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극장

유대인 극장

$13.82
저자

이성아

저자:이성아

밀양에서태어나서울에서성장했으며현재는구례에서집필활동을이어가고있다.이화여대에서정치외교학을,중앙대학교문학예술대학원에서문학을공부했다.장편소설『밤이여오라』로제주4·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재일동포들의북송이야기를다룬장편소설『가마우지는왜바다로갔을까』와『경성을쏘다』,소설집『태풍은어디쯤오고있을까요』와『절정』,인도양한가운데에서수장될뻔했던대양항해기를엮은산문집『나는당신의바다를항해중입니다』를펴냈다.세계일보문학상우수상,이태준문학상수상.

목차


유대인극장
소울키친
스와니강
천국의난민
그림자그리기
리영광씨가오늘도걷는까닭은
베이비시터
삼합닭곰집에서

해설부재와오인,그리고연결의상상력|정홍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속삭임을들은이들이마치감염이라도된듯방제복을입은이들과똑같은짓을하는모습은내게혐오발언을했던폴란드할머니를떠올리게했다.뱀의혀처럼날름거리는그들의혀에서독기가뿜어져나오는것같았다.(38쪽)

‘하얀방제복’을입은존재들은혐오를조장하고퍼뜨리는데서이익을구하는세력이있다는점을분명히드러낸다.혐오의뿌리가복합적이고중층적인역사적맥락을갖고있다는사실과혐오를불가지의어둠속에놓아두는것은구분되어야한다.후자는자칫혐오를자연화하면서혐오와의싸움을마치절대악과의투쟁처럼추상화하고관념화할수있다.그리고이점은『가마우지는왜바다로갔을까』(2015),『밤이여오라』(2021)의두근작장편에서작가이성아가힘주어밝히고있는폭넓고강렬한문학적진실이기도하다.대한민국정부의무관심속에일본과북한모두에서버림받고배제된북송재일교포의이야기를풀어낸『가마우지는왜바다로갔을까』는단단하고밀도높은리얼리즘으로경계인들이겪은처절하고고통스러운수난을정밀하게복원하는가운데읽는이로하여금끊임없이국가권력의존재이유를되묻게한다.인종청소의참혹한내전이벌어졌던발칸반도의이야기를배경서사로하면서조작된유학생간첩단사건에연루된인물의화해를향한힘든여정을제주4·3의아픈가족사에까지연결시킨역작『밤이여오라』역시문제를역사의폭력이나횡포와같은추상적차원에놓으려하지않는다.우리는그이야기에서제주와마르부르크,자그레브와서울을넘나들며이름없는개인들의삶을짓밟고파괴하는독단적인국가권력의폭력들을계속해서의식하게된다.말하자면혐오의피해든,개인적삶의파괴든이성아소설은그배제와억압,죽임의역사를반복하지않기위해‘하얀방제복’으로표상되는폭력의구체적이고현실적인좌표를망각해서는안된다고말해왔다.물론이좌표의선명함은피해/가해구도의도식적이분법과는거리가멀다.‘하얀방제복’의속삭임에감염될가능성은누구에게나있기때문이다.그리고‘하얀방제복’의자리역시고정되어있는것이아니라,움직이는역사현실속에서나우리각자의일상에서끊임없이재발견되어야하는것이기때문이다.

