
생각하는갈대135
종살이에서우려138
1970년2월1일140
1970년3월11일141
1970년4월21일(화)맑음142
이순간부터FromNow144
1970년4월24일146
1970년4월28일148
1970년6월8일맑음149

시&수필가로수
가로수152
등대155
화단157
나의처세론-쇼펜하우어의'처세론'독후감159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가로수>

4월의늦봄이초여름을알려주듯이제는제법옷에무게와따사로운햇볕으로해서한낮의발걸음이짜증스러워지고있다.
이제는별로신경이쓰이지도않게되어버린고층빌딩들이틈만있으면솟아나는서울의낮거리는자동차의매연과오랜가뭄으로인해호흡을가누기힘들게하는적이한두번이아니다.
이렇게분주하고어느한곳시선이막힘없이한껏쭉뻗어나갈곳이없이되어버린비좁은서울거리에서는따가운햇살이내리쬐는낮시간에는잠시라도쉬어갈그늘을늘찾게되곤한다.
아직희미하게기억되는어린시절,더운여름날꼬마들과노변(路邊)가로수밑에서딱지치기등숱한놀이를숱하게많이했다.또나무로지지해놓은바구니밑에쌀을뿌려놓고참새를잡겠다고대어들던일들.
그런데이런놀이가너무짧은세월동안너무나먼옛날이야기가되어버린것만같은기분이다.
풍성한오뉴월의가로수나뭇잎속에서지저귀던통통하게살진참새들을이제찾아보기란정말힘든일이되어버렸다.
어린이의입에오르내리던참새는이제거의우리의귀에는새로운단어인양들려오는것이상례(常例)이다.
발달된문화와기계문명이우리인간의마음자체를살벌하게해준대가라고밖에는생각할수없다.
하지만더욱더기계화된문화국이라는선진국을담은사진과그림속에는그들이숱한짐승들과어울려아주재미있게평화로운분위기속에서즐기는건흔한풍경이다.물론그들은우리보다는안정된생활속에서여유있는삶을즐기는것은너무나도잘알고있는사실이다.그러기에그들은우리처럼그렇게똑같이참새사냥에나서지않아도살아갈수있는것또한자명한일이다.인정많고자연을사랑한다는우리나라에서그렇듯참새잡이를한사실에한번또놀라지않을수없다.
어린이의나무새총은차라리애교스러운정도이다.묵직하고겁나는사냥총이등장한건적지않은세월이기는하다.어린이의나무새총에재수없이얻어맞아한둘떨어지던참새들은사냥총의위력에는힘없이우수수의좋게이세상을함께하직하게되어버렸다.이제는이땅에서는몸둘곳을찾지못하게되어버린모양이다.
우리에게가로수의가지속에서혹은뜨락에서햇살밝아오는아침이면운치있게재잘대던참새들을이제는아주보기힘들어지고있다.
사냥을즐기는친구들의이야기를들으면참새를잡으려면이제는꽤깊은산속을뒤져야한다고한다.
가뜩이나문명의행패속에서무감각하게되어버리고워낙이나바빠진우리들의생활에서이제무성한가로수의나뭇잎속의참새들을귀찮은존재가되어져버렸는지는모르겠다.
때로오뉴월의가로수는문득바라보느라작열하는태양의햇볕에서힘에겹게보이는나무들이벗없음을서러워하는것같은표정을보는듯하다,
이제뻗어가솟아오르는고속도로와고가도로의길섶에서있는가로수에서향수를찾기에는너무도무감각한우리들의마음이기는하지만때로는이도시의개화된분위기속에서자연의운치를즐길수있는여유를가질수있도록되었으면하는마음금할수없다.

<등대>

어둠의아우성속으로
줄무늬져간
등댓불한가닥

외로움등진
나그네의호소인양
마냥
애처로움만낳고

돌풍(突風)속에앗긴
무수한영들은
종내못다한삶이
흰구름어렴풋이비추이고

짓궂은심술에
조각진
뭍여인(女人)의꿈을
서글피되안겨주고

이끼낀
암초위의퇴색한
등대는
따가운햇살속에
초라하기만하다

붉게충혈된
눈들은
희미한등댓불에
차가운키를
더듬어잡는다

등대
너는숱한사연의
증거자여라
아니
묵묵한침묵자여라.

