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슬픈 구름』은 1989년, 담임선생님이 전교조 문제로 해직되는 일을 겪으면서 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되는 여고생 도은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도은은 자연스럽게 고등학생운동에 발을 들이게 되고, 1991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다. 1991년은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였고, 그리하여 열사들의 희생이 끊임없이 이어진 해였고, 반대로 노태우 독재정권의 악랄한 탄압이 자행되던 해였다. 하명희는 바로 그 불의 1991년을 소설로 그려냈다.
이 소설에는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첫번째 질문 “교사는 노동자인가?”와 두번째 질문 “뭐, 교사가 노동자라고?”
정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정작 두 질문 사이에서 핍박받고 고난받은 건 학생들이었다. 1991년의 희생과 고난이 오히려 패륜으로 몰린 건, 그리고 그 후 학생운동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궤멸적으로 쓰러진 건 다소 엉뚱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바로 정원식 달걀 투척 사건이었다.
옳다고 행했던 일들이 패륜으로 몰렸고, 특히 고등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었다.
하명희는 이 소설 이후 줄곧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 편에 서서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들의 뒷모습’이다. 외롭고 괴로운 것들이다. 외롭지도, 괴롭지도, 그립지도 않으면 사람은 살 수가 없다. 이 세상은 우리가 외면하면서 살아온, 외면하고 싶은, 괴로운 일들이 천지사방에 깔려 있다. 하명희는 그것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줄기차게 그린다. 나는 그게 소설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다. 소설가는 대신 아파해주는 사람이다. 하명희는 대신 울어주기로, 대신 아파해주기로 했고, 그 결심을 지금까지 견결히 실천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첫번째 질문 “교사는 노동자인가?”와 두번째 질문 “뭐, 교사가 노동자라고?”
정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정작 두 질문 사이에서 핍박받고 고난받은 건 학생들이었다. 1991년의 희생과 고난이 오히려 패륜으로 몰린 건, 그리고 그 후 학생운동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궤멸적으로 쓰러진 건 다소 엉뚱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바로 정원식 달걀 투척 사건이었다.
텔레비전에 비친 정원식의 모습은 그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강단을 떠나는 노학자를 조롱하고 조리를 돌리는 철부지 학생들이 저지른 만행의 희생자였다. 매일 톱뉴스로 밀가루와 달걀을 뒤집어쓴 정원식의 사진과 함께 운동권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회 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경대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을 때, 박승희가 분신했을 때, 김영균과 천세용이, 김기설이, 윤용하가, 정상순이, 김철수가 분신하기 전에, 이정순이 굴다리 위 철길에서 몸을 던지기 전에, 김귀정이 차가운 땅에 숨을 박기 전에 딱 정원식만큼만 언론이 보도를 해주었다면. 김지하가 생명선언을 하기 전에, 그 안타까운 죽음들에 돌을 던지기 전에, 박창수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기 전에, 그들의 생명을 존중해주었더라면…… 멀지도 않은 과거가 와르르 무너지며 ‘패륜’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었다.(276쪽)
아무도 비전이 뭐냐고 묻지 않았다. 아무도 이후 고등학생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거론하지 않았다. 그들 앞에는 그것보다 커다란 벽이 있었다. 그것은 텅 빈 벽이었다. 그냥 지나쳐도 되고, 깨부셔도 되는 고3 학생들이 부딪히는 일상적인 고민들. 대학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노동 현장에 들어가야 할까, 들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을 가기에는 그동안 공부한 것이 너무 없었다. 그렇다면 재수를 해야 하나. 누가 우리를 책임지지? 우리는 그동안 뭘 했던 걸까? 고3 수험생이라는 딱지 앞에 사회적 혁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삶, 동학의 아이들은 그것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고, 싸웠고, 밟혔고, 패륜아가 되었다. 패륜아란 단어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 패륜아는 방랑자처럼 고독하고 자유로운 떠돌이로 느껴지기도 했다.(284쪽)
옳다고 행했던 일들이 패륜으로 몰렸고, 특히 고등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었다.
하명희는 이 소설 이후 줄곧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 편에 서서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것들의 뒷모습’이다. 외롭고 괴로운 것들이다. 외롭지도, 괴롭지도, 그립지도 않으면 사람은 살 수가 없다. 이 세상은 우리가 외면하면서 살아온, 외면하고 싶은, 괴로운 일들이 천지사방에 깔려 있다. 하명희는 그것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줄기차게 그린다. 나는 그게 소설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다. 소설가는 대신 아파해주는 사람이다. 하명희는 대신 울어주기로, 대신 아파해주기로 했고, 그 결심을 지금까지 견결히 실천하고 있다.
슬픈 구름 :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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