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

$13.47
저자

이광재

저자:이광재
전북군산에서출생했다.1989년『녹두꽃』2호에단편「아버지와딸」을발표했다.이후수년간쓰지못하다가전봉준평전『봉준이,온다』를썼고,장편소설『나라없는나라』로혼불문학상을받았다.장편소설로『수요일에하자』가있다.

목차


늑대가송곳니를꽂을때
먹을만큼먹었어
매머드
386번지
달세개뜨는행성
검은바다의기억
군산,적산가옥

발문한없이고독하고,한없이사려깊고,한없이도발적인|김형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광재소설의견고한문체에서는시간의파괴적인힘에맞서는단호한저항과분노가느껴진다.무언가가사라져버린세상에서회한과감상을누르고그럼에도묵묵히살아가는사람들의이야기를길어올리는작가의시선에는어떻게해도다말해질수없는침묵과여백의시간에대한속깊은수긍과존중이깃들어있다.“한인간이스며들기를조용히기다려야한다.햇빛과바람이내안에들어와육화되기를기다리듯이”(「늑대가송곳니를꽂을때」)라는작품속소설가의다짐은이광재소설이그자신의밀도와생생함으로이미증명하고있는것이기도하다.그기다림때문에라도더딘걸음은불가피했을수있겠지만,조금은뒤늦게찾아온이광재소설의힘과기품은과작의아쉬움을상쇄할만하다.
표제작인「늑대가송곳니를꽂을때」는주인공‘나’가친구문수,몽골인바타르와함께지프를타고푸르른몽골의초원을달리는장면에서부터시작된다.‘나’가몽골에온목적은이대암에관한소설을쓰기위해서다.“1911년세브란스의학교를졸업한이대암은독립군군관학교를설립하려고울란바토르까지건너와동의의국(同義醫局)을세우고,청나라가퍼뜨린화류병(花柳病)을절멸시켜몽골을구했다.(……)이대암의모습을모니터에담아나가던나는문수로부터몽골까지만날아오라는전갈을받았다.아귀틀어진집을짓는듯한불길함속에서자판을두드리던내게그의전화는구원과같았다.”(10쪽)그러나‘나’가정작몽골에서발견하는것들은이대암의발자취보다는직면해야하는것을하지못하고회피하는스스로의모습이다.여행도중‘나’는기념품을파는게르에서늑대송곳니한쌍으로만든목걸이를얻는다.몽골에서늑대는“야생의것들가운데가장용맹하고헌신적이며목숨을내놓고주어진