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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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초 직업 서사의 기원과 진실을
사회구조 차원에서 집요하게 밝히다
거미줄처럼 투명한 억압으로 여성을 에워싼 폭력을 해체하고
숨 쉴 곳을 찾아나선 전현직 여초 직군 여성들의 일 경험 이야기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작가) · 김희경(『에이징 솔로』 저자) 추천

지금까지 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선택’했을까? 사회/젠더 전문 기자 이슬기와 교사 출신 작가이자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가 여자들이 갖기 좋은 직업의 세계에 진입하였다가 알을 깨고 나간 이들의 경로를 연구한 다학제적 결실을 내놓는다. 이들 연구의 스펙트럼은 유년 시절 교실 뒤에 붙어 있던 직업 포도송이로 거슬러 올라가 2023년 가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여성 종사자가 남성 종사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여초 직업이라 일컬어져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직군에서 왜 여성들이 많이 일하게 되는지 진로 선택 단계부터 가해져 온 억압의 기원을 파헤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여자가 갖기 좋은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포장되어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가 진정으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었는지를 과거와 현재에서 서로 공명하는 퇴직/재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끈질기게 추적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서현주는 당사자로서 교직 생태계의 부조리를 폭로한다. 한편, 9년 동안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지면에서 사회문화의 경계와 여성주의 혁신을 탐사해 온 이슬기 기자가 교사 자살과 태움 등 여초 직군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유인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서 찾는다. 두 저자는 교권 보호 4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폐기 사태, 유보통합 등의 법안 동향 분석과 향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에 녹여 냈다.

진로 선택에서 퇴직까지 여성의 전 생애에 도사린 돌봄의 의무와 사회적 기대
여초 직장인의 A to Z를 치밀하게 연구해 기록한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

저자들은 당사자성에서 출발해 주된 학업 성취와 진로 선택이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유독 ‘교사’와 ‘간호사’가 추천되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IMF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고용불안의 강한 영향력 아래 성장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생 여성들은 교사 혹은 간호사의 직업적 가치가 가장 높았던 교실에서 직업적 안정성을 위시하여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방학과 유급 휴직이 보장되는 교사와,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으로 재취업이 용이한 간호사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주로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에서 자유로운 직종이었다.
또한 이슬기 저자는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를 통해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와 승진에서 누적된 격차가 생기는 현실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가정과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비춰보며 한국에서의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 기혼 여성에게 작용한 핸디캡뿐 아니라 미혼 여성인 ‘딸’에게 가해졌던 과도한 사회적 기대다. 직장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유독 남편보다 가정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온콜on-call’ 상태가 요구되는데, 딸들 역시 그랬던 것이다. 게다가 딸들은 그들의 남자 형제였던 아들들에 비해 재수 입시 기회와 교육비 등 생애 주기에서 가장 주요하게 지원받아야 했던 경제적 자원은 물론, 부모의 지지나 격려와 같은 긍정적인 환경을 포괄하는 정서적 자원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상한선을 제한당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화되는데, 지방 여성들의 경우 입결이 더 높은 곳에 합격했음에도 출생지가 아닌 타 도시 소재의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진학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타 도시 소재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모의 압력으로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학을 택해 보육교사로 진로가 좁혀진 수정의 사례는 많은 지방 여성들이 가장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른 일을 꿈꿨고, 더 잘하는 것이 있었던 여러 인터뷰이들의 입을 통해 증명된 이른바 ‘가성비’ 서사다. 또, 그렇게 가성비를 따져 여초 직장으로 진입한 이들이 일터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부여받아야만 했던 여성들의 연결되는 미시사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작가는 여성 비율이 94.6%에 달하는 ‘여초의 세계’다. 인터뷰이 한별과 승희, 현제는 작가가 가족 구성원처럼 젠더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방송 현장을 떠올린다. 학교에서도 여성들은 교사의 수많은 업무 중 ‘돌봄’의 의무를 전담하고 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에 젊은 여성 교사들이 배정되는데, 이에는 엄마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용변 후 뒤처리, 급식 지도, 머리 묶어주기 같은 보살핌부터 정규수업 외에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교실 행정 업무도 여교사들 몫이다. 이는 학교폭력이나 과학 및 정보, 체육 교과 관련 업무를 남성 교사가 담당하는 현실을 함께 살펴볼 때 교사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에 관계없이 젠더에 따라 업무분장이 이뤄지는 학교의 실상을 노골적으로 말해준다. 가정에서 딸이나 아내의 역할을 수행해 온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이행하며 이중적인 억압을 감당해 나가야 했다.

