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시

죽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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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상실

1964년전남완도군생일도에서태어나그곳에서초등학교를다녔다.이후부산으로갔다.충무동소재약국에서학교를다니며이십대중반까지살았다.서울에서도몇년거주하다인천에정착했다.2005년『문학과의식』신인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소설집『월운리사람들』『콜트스트링의겨울』,장편소설『미행의그늘』이있다.현재한국작가회의이사로활동중이며,인천작가회의사무국장을역임했다.

목차

사진밖으로뜬가족·007
죽음의시·037
마지막동창회·063
같은시간속의사람들·095
시인과소녀·123
퇴근길·149
계양산기·179
환각의도시,그리고섬·205

해설|내몰린사람들을향한소설의윤리(이병국)·234
작가의말·254

출판사 서평

현실과예술의만남

하지만「사진밖으로뜬가족」에서확인할수있듯,예술의힘은미약하고도리어현실적인삶을훼방하기도한다.물론「사진밖으로뜬가족」의예술,즉구체적인삶과괴리된예술과「죽음의시」나「시인과소녀」에서보여주는예술은작품의분위기와결말에다른결과를가져온다.작가가이소설들에서자신의‘예술론’을다루려고한것은아니지만어쨌든작품들에서‘예술’이상징적인역할을하는것은사실이다.예술작품은아니지만「마지막동창회」에서등장하는“볼레모양의머리핀”도‘위안부’로끌려갔던유하와남주의삶을이어주는상징으로빛난다.

「마지막동창회」는짧은분량에일본군‘위안부’로끌려가게되는전후사정과‘위안부’로서살아야했던유하의시간,그리고그이후의이야기를압축적으로보여준다는점에서이소설집의가장큰성과라고할수있다.작가는유하의삶을상투적으로위로하지않으면서유하의이루어지지못한사랑인남주를등장시켜재회하게만드는데,그것도살아있는유하가아니라죽은유하를남주와만나게함으로써살아서는진정으로위로받지못한일본군‘위안부’의삶을말하고있다.유하와남주를만나게해주는영미는유하의삶을남성인남주가감당하지못할것을이미알고있었던것같다.

“유하는?”
“왔다네.”
“왔구먼,죽음을왜숨겼는가?”
“유하가저세상으로갔다고말하먼자네가안올것같응께….그라고유하가이시상에있다고했을때자네맘하고,저시상으로떴을때맘도알고싶었네.오늘아침에는말하고싶었는디참말로입이안떨어지등마.”
영미가치마끝단을잡고눈을훔쳤다.(93)

「마지막동창회」는죽은유하에게지내는제사로마무리되지만,마지막문장은다음과같다.“남주가볼레머리핀을안주머니에넣었다.”“볼레머리핀”은유하와남주를이어주는상징물이면서그것이영미,유하,남주가살던고향에서부르던‘보리수’의사투리라는점,그것을본뜬‘작품’이라는점에서도결국유하를기억하게해주는것도일종의예술의일이라고작가는말하고있는것이다.

이런독법은「계양산기」를읽을때도적용가능하다.「계양산기」의골자가되는내용이글쓰기에관한것이라는것,그것을위해서소설『임꺽정』의내용을과감히차용하는것도결국작가가이야기와서사를앞세우지만언제나‘예술’에대해예민한인식을가지고있음을드러낸다.이작품에서는『임꺽정』의일부내용을차용했지만어쨌든마치두편의소설을겹쳐놓은구조를가지고있다.이런방식은「환각의도시,그리고섬」에서도그대로반복된다.이액자구조자체가낯설고새로운방식은아니지만「계양산기」가글쓰기에대한작품이라는것,또「환각의도시,그리고섬」이작중화자의잃어버린소설원고를되찾아다시읽는구조를갖는점은작가이상실의글쓰기에대한마음을보여준다고할것이다.

하지만이상실의특징은예술에대한이러한인식과마음이세칭‘예술가소설’로흐르는게아니라「죽음의시」나「시인과소녀」에서처럼예술을적극적으로현실에개입시키고있다는점이다.이것이소설집『죽음의시』전체에팽팽한긴장감과밀도를더해준다는것은말할나위도없다.

작가의말

나는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의뒤를밟기도했다.산으로갔다.전설이어린도둑고개를넘었다.바다로갔다.남해안외딴섬에내려마을사람들이야기를들었다.남태평양남양군도(南洋群島)천국의섬에대한이야기를들었고,망망대해의물살을가르며싱가포르센토사로끌려간소녀를상상하기도했다.도시로돌아와아르바이트생을만났다.노동자와거리의시인,샐러리맨그리고어느가족을만났다.환각에젖은거리를걷기도했다.인물들이겪거나벌인인물들의삶을쓰지않으면견딜수없을것같았다.편린으로치부할지몰라도,누군가에게는전부일수있는사건을두고무심히지나치기가힘들었다.보일뿐볼수없는원형감옥‘파놉티곤’같은환경에서하루하루를버티며살아가는인물들,그러한삶마저도부러운인물들,낯선곳으로끌려간인물들,사소한것에슬퍼할겨를도없는인물들을달래며이야기를전개했다.그들이처한현실을그들과함께걸으며자유롭게말하고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