이번소설집에는‘탈북자’를다룬소설이여러편수록되어있다.「천국의난민」,「그림자그리기」,「리영광씨가오늘도걷는까닭은」,「삼합닭곰집에서」가그러한데,근작장편인『가마우지는왜바다로갔을까』와『밤이여오라』에서도집중적으로그려진것처럼한국현대사속경계인들의삶은이즈음작가의주된문학적관심사인듯하다.편편의면모는다양한데,사회로부터이중삼중으로배제된채폭력적현실에거의무방비로노출된경계인들의아픔을작가는여러각도에서촘촘하게조망하고있다.그중「리영광씨가오늘도걷는까닭은」은대학시절조작된재일교포유학생간첩사건에연루된소설화자의어두운기억을주조음으로하면서도,1967년군인신분으로‘기적적’으로군사분계선을넘어온리영광이라는인물의독특한경계넘기와이후의개성적삶을‘탈북자’라는고착된얼굴너머에서이해하게만든다.그런가하면「그림자그리기」는탈북자와관련된현재의이야기에서가장어둡고참혹한현실에소설의시선을드리운다.중국과한국에서탈북자모자가겪어야했던참상은아들인소년의‘미술치료’과정을배경으로하나하나모습을드러내는데,소년의생부인중국인아버지와그가족,계부격인한국인아버지가저지르는전방위의폭력은경제적착취를이유로어머니의처참한죽음이후에도잔혹하게이어질태세다.「삼합닭곰집에서」는탈북자문제가분단체제의모순과얽혀있는지점을복합적으로탐사하는가운데여성혐오와손을맞잡은남성가부장제의위선과폭력이철지난수구보수이데올로기의또다른얼굴이기도하다는것을날카롭게해부한다.한편「천국의난민」은1960년대재일교포북송사업까지거슬러올라한반도를둘러싼경계인들이겪고있는수난을그려낸작품으로,역사적시간의정밀한복원을넘어이성아소설이도달한인간이해의깊이와폭을음미하게한다.서사의한복판에놓여있는오인(誤認)의모티브는인물이겪어온원한과상처의세월을아이러니하게가리키면서소설의세련된기품을지지하게해준다.

굴곡진현대사를배경으로한난민,경계인의이야기이든혐오의뿌리를자신의안팎에서함께질문하려는인물의이야기이든이성아소설은그인물들과우리가연결되어있으며,그들의문제가우리삶의역사와현재를이룬다는사실을차분하게설득한다.마음과마음의파편적단절과고립에훨씬더많이익숙한세상에서이같은진득하고끈질긴연결의시야는한층귀하게다가온다.그런데코로나팬데믹의재난을배경으로한「스와니강」을읽으면,인간과인간을잇고,마음과마음의접점을모색하는연결의상상력이이성아소설의근원에있다는사실을새삼감동적으로확인하게된다.

작가가이번소설집에서1960년대북송재일교포,어제와오늘의탈북자들을비롯코로나와현실의어두운그늘에서찾아낸이야기들은바로이연결의상상력,그들이곧‘나’이고‘우리’라는간절한마음의지평에서가능했을것이다.이성아소설은역사와시간의망각속에내던져지고,세상의어둠속에묻혀있는존재들을불러내어그들과우리를잇고,그들과우리가함께있다는사실을끊임없이환기한다.동시에이성아소설은그연결을좌절시키는현실의폭력적힘과고립된개인의무력함을잊지않는다.「유대인극장」의자매가서로에게준상처는쉽게봉합되지않을것이고,「베이비시터」에서비열한가부장남편의폭력에시달려온오십대여성우희와그녀가돌보는자폐아기우사이에는세상의잔인한‘먹이사슬’이놓여있을가능성이높다.우희의두눈이멀어버리는이작품의결말에는손쉬운연민과감상을끊는차가운단호함이있다.세상의비참과잔혹에도불구하고연결을상상하는이성아의견고한리얼리즘이깊고실다운온기를품고있다면그래서일것이다.

추천사

소설을끊었었다.주변성과사변성에머물면서개미지옥처럼지리멸렬과권태의수렁으로끌어들이는소설에질렸다.소설따위읽지않아도삶은너무나뼈저리게재미있는지옥아닌가.
그런데웬걸?이성아의소설이던지는그물에걸려서나는한동안괴로웠다.바르샤바와뉴욕,두만강변과개마고원,오사카와김책을,군더더기도배타적인중얼거림도없이능란하게오가는소설은짐짓충격이었다.영민하고섬세한심리묘사는공연히나를도처에서회개하게하였다.이런소설좀위험한거아닌가?나는투덜거리며나에게중얼거렸다.
아,나소설끊었는데……!
―류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