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빈 케이크

레드빈 케이크

$15.00
Description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로 지칭되는 전후 1세대(1950년대 출생자)는 그들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성장소설이다. 그들은 적수공권으로 시작해서 우리나라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생산적인 삶을 살아왔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꽤 많은 성취를 이룬 명실상부한 ‘성장하는 인간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의 삶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소설은 없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볼 만한 성장소설은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그들의 부모나 형 세대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념 불화 중심의 소설들이 우리 작단을 대표하고 있다. 그만큼 역사의 굴곡이 심했고 아직도 역사적, 현실적 차원의 만족할 만한 보상과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상황 논리를 떠나 비판적으로 보자면, 베이비붐 세대는 일정한 자기동일성이 없는 부표(浮漂)와 같은 삶을 살아온 불운한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그들은 경제적 인간과 정치적 인간의 두 편으로 정확하게 갈라져서 서로 보기를 원수같이 하면서 살아온 불운한 분단 세대이다. 『레드빈 케이크』는 그들 베이비붐 세대의 한 자화상이다.
연작소설 『레드빈 케이크』는 한 개인과 한 가족의 미시사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베이비붐 세대의 자기동일성을 그려내기를 희망한다. 무기력한 실향민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가족을 만들고 사회적 존재로 성장해나가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리면서 그 그림이 한국 근대사의 밑그림이 되기를 원한다. 자식은 부모 없이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으므로 부모와의 관계를 추억해내고(「취하는 것」, 「빈대떡」), 최초의 사회적 관계를 가르치고 만드는 가족 내적 관계망을 살피고(「대동강」, 「궤도반」), 주인공의 뿌리가 된, 어쩔 수 없이 체제 일탈자가 되어 역사의 중심에서 탈락한 한 경계인의 삶을 조망하고(「서북인」, 「노루몰이꾼」), 자라나면서 본격적으로 자기동일성을 구축하게 될 때 우호적인 조력자가 되는 문화적인 제반 요소와 요건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적산가옥들」, 「토성 사람들」, 「레드빈 케이크」).
「삼랑진 가는 길」을 포함한 이후의 여섯 편은 본격적인 자기 성장의 편력을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극적(劇的)으로 보여준다. 소설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최대한 화자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삼랑진 가는 길」에서는 첫사랑 이야기를, 「광장의 저편」에서는 대학 시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주모자 없는 대형 데모 사건’의 전말을, 「은화 1불의 여왕」에서는 광주의 5·18을 만나고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경험을, 「혈지도」에서는 사회생활의 이모저모와 작가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스타벅스와 그라디바」와 「특곰탕」은 작가의 현재적 삶을 다룬다. 앞선 이야기들의 사건과 공간들이 이 소설들에서 재해석되고 그 현재적 의미가 확정된다. 작가는 어떤 식으로든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대해 말할 의무가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자전적 성장소설이라면 “그래서 지금 너는 어떤 인간이 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스타벅스와 그라디바」와 「특곰탕」은 그런 ‘작가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작품들이다.
『레드빈 케이크』의 표현 형식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전반부는 중심 상징어의 상징적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화법을 쓰고(제목이 거의 다 그런 것들이다) 후반부는 동일한 주제의 소설들을 적극 인용하고 활용하는 지식인 소설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함축된 저자인 화자가 자기 이야기를 널리 알려진 다른 소설에 의탁해서 의미화하는 것은 ‘서술의 자유’가 지나치게 허용된 것이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레드빈 케이크』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기동일성 탐색 방법으로 ‘서술의 자유’를 활용한다. 마지막 작품 「특곰탕」에서는 연작소설 『레드빈 케이크』의 열다섯 개 이야기가 결국은 우로보로스(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을 보여준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이야기는 회고이므로 마지막 이야기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특곰탕」은 『레드빈 케이크』의 결구이면서 출발점이다.
저자

양선규

저자:양선규
제주시구좌읍김녕출생.소설집『난세일기』『고양이키우기』『나비꿈』,장편소설『칼과그림자』『시골무사삽살개에대한명상』,에세이집『세개의거울』『제한몸으로감싸는상징』『내손안의주역』을출간했다.1983년『난세일기』로제7회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취하는것
빈대떡
대동강
서북인
노루몰이꾼
궤도반0

