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의감각과책무
물론이러한담론이사람의감수성으로녹아드는과정은순탄치않고짧지않은시간을필요로한다.하지만우리는이러한시작을미룰수가없었다.그렇다고앤솔로지「내가지은집에는내가살지않는다」에모인시편들모두가‘기후위기와민주주의위기’라는이중위기에직접적인목소리를내는것은아닐지모른다.만일시가사람의마음을변화시키는탁월한기예에속한다면이는서두르거나시인을재촉해서될일도아니다.시인들이야말로거의본능적으로이이중위기에민감한존재들이기때문이기도하지만설령그렇지않은시인들이있다고하더라도먼저시인의마음이변하지않는한시의변화도없으며시의변화가없다는것은사람이라면간직하고있는시의마음자체에도변화를기대할수없는노릇이다.
우리는이번앤솔로지를기획하면서,나날이그형세가위축되고있는리얼리스트시인들에주목했다.어쨌든리얼리스트시인들에게구체적사물에대한직접적인감각이살아있기때문이다.현대문명에대한비판적극복도구체적사물에대한감각없이는문화주의의함정에빠질가능성이농후하다.문학평론가최진석이해설에서“리얼리스트는화석화된사실에매달리는자가아니라진실의조각들을발견하고또발명해내는자의이름이다.그들을민주주의자라부르지않을이유역시없을것이다”고한것은이런맥락에서다.시인은없는것을발명하는자가아니라은폐된진실(real)을발굴하는자에가깝고,근대자본주의는진실을은폐하고조작해야만성립되기때문에은폐된진실을발굴하는작업이야말로‘기후위기와민주주의위기’라는이중위기에대처하는일보가된다고할수있다.
2023년의일보는이렇게묶이게되었다.
이일보의힘으로나아갈수있는데까지나아가는일이남았다.
기획의말
시가확장된민주주의의표현이면서그것에대한꿈이라고할때,분명이런믿음도포함된다.우리는너무도깊이계약관계에오염돼있다.어찌보면전통적인의미의‘사회계약설’에는냉정한진실이숨어있는지도모른다.하지만계약이삶을전적으로지배해서도안되고지배할수도없다.계약과계약사이에혹은계약이어쩌지못하는영역에는분명서로에대한믿음이작은숨을쉬고있을것이다.그것을계속옥죄어서계약관계로돌려놓자는게근대자본주의문명의의도겠지만,그럴수록그것을드러내놓고때로는무의식적으로거부하는것이시이기도할것이다.우리에게이런작은해방구마저없다면삶이라는것은진즉무의미해졌을것이다.어떤상황에서도삶이무의미하지않다고증언하는것도시의중요한책무에해당된다.(「시는확장된민주주의에대한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