저자

이슬기,서현주

저자:이슬기

글쓰고말하며사는기자,칼럼니스트.1988년대구출생,창원출신.한양대정치외교학과를졸업했다.《서울신문》에서9년간사회부,문화부,젠더연구소기자로일했다.현재는프리랜서기자로《오마이뉴스》에〈이슬기의뉴스비틀기〉를연재중이다.여성의눈으로세상의행간을읽는일에관심이많다.



저자:서현주

작가,성교육활동가.1985년서울출생.청주교육대학교를졸업하고2009년부터2022년까지서울초등교사로재직했다.지은책으로는『내아이를지키는성인지감수성수업』,『오늘의어린이책』시리즈(공저)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의원면직합니다―현주
당신근처의,가장가까운레퍼런스―슬기

1장우리는왜여초직업을선택했을까
1.내가교사를택한이유―현주
2.‘K-도터’들의착한선택―현주
3.좌절당하는여성의욕망―슬기
4.‘여자하기좋은직업’은왜따로있을까―슬기

2장여초직업의기쁨과슬픔
1.나는왜여교사로살기를포기했는가―현주
2.여초직업의열악한현실―슬기

3장경직된시스템안에서부서지고있는여자들
1.교사가교육할권리,어떻게침해되고있나―현주
2.간호법과유보통합―슬기
3.노동을바꾸는여자들―슬기

4장알을깨는여자들
1.불합리에맞서,혹은비껴서산다:소민,도도
2.전직을밑거름삼아창업에나서다:주영,은지
3.취미로만그렸던그림,업이되다:규아,원진
4.팍팍한현실속,나를보듬으며사는법:승희,수정
5.프리랜서‘N잡러’의삶:미나리,채운

에필로그
또하나의‘알깨녀’,나를인터뷰했다―현주
‘직때녀’를쓰다직때녀가되었을때―슬기

출판사 서평

진로선택에서퇴직까지여성의전생애에도사린돌봄의의무와사회적기대
여초직장인의AtoZ를치밀하게연구해기록한본격여초직업르포르타주

저자들은당사자성에서출발해주된학업성취와진로선택이이뤄지는청소년기에유독‘교사’와‘간호사’가추천되었던사회적분위기를면밀하게분석한다.IMF사태로인한경제위기로고용불안의강한영향력아래성장한1980년대에서1990년대생여성들은교사혹은간호사의직업적가치가가장높았던교실에서직업적안정성을위시하여대학을선택할수밖에없었다.방학과유급휴직이보장되는교사와,자격증이있는전문직으로재취업이용이한간호사는부부가맞벌이를하더라도주로여성이겪는경력단절에서자유로운직종이었다.
또한이슬기저자는클라우디아골딘의연구를통해같은직종에서일하는부부사이에서도연차가쌓일수록급여와승진에서누적된격차가생기는현실을지적한다.저자들은이에서더나아가자신들의가정과인터뷰이들의사례를비춰보며한국에서의특수성을발견하게된다.가정내에서기혼여성에게작용한핸디캡뿐아니라미혼여성인‘딸’에게가해졌던과도한사회적기대다.직장에서일하는기혼여성들은유독남편보다가정의돌발상황에대비하는‘온콜on-call’상태가요구되는데,딸들역시그랬던것이다.게다가딸들은그들의남자형제였던아들들에비해재수입시기회와교육비등생애주기에서가장주요하게지원받아야했던경제적자원은물론,부모의지지나격려와같은긍정적인환경을포괄하는정서적자원을충분히제공받지못했을뿐만아니라상한선을제한당하기까지했다.이러한경향은지방으로갈수록심화되는데,지방여성들의경우입결이더높은곳에합격했음에도출생지가아닌타도시소재의학교라는이유만으로진학할권리를박탈당했다.장학금을받는조건으로타도시소재대학에합격했지만,부모의압력으로거주지에서가까운대학을택해보육교사로진로가좁혀진수정의사례는많은지방여성들이가장공감할이야기일것이다.
다른일을꿈꿨고,잘하는것이많았음에도여자가하기좋은직업을선택한인터뷰이들의입을통해증명된이른바‘가성비’서사도놀랍다.그렇게가성비를따져여초직장으로진입한이들이일터에서도돌봄의의무를부여받아야만했다.여초직군여성들의연결되는미시사도이책에서확인할수있다.방송작가는여성비율이94.6%에달하는‘여초의세계’다.인터뷰이한별과승희,현제는작가가가족구성원처럼젠더화된역할을수행해야했던방송현장을떠올린다.학교에서도여성들은교사의수많은업무중‘돌봄’의의무를전담하고있다.돌봄의손길이필요한초등학교저학년담임에젊은여성교사들이배정되는데,이에는엄마역할에대한기대가저변에깔려있다.용변후뒤처리,급식지도,머리묶어주기같은보살핌부터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가정학생들을대상으로하는돌봄교실행정업무도여교사들몫이다.이는학교폭력이나과학및정보,체육교과관련업무를남성교사가담당하는현실의레이어를겹쳐살펴볼때교사개인의성향이나역량에관계없이젠더에따라업무분장이이뤄지는학교의실상을알수있다.가정에서딸이나아내의역할을수행해온여성들은직장에서도돌봄의의무를이행하며이중적인억압을감당해나갔다.

