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있다면신의뜻은‘작은것’에있다
신이우리를필요로하는것이아니라우리가신을필요로하는것
이책에는저자가그리스도교,이슬람,유대교의성지가모두보여있는종교의도시예루살렘에서한달간머물렀던경험이담겨있기도하다.저자는그곳에서각자의종교와신앙을지키기위해분리장벽을세우고전쟁도불사하는인간의모습을마주하며신의존재와신의뜻이어디에있는지를고민한다.
“〈마태오복음〉18장10절을보면,청년예수는다음과같이말합니다.‘너희는이보잘것없는사람들가운데누구하나라도업신여기는일이없도록조심하여라(Necontemnatisunumexhispusillis).’우리말이나라틴어성경으로는한번에감이오지않지만,그리스어성경을보면‘보잘것없는(작은)’을‘미크론(μικρ?ν?)’이라고씁니다.영어‘마이크론(micron)’의어원이되는단어입니다.예수의말은그처럼보잘것없는이조차업신여기거나무시하지말라는이야기입니다.(…)작은이’가꼭사람에게만해당되지는않을겁니다.자연계의모든‘작은것’을함부로업신여기는인간의마음이,현재진행형의시대적암울함을이어가게만드는것은아닐까요.엄마를만나고자하는어린형제의소원이그렇게큰소원인지저는여전히잘모르겠습니다.아이들의작은바람하나이루어주지못하는정치적,종교적신념에얼마나더큰신의뜻이있는걸까요.”
베드로회개성당으로알려진‘닭울음성당’을방문한저자는스승예수를배반한베드로와유다가한사람은살고한사람은자결을택한이유에대해‘실패’를대하는태도의차이를생각하고,구시가지에위치한‘십자가의길’초입에새겨진“오,길을지나는모든사람들이여,나의고통과같은아픔이있다면주의를기울여보십시오”라는문구를되새기며인간으로서‘같은아픔’을‘어떻게’보아야하는지고민한다.이처럼예루살렘에서시작된저자의고민과성찰은실패를용납하지않는현대사회를비추고,공존하기보다개별적삶을우선하며각박해져가는현실을생각하게한다.그밖에도모든종교가천국과지옥을말하지만그둘을가르는차이는인간존재의태도에있지않은가,라는물음이나,인간의고통은신이아닌인간사회가만들어온구조적인문제에서더크게비롯된다는지적도우리가한번쯤생각해봐야하는이야기이기도하다.
나선형을그리며앞으로나아가는인류의역사
어김없이다가올내일을위하여
“인류의역사와인간사회는다람쥐쳇바퀴돌듯제자리를맴도는것같지만아주서서히나선형모양을그리며앞으로나아간다고생각합니다.그것을인류의진보라고말할수있을지모르겠습니다.하지만더딘걸음에도불구하고인류는앞으로나아가고있다고믿으며희망을잃지않으려고합니다.”(145쪽)
저자는이책의서문에“오늘의아픔과절망을바꿀수있는내일이있다면인간은그아픔과고통이아무리크더라도그것을견디고넘어설수있는힘을얻게됩니다.마치기록적폭염을맞고있다고해도곧아침저녁으로선선한바람과함께청명한가을이온다는것을알기때문에,혹독하게추운겨울을보내고있다고해도봄은어김없이온다는것을알기때문에우리가그시간을버티고견딜수있는것처럼말입니다”라고적어두었다.이같은이야기로문을연《믿는인간에대하여》는역사속종교와신앙인에대한이야기를하고있지만궁극적으로는인간삶의이야기이며,우리의현재와미래에대한이야기이다.
저자에따르면과거한국사회는경제발전을위해나머지가치들은무시되었으며,그과정에서다양한가치가불균형적으로성장하면서대화와타협의가능성이차단되었다.현재는그때로부터벗어나많은것이풍요로워졌지만이상처만큼은치유되지않은채로남았고,그결과성별간의논쟁,종교간마찰,정치적대립등의문제가어느때보다격렬하게드러나고있다.저자는이모든것이‘어느한쪽이오랫동안강하게억눌려왔고,침묵을강요당해왔기때문에벌어지는일’이라고지적하며,지금과같은마찰은양쪽모두자기목소리를강력하게내고있다는의미이기에,그속에서‘변화의씨앗’을보며희망이있다고믿는다.이책《믿는인간에대하여》는종교와신을믿은인간이보여준갈등과변화의역사를돌아보며그같은믿음을이야기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