<화단>

5월을막앞둔한낮의햇살은마냥눈부시기만하다.
하루하루의생활을그저메우기에지친나는방안의갑갑함을견디다못해마당으로내려섰다.
기다리기에는지친나는우체통을열기마저도짜증스러워졌다.하지만또열어보았다.
오전11시(時)가지났으니우체부가다녀갔을시간이다.또보기흉한녹만이눈에띌뿐텅빈편지통이다.꽝소리가나도록닫아버렸다.
큰소리라도쳐봤으면하고생각해본다.
기지개를쭉펴본다.한결속이후련해진기분이다,
시선이떨어진곳에삭막한화단에한두줄기파랗게솟아오른백합싹들이눈에들어온다.오랜셋방살이끝에오래간만에갖게된우리집화단이다.제법희망에차양쪽담밑의합쳐서2평남짓화단에흙을떠와조금돋우고꽃씨들을사다가뿌렸다.
그때가식목일이었으니까.지금쯤은싹들이한참커야할때이다.한데길쪽화단은그래도햇볕이오랜시간비추는탓으로가느다란새싹들이보기에도가냘프게빽빽이나왔다.헌데옆집에접한화단은햇빛을별로받지를못한탓인지백합싹과한두개의싹이겨우비집고나왔을뿐이다.똑같은시기에똑같은씨를두곳에나누어심었는데이렇게차이가난것이다.
무언지모를것이가슴속에느껴졌다.
왜?
오늘부터는옆집에접한꽃밭에많은물을뿌려주기로했다.그곳에묻혀있는씨들에게미안한감이들어서이다.언젠가는그들이솟아주어야할텐데하는걱정이왜그런지자꾸확대되어온다.

<나의처세론>

-쇼펜하우어의‘처세론’독후감
고등학교시절부터조금씩수박겉핥기식으로취급해오던철학에나는은연중에퍽호기심이가고꼭해보고싶은학문이다.
그런데어제막상철학의문턱에서보는나로서는처음읽게되는쇼펜하우어의<처세론>에무척기대를하면서한문장문장을조심히읽어나갔다.
막상몇page읽은첫느낌은생각보다평이한문장으로되어있었다.책머리말에서도언급된,이것이쇼펜하우어의특징이로구나,라고생각했다.
철학서적을단지한번읽고나서소감운운(云云)하는건어찌생각해보면주제넘은일인지도모른다.또나에게도힘에겨운일이다.무모한짓일것으로생각이되지만그런대로대충하나의나를키우는끈이라생각하고소감을적어본다.
전반부를쭉읽어나가는동안은모두가새롭고청신감을주어읽기에별로힘들지않았다.그러나전반부를읽고난뒤에내뇌리에남은건‘자신’‘고독’이란두낱말뿐이었다.
“우리들의행복에이바지하는대부분은사물에서비롯되기보다오히려자신에게기인(起因)되는것이다.”로시작되는참된자아에대한그의지대한이론은언제부터인지내가항상(게르로토루스의인용문)을문제핵심으로생각하게된뒤에갖는세세한이론이기에무척반갑고관심이커갔다.
“옥같은환경속에서인간들은그모두각기그들의꿈에잠겨만족도하고회의를품기도한다.그러기에나는행복된생활속에서살아가는첩경은나자신의마음을가다듬는것이될것이다.”
인간의행복은외부적요건을받아들이는감각자의감각즉자신의참된자아에달린것이다.행복을느끼기위해서는자신의인격을길들이고닦아가는길밖에는없다.인격은인간자신의선택문제가아니고자연,신이부여해준불변요소이다.
고로고도의인격을부여받은자들만이참행복을소유할수있다.그리고대개의인간을백설하여드러내보이면하나의우물(愚物)에지나지않으며백의하나도되지않은정신력높은인간을접하는것은무척힘든일이므로인격높은자(者)는인간을정할때불호를느낄수밖에없으므로해서그들대개는고독을찾게된다.
‘고독’은자신을가장적나라하게접하게해주는첩경이고,자신의사고를결코아무런장애없이마음껏즐길수있게해주는통로이다.사교(社交)를통한모든인간관계는대개만족보다는불쾌감을안겨준다.즉‘고독’은참된자아를성장시켜주는첩경이며높은지력을가진자들이행복을찾을수있는또유일한수단이다.
그러므로우리인간들은우매한속물들속에서무엇을기대하기보다는인격을키우고참된자아를즐길수있는혼자만의시간을,고독을갖는것이보다나은행복한생활로이끌어줄것이라고이야기하고있다.