직업을때려치운여자들,그들에게는무슨일이있었는가?
교사의원면직에서간호사태움까지…여성의언어로여성의일을말하다

2023년7월18일서울서초구의초등학교에서자살한여성교사는1학기동안26명의학부모와총1,039회연락했다.교사들의우울증유병률은일반성인의4배에이르고있다.『직업을때려치운여자들』이적극적으로이야기하는교사의우울증문제는날로심각해지고있다.서현주저자는교사4명중1명이정신과상담을받은적있다는통계를지적한다.교육부는교사들의근무여건개선을위해2016년이후동결이던담임수당을2023년12월53.8%인상하기로결정했지만이도충분하지않다는것이객관적인수치를통해증명된다.담임수당이한달에20만원이라는것은하루에1만원꼴,통상적인한반학생수가30명임을상기할때학생당일333원꼴에불과하기때문이다.저자는자신이받았던실제민원사례를통해한반에서도상충하는다수의민원을교사한사람이소화하는게불가능한일이라는것을보여준다.서이초교사의사례처럼앱을경유한공식적인연락외에도개인연락처까지노출되며학부모의공격적인민원에지속적으로시달려온교사들은,가르치는일을좋아함에도교사로서의소명과연금수령을포기하면서까지의원면직을고려할수밖에없었다.
저자들은인터뷰이들과의만남을통해이들이종사하는직종이매우다름에도해당직군의수직적인위계에서여성이라는이유만으로감정쓰레기통이되어왔다는사실을목격했다.이슬기저자가분석한바로는,한국의간호사1인당병상수는1,000명당12.8개로OECD에서가장많으며OECD평균병상수인4.3개의3배를웃돈다.더충격적인것은매년간호사1인당병상수는늘어가는데반해,간호인력은점점줄어가고있다는것이다.신규간호사들이전문적인간호인력으로투입되어진료를수행하는급박한환경에서도태움은수련이라는이름하에늘존재하지만이의실체는구조적인문제가야기한감정적화풀이다.심각한수위로일상적으로행해지면서도견디고버텨야할통과의례로받아들여지는태움은간호사들에게형언하기어려운정도의고통을준다고인터뷰이는회상한다.과밀병상문제와폭력적인태움의복합적인작용은간호인력의국내탈출에가장큰영향력을행사하고있다.과밀병상과과밀학급이슈는결국여성착취와잇닿아있으며,이는의료공공성·교육공공성강화와성별임금격차해소의필요성으로귀결된다.
서현주저자는수동성과능동성을초월한영역에있었던여성들의진로선택문제를넷플릭스시리즈〈더글로리〉를통해짚어냈다.여성들의진로선택은젠더뿐만아니라계급에서도분화된다.연진과사라가기상캐스터와화가라는화려한직업을가진데비해평범한세탁소집딸인혜정이승무원을,동은이교사를택한이유를『직업을때려치운여자들』을통해사회구조적측면에서파악할수있다.
교사,간호사,승무원,방송작가는전문적인직능보다돌봄과서비스의수준에서소환되어왔다.이슬기,서현주두저자와32명의인터뷰이가여성의언어로여성의일을말하는『직업을때려치운여자들』은입직서사는물론,우리가그동안쉽게접하지못한퇴직서사레퍼런스를수혈한다.여성들이직업을때려치우기로선택한이유는빼앗긴삶을주체적으로조율하겠다는선택이자실천이었다.지난11월무혐의로종결된서이초교사사건을비롯한수많은교사자살사건은재점화되어야만한다.『직업을때려치운여자들』이오늘도지옥보다어둡고두려운출근길로걸어들어가는여성들을지금보다안전하고차별이완화된직장으로안내할랜턴이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