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라 불러서는 안 돼요 - 시작시인선 494

저녁이라 불러서는 안 돼요 - 시작시인선 494

$11.00
Description
장유정 시인의 시집 『저녁이라 불러서는 안 돼요』가 시작시인선 049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그늘이 말을 걸다』가 있다.

해설을 쓴 조동범 시인은 장유정의 시 세계에 대해 “낯익은 듯 낯설고 낯선 듯 낯익은 언어 체계 위에 구축된 아름다운 혼종”이라고 상찬하며, 그의 시적 개성을 자크 데리다의 비평 용어인 ‘차연’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차이를 통해 의미를 지연시키”는 ‘차연’처럼, 시집 『저녁이라 불러서는 안 돼요』에서는 “한 편의 시 속에 혼종성을 교차”시키며 의미가 발현되는 동시에 “개별 시편 사이의 차이와 다름을 통해” 의미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처럼 장유정의 시는 “자연과 도시, 서정과 서경을 횡단”하며, “익숙한 자연으로부터 도시적 감수성을 전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서정의 영역에 비극적 근대를 결합”해 낸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다양한 삶의 갈래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지는 순간을, 장유정 시인은 빛나는 언어로 포착해 내고 있다.
저자

장유정

저자:장유정

2013년《경인일보》신춘문예당선으로작품활동시작.

시집으로『그늘이말을걸다』가있음.

제19회수주문학상수상.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횡단보도는13
극棘14
고요를받치다15
이태원16
와인감식가18
뱀이나갔다20
키다리아저씨22
외과의사B23
수유나무24
우울씨의낭만적시간26
기억의복구28
타지마할가는길30
옮겨다니는공터32
푸른빛은뾰족하다34

제2부

목을길게빼고37
접목38
시계꽃240
저녁의서랍42
신발들43
가죽나무44
구름의눈빛46
에어캡48
집의수첩50
거울의성52
일요일54
혀56
무한58
도매상60

제3부

메밀국수65
풀들의시차66
색실누비68
남향을골라창문을단다70
사월72
로켓74
누에76
다크서클78
기린이걸어나왔어80
피항지82
지진어84
침몰하는도시86
오징어다리는몇개일까88
빵하나90

제4부

유예93
얼레빗94
헤링본풍으로96
일찍핀꽃잎들이흩날리는정오이지만98
대야미100
바람을테이핑하다102
역류104
여러번말했으나한번도말한적없는106
틸란드시아108
피어라,장미110
하늘식탁112
발레리나114
붉은손116
cancan118
그가돌아왔다120
목독木牘122
오래된노래124

해설
조동범숲과어둠과몰락이후를횡단하는혼종의언어125

출판사 서평

추천사

장유정의시는자연과도시,서정과서경을횡단하며그것을하나의영역으로수렴하고자한다.일반적으로시인이자연을노래할때그것은서정의양상으로발현하며우리에게익숙한세계를제시하는경우가많다.하지만장유정시인은익숙한자연으로부터도시적감수성을전개하기도하고서정의영역에비극적근대를결합하기도한다.낯익은듯시작된시적세계는우리를어느새낯선지점에부려놓는다.그런데장유정시인이중첩시킨시적세계는단순하게낯선것을열거했다기보다그것의결합을통해특별한효과를노린것으로파악할수있다.그리고그러한방법론은혼종성의세계를형성하며장유정시의개성을만들어낸다.
―해설중에서

시인의말

몇번의봄
뾰족하게돋친촉
바람에흔들려도
발바닥,손가락
어떻게생각하면
모든시작詩作은
너무이르거나
너무늦은일이라서
내가당신을기억하는뾰족함이
헛것이아니기를
둥근눈으로
물고기가물결을가르는정오입니다
기억하겠습니다.
2024년1월

책속에서

<목독木牘>

숲안쪽딱딱거리는소리가나무에붙어있다
날카로운부리가들어있는소리
소리는점점둥근모양으로변한다
둥근구멍을내는소리의모양을보고들었다
나무의한쪽을헐어내는작업
가지마다돋아나는획같은나뭇잎들이떨린다
긴부리를넣고다니는날개의공구통

그늘천막이펼쳐놓은나무둘레에
흰목질의파편이쌓여간다
지금느티나무에딱따구리의서각이한창이다
나무한그루에서둔탁한소리들을다빼내고나면
그자리에부드러운둥지가들어설것이다
공명으로파놓은둥근집

서각은나무의공명만남겨놓고옆의표면을긁어내는일이다

훗날나무에귀를대면털없는허기가들릴것이고
더훗날새끼들다날아가면
구겨지지않는흰목질에조류의문자가새겨져있는
나뭇조각들이낙하할것이다

부리로새긴목독木牘
저소리다그치면글자들은조용한페이지를얻는다
딱딱거리는비문
나무의목덜미에는흰색의눈썹무늬의문양이
고여있는바람의소리로새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