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 시와 민주주의 2023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 시와 민주주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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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가 확장된 민주주의의 표현이면서 그것에 대한 꿈이라고 할 때, 분명 이런 믿음도 포함된다. 우리는 너무도 깊이 계약 관계에 오염돼 있다. 어찌 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사회 계약설’에는 냉정한 진실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약이 삶을 전적으로 지배해서도 안 되고 지배할 수도 없다. 계약과 계약 사이에 혹은 계약이 어쩌지 못하는 영역에는 분명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작은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계속 옥죄어서 계약 관계로 돌려놓자는 게 근대자본주의 문명의 의도겠지만, 그럴수록 그것을 드러내놓고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시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작은 해방구마저 없다면 삶이라는 것은 진즉 무의미해졌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증언하는 것도 시의 중요한 책무에 해당된다.(「시는 확장된 민주주의에 대한 꿈」 중에서)
저자

최지인외19인

2004년『광주매일』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기린울음』『우는화살』『연어가돌아오는계절』등이있다.2022년5ㆍ18문학상본상을수상했다.

목차

기획의말
시는확장된민주주의에대한꿈4

조온윤
중심찾기20
비밀의제빵공장22
시조새25

최지인
낮과밤26
새35
커브37

허유미
뿔소라편지41
불턱43
엄밧동산서녁밭45

고영서
바오닌47
휴전이라니,연진아49
비나51

김사이
기준53
Enjoy55
제3의계급57

김선향
피에타59
튤립,튤립들61
날개가접힌새처럼63

박승민
노이무공(勞而無功)65
두손68
쌀쌀한그늘을깨밭에가두고70

김명기
지주(地主)72
발우공양74
백수광부76

권선희
흥횟집78
마지막인사79
씨가된말80

임성용
풀꽃따라간다81
꽃구경83
배추밭85

김용만
우린언제쯤고요해질까요86
등이뜨겁다87
대낮에89

문동만
서쪽90
흑호두나무아래서93
죄의식95

황규관
어머니의나라97
가을의영혼100
빗소리103

이철산
장갑만벗었다꼈다합니다105
꽃잎깎는봄날107
달의저편108

조기조
내고향사람들의말투109
장암리에서110
나라가뒤숭숭해질때112

정우영
기억한짝이사라졌어114
마른멸치가사나워질때116
정릉천118

김해자
공양119
쪽파같은오늘이운다121
가창(歌唱)오리124

최종천
연애의불가능성에대하여126
식물의광합성128
행복과불행130

백무산
내부수리132
자학에투표하다134
대치중인자들136

해설
리얼리즘은언제나민주주의다(최진석)140

출판사 서평

리얼리스트의감각과책무

물론이러한담론이사람의감수성으로녹아드는과정은순탄치않고짧지않은시간을필요로한다.하지만우리는이러한시작을미룰수가없었다.그렇다고앤솔로지「내가지은집에는내가살지않는다」에모인시편들모두가‘기후위기와민주주의위기’라는이중위기에직접적인목소리를내는것은아닐지모른다.만일시가사람의마음을변화시키는탁월한기예에속한다면이는서두르거나시인을재촉해서될일도아니다.시인들이야말로거의본능적으로이이중위기에민감한존재들이기때문이기도하지만설령그렇지않은시인들이있다고하더라도먼저시인의마음이변하지않는한시의변화도없으며시의변화가없다는것은사람이라면간직하고있는시의마음자체에도변화를기대할수없는노릇이다.

우리는이번앤솔로지를기획하면서,나날이그형세가위축되고있는리얼리스트시인들에주목했다.어쨌든리얼리스트시인들에게구체적사물에대한직접적인감각이살아있기때문이다.현대문명에대한비판적극복도구체적사물에대한감각없이는문화주의의함정에빠질가능성이농후하다.문학평론가최진석이해설에서“리얼리스트는화석화된사실에매달리는자가아니라진실의조각들을발견하고또발명해내는자의이름이다.그들을민주주의자라부르지않을이유역시없을것이다”고한것은이런맥락에서다.시인은없는것을발명하는자가아니라은폐된진실(real)을발굴하는자에가깝고,근대자본주의는진실을은폐하고조작해야만성립되기때문에은폐된진실을발굴하는작업이야말로‘기후위기와민주주의위기’라는이중위기에대처하는일보가된다고할수있다.

2023년의일보는이렇게묶이게되었다.
이일보의힘으로나아갈수있는데까지나아가는일이남았다.

기획의말

시가확장된민주주의의표현이면서그것에대한꿈이라고할때,분명이런믿음도포함된다.우리는너무도깊이계약관계에오염돼있다.어찌보면전통적인의미의‘사회계약설’에는냉정한진실이숨어있는지도모른다.하지만계약이삶을전적으로지배해서도안되고지배할수도없다.계약과계약사이에혹은계약이어쩌지못하는영역에는분명서로에대한믿음이작은숨을쉬고있을것이다.그것을계속옥죄어서계약관계로돌려놓자는게근대자본주의문명의의도겠지만,그럴수록그것을드러내놓고때로는무의식적으로거부하는것이시이기도할것이다.우리에게이런작은해방구마저없다면삶이라는것은진즉무의미해졌을것이다.어떤상황에서도삶이무의미하지않다고증언하는것도시의중요한책무에해당된다.(「시는확장된민주주의에대한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