적산가옥들
토성사람들
레드빈케이크
삼랑진가는길
광장의저편
은화1불의여왕
혈지도(血地圖)
스타벅스와그라디바
특곰탕

『레드빈케이크』창작일기

출판사 서평

이른바베이비붐세대로지칭되는전후1세대(1950년대출생자)는그들의삶자체가한편의성장소설이다.그들은적수공권으로시작해서우리나라의발전과궤를같이하는생산적인삶을살아왔다.개인적으로나사회적으로나꽤많은성취를이룬명실상부한‘성장하는인간들’이었다.그러나아쉽게도그들의삶이본격적으로다루어진소설은없다.그들을주인공으로삼은볼만한성장소설은아직없다고할수있다.아직도그들의부모나형세대들이주인공이되는이념불화중심의소설들이우리작단을대표하고있다.그만큼역사의굴곡이심했고아직도역사적,현실적차원의만족할만한보상과청산이이루어지지않고있다는말이기도하다.상황논리를떠나비판적으로보자면,베이비붐세대는일정한자기동일성이없는부표(浮漂)와같은삶을살아온불운한세대라고도할수있다.내부적으로도그들은경제적인간과정치적인간의두편으로정확하게갈라져서서로보기를원수같이하면서살아온불운한분단세대이다.『레드빈케이크』는그들베이비붐세대의한자화상이다.
연작소설『레드빈케이크』는한개인과한가족의미시사를기록하면서동시에그것이베이비붐세대의자기동일성을그려내기를희망한다.무기력한실향민의자식으로태어나서갖은고초를겪으면서가족을만들고사회적존재로성장해나가는한인간의삶을그리면서그그림이한국근대사의밑그림이되기를원한다.자식은부모없이는세상에존재할수없으므로부모와의관계를추억해내고(「취하는것」,「빈대떡」),최초의사회적관계를가르치고만드는가족내적관계망을살피고(「대동강」,「궤도반」),주인공의뿌리가된,어쩔수없이체제일탈자가되어역사의중심에서탈락한한경계인의삶을조망하고(「서북인」,「노루몰이꾼」),자라나면서본격적으로자기동일성을구축하게될때우호적인조력자가되는문화적인제반요소와요건들을하나씩점검하고있는것도그런연유에서이다(「적산가옥들」,「토성사람들」,「레드빈케이크」).
「삼랑진가는길」을포함한이후의여섯편은본격적인자기성장의편력을몇개의주제로나누어극적(劇的)으로보여준다.소설의틀을벗어나지않으면서최대한화자의자유를보장하려는태도를취한다.「삼랑진가는길」에서는첫사랑이야기를,「광장의저편」에서는대학시절의대단원을장식하는‘주모자없는대형데모사건’의전말을,「은화1불의여왕」에서는광주의5·18을만나고껍질을깨고나오는경험을,「혈지도」에서는사회생활의이모저모와작가로본격적으로나서게되는이야기를적고있다.「스타벅스와그라디바」와「특곰탕」은작가의현재적삶을다룬다.앞선이야기들의사건과공간들이이소설들에서재해석되고그현재적의미가확정된다.작가는어떤식으로든‘지금,여기’에서의삶에대해말할의무가있다.더군다나그것이자전적성장소설이라면“그래서지금너는어떤인간이되어있느냐?”라는질문에반드시대답해야한다.「스타벅스와그라디바」와「특곰탕」은그런‘작가의의무’를수행하려는작품들이다.
『레드빈케이크』의표현형식은전반부와후반부가확연하게구분된다.전반부는중심상징어의상징적기능을충분히활용하는화법을쓰고(제목이거의다그런것들이다)후반부는동일한주제의소설들을적극인용하고활용하는지식인소설의한형태를보여준다.함축된저자인화자가자기이야기를널리알려진다른소설에의탁해서의미화하는것은‘서술의자유’가지나치게허용된것이라는평을받을수도있다.하지만『레드빈케이크』에서는보다적극적인자기동일성탐색방법으로‘서술의자유’를활용한다.마지막작품「특곰탕」에서는연작소설『레드빈케이크』의열다섯개이야기가결국은우로보로스(자기꼬리를물고있는뱀)의형상을보여준다는것을강조한다.모든이야기는회고이므로마지막이야기가모든이야기의시작이될수밖에없다.「특곰탕」은『레드빈케이크』의결구이면서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