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구름 :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슬픈 구름 :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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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픈 구름』은 1989년, 담임선생님이 전교조 문제로 해직되는 일을 겪으면서 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되는 여고생 도은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도은은 자연스럽게 고등학생운동에 발을 들이게 되고, 1991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다. 1991년은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였고, 그리하여 열사들의 희생이 끊임없이 이어진 해였고, 반대로 노태우 독재정권의 악랄한 탄압이 자행되던 해였다. 하명희는 바로 그 불의 1991년을 소설로 그려냈다.

이 소설에는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첫번째 질문 “교사는 노동자인가?”와 두번째 질문 “뭐, 교사가 노동자라고?”
정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정작 두 질문 사이에서 핍박받고 고난받은 건 학생들이었다. 1991년의 희생과 고난이 오히려 패륜으로 몰린 건, 그리고 그 후 학생운동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궤멸적으로 쓰러진 건 다소 엉뚱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바로 정원식 달걀 투척 사건이었다.

텔레비전에 비친 정원식의 모습은 그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강단을 떠나는 노학자를 조롱하고 조리를 돌리는 철부지 학생들이 저지른 만행의 희생자였다. 매일 톱뉴스로 밀가루와 달걀을 뒤집어쓴 정원식의 사진과 함께 운동권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회 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경대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을 때, 박승희가 분신했을 때, 김영균과 천세용이, 김기설이, 윤용하가, 정상순이, 김철수가 분신하기 전에, 이정순이 굴다리 위 철길에서 몸을 던지기 전에, 김귀정이 차가운 땅에 숨을 박기 전에 딱 정원식만큼만 언론이 보도를 해주었다면. 김지하가 생명선언을 하기 전에, 그 안타까운 죽음들에 돌을 던지기 전에, 박창수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기 전에, 그들의 생명을 존중해주었더라면…… 멀지도 않은 과거가 와르르 무너지며 ‘패륜’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었다.(276쪽)

아무도 비전이 뭐냐고 묻지 않았다. 아무도 이후 고등학생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거론하지 않았다. 그들 앞에는 그것보다 커다란 벽이 있었다. 그것은 텅 빈 벽이었다. 그냥 지나쳐도 되고, 깨부셔도 되는 고3 학생들이 부딪히는 일상적인 고민들. 대학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노동 현장에 들어가야 할까, 들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을 가기에는 그동안 공부한 것이 너무 없었다. 그렇다면 재수를 해야 하나. 누가 우리를 책임지지? 우리는 그동안 뭘 했던 걸까? 고3 수험생이라는 딱지 앞에 사회적 혁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삶, 동학의 아이들은 그것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고, 싸웠고, 밟혔고, 패륜아가 되었다. 패륜아란 단어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 패륜아는 방랑자처럼 고독하고 자유로운 떠돌이로 느껴지기도 했다.(284쪽)

옳다고 행했던 일들이 패륜으로 몰렸고, 특히 고등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었다.
하명희는 이 소설 이후 줄곧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 편에 서서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들의 뒷모습’이다. 외롭고 괴로운 것들이다. 외롭지도, 괴롭지도, 그립지도 않으면 사람은 살 수가 없다. 이 세상은 우리가 외면하면서 살아온, 외면하고 싶은, 괴로운 일들이 천지사방에 깔려 있다. 하명희는 그것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줄기차게 그린다. 나는 그게 소설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다. 소설가는 대신 아파해주는 사람이다. 하명희는 대신 울어주기로, 대신 아파해주기로 했고, 그 결심을 지금까지 견결히 실천하고 있다.
저자

하명희

저자:하명희
명동과남산에서고등학교와대학을다녔다.2009년『문학사상』으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불편한온도』『고요는어디있나요』가있다.2014년전태일문학상을수상했고,2016년조영관문학창작기금,2018년서울문화재단문학창작기금을수혜했다.2019년『불편한온도』로한국가톨릭문학상신인상,백신애문학상을받았다.

목차

바위가있던자리
난지도에서온편지
쇠와돌의냄새
천개의고약
물고기의집
집으로가는먼길
마석으로가는길
구름의연대
패륜아들
어디로

발문사랑때문이다|신현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소설에는두가지질문이나온다.첫번째질문“교사는노동자인가?”와두번째질문“뭐,교사가노동자라고?”
정답은정해져있었지만정작두질문사이에서핍박받고고난받은건학생들이었다.1991년의희생과고난이오히려패륜으로몰린건,그리고그후학생운동이다시일어서지못할정도로궤멸적으로쓰러진건다소엉뚱한사건에서비롯됐다.바로정원식달걀투척사건이었다.