계속해서읽어나가는동안의기분은무척착잡하였다.그의이론에어떤반박할수있는요소를찾아내지못한데대한안타까움에서일것이다.
그는계속펼쳐진이론속에서어디까지나정신력높은자(者)들만이행복을느낄수있는특권자로이야기하고있기에평범한인간인그이말을빌리자면단지하나의우물(愚物)일수밖에없는자신의무엇을알아듣고이해할수있을까싶었다.천부의인격을좀개조할수없는것일까하고궁리를하는도리밖에는할일이없었다,
중반부로접어들면서부터는물론인간적인습성이오는것을무시할수는없겠지만,어쨌든일관해서느낄수없었던것은솔직한표현을빌려한마디로말한다면지루함과권태로움이었다고할수있겠다.
반복되는평범하고무변한사상성이나문체에서보는것이라생각되는데이러한감은일컬어양서라하는고전을읽을때에내가항상느낄수있는공통성은예외없이책에서도느낄수있었다.
물론이책이내가읽어나가거나그것을인식하여내것화하는데에소비한노력이힘에겨워진탓이라고만은생각하고싶지않다.
어떻게생각하면내가그러한명성있는양서들을대할때갖는기대라항상아직부족한자신의지식(智識)으로인해잘못왜곡된것인지는모르겠다.
평범속에진리가있다고하는말이있고또무슨말인지도알지만한마디로말해심오한그어떤것을이책에서찾아낼수없었던것이퍽이나아쉬웁다고느껴지는것은어쩔수없다.하기야순수철학적인인만구성되어진것이아닌처세론이기에그렇게쓴지알수없으나지극히평범하고수학공식적인이야기들밖에는내마음속에받아들여지지않는다.
처세란것은어디까지나어떤면에서는자신의철학이라해도좋을,자신의신조를책속에행하는각인의행위라고생각하면아직이렇다할철학사고가성장치못한내가그철학의진가를대하고싶은마음으로이책을대한것이가장잘못된요인의하나이리라고생각도해본다.허지만나와같은젊은이에게는이러한예술적인어떤사항을요목조목들어수학의증명하는것같은인상을주는처세론보다는좀더순수한철학에자신을이끌어드리는것이훨씬좋았으리라생각이다.
또처세론속에서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느낄수있는모순성을보이는듯했다.하기야어디까지나세상을살아가는방법이니까.그때그때사정에따라처신하는것이많은것은사실일게다.하지만한예를들어같은타인(他人)대한처세론에서(31)과(37)에나온것은좀지나치는데있다.
(31)에서‘남은자기의거울이며,이거울에이해서만자기의모든부정,결함,악습및죄악을분명히느끼게되는것.’이라고이야기하면서우리들의결함과거동을고쳐나가는한수단으로서남들의거동과그들의모든행동을냉혹하게비판하고엄한마음의자세를갖도록촉구하고있다.
반면에(37)에서는‘자신의모든행위에대하여는결코남을본보기로하여서는안된다.’하고이유로는사회적인환경과처지및각인의성격의이질성(異質性)을들고결론적으로어디까지나자기자신의본성에입각하여사리(事理)판단을잘해독창적인행위를할것을이야기하고있다.
그런데전자에서는남을본보기로하고후자의경우에는그것을방지하고있는것이어딘가아이로니컬하게들려진다고할수밖에는달리표현할길이없을듯싶다.
인간자체가모순덩이요천박하고사리사욕적인요소라고이책에서이야기해오고있는작가의견해를모르는바는아니지만말이다.
때론지나치게우리를비굴하게이끌어가게하는것같은느낌도있다.우리속담에도‘똥이더러워서피하지무서워서피하느냐’는식의것이있기는하다.하지만이처세론속에서인간을하나의오물시하고그저그것이가장잘융화,화합하여살아가는길을그것의외면내지는무시로넘기게하도록전수하고있다.
이점에서쇼펜하우어는그스스로가정신력높은하나철인이기전에인간인것을망각하고있는듯한인상을강하게주고있다.
철인누군가가초인(超人)주의를부르짖었다고하는말을들은기억이있다.이처세의글역시우리를평범한인간에서다루는게아닌초인교육을한다는듯한냄새를풍긴다.
우리생활속에진실을불어넣어주고,우리인간의개화되지못한정신면을계몽시켜주는것이어떤경우에서는철학의가장큰사명이아닐까생각하는나로서는퍽이나섭섭한마음을금할수없었다.
쇼펜하우어는염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