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가 확장된 민주주의의 표현이면서 그것에 대한 꿈이라고 할 때, 분명 이런 믿음도 포함된다. 우리는 너무도 깊이 계약 관계에 오염돼 있다. 어찌 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사회 계약설’에는 냉정한 진실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약이 삶을 전적으로 지배해서도 안 되고 지배할 수도 없다. 계약과 계약 사이에 혹은 계약이 어쩌지 못하는 영역에는 분명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작은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계속 옥죄어서 계약 관계로 돌려놓자는 게 근대자본주의 문명의 의도겠지만, 그럴수록 그것을 드러내놓고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시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작은 해방구마저 없다면 삶이라는 것은 진즉 무의미해졌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증언하는 것도 시의 중요한 책무에 해당된다.(「시는 확장된 민주주의에 대한 꿈」 중에서)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 시와 민주주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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