텔레비전에비친정원식의모습은그에대한평가와는별도로강단을떠나는노학자를조롱하고조리를돌리는철부지학생들이저지른만행의희생자였다.매일톱뉴스로밀가루와달걀을뒤집어쓴정원식의사진과함께운동권에대한강력대응이필요하다는사회각층의목소리가쏟아졌다.강경대가백골단의쇠파이프에맞아죽었을때,박승희가분신했을때,김영균과천세용이,김기설이,윤용하가,정상순이,김철수가분신하기전에,이정순이굴다리위철길에서몸을던지기전에,김귀정이차가운땅에숨을박기전에딱정원식만큼만언론이보도를해주었다면.김지하가생명선언을하기전에,그안타까운죽음들에돌을던지기전에,박창수가의문의죽임을당하기전에,그들의생명을존중해주었더라면……멀지도않은과거가와르르무너지며‘패륜’이라는낙인을찍고있었다.(276쪽)

아무도비전이뭐냐고묻지않았다.아무도이후고등학생운동이어떻게나아가야할지거론하지않았다.그들앞에는그것보다커다란벽이있었다.그것은텅빈벽이었다.그냥지나쳐도되고,깨부셔도되는고3학생들이부딪히는일상적인고민들.대학을가야하나말아야하나,노동현장에들어가야할까,들어간다면어떻게해야하나?대학을가기에는그동안공부한것이너무없었다.그렇다면재수를해야하나.누가우리를책임지지?우리는그동안뭘했던걸까?고3수험생이라는딱지앞에사회적혁명은아무것도아니었다.아무도책임져주지않는삶,동학의아이들은그것을책임지기위해노력했고,싸웠고,밟혔고,패륜아가되었다.패륜아란단어를너무많이듣다보니패륜아는방랑자처럼고독하고자유로운떠돌이로느껴지기도했다.(284쪽)

옳다고행했던일들이패륜으로몰렸고,특히고등학생운동에참여했던친구들은돌아갈곳도나아갈곳도없었다.
하명희는이소설이후줄곧아픈사람,가난한사람을외면하지않고그들편에서서소설을썼다.그의소설주인공들과그들이만들어내는이야기들은대부분‘안간힘을쓰며버티는것들의뒷모습’이다.외롭고괴로운것들이다.외롭지도,괴롭지도,그립지도않으면사람은살수가없다.이세상은우리가외면하면서살아온,외면하고싶은,괴로운일들이천지사방에깔려있다.하명희는그것을외면하지못한다.그래서줄기차게그린다.나는그게소설가의책무라고생각한다.소설가는대신울어주는사람이다.소설가는대신아파해주는사람이다.하명희는대신울어주기로,대신아파해주기로했고,그결심을지금까지견결히실천하고있다.

추천사

무언가를바꾸기위해서는목숨을걸어야하던시절,심장이터지도록아픔을느낀아이들이있었다.입고있던러닝셔츠를벗어깃발을만든그들은‘패륜아’로불렸으며곧잊혔다.정학,퇴학,자퇴로너무도일찍이궤도에서이탈한그들은퇴조하는‘운동권’의어른들처럼우회할수조차없고돌아갈데도없었다.그아이들은어디로갔을까?이소설은같은세대인작가하명희가그들에게바치는헌사이다.어느날갑자기언덕에생긴웅덩이는“서서히조용히참고참으며,스스로를파먹으며,빈우물을만들다더이상참을수없을때,그속을보여준것이었다.”그리고태풍에날려간바위는오늘날에도“낙오자들의심장에박혀있다.”투쟁의기록인데도비단을짜놓은듯정교하고,일생에한번청소년기에만보고느낄수있는색채와감성이선연하다.“아프지만아프지않고,슬프게도슬픈데슬프지않다.”흩어졌다가다시모이고또흩어지는구름의일생은끝나지않는다.하명희의리얼리즘은정직하고성실하며아름답다.소설가가장인임을그는되새기게한다._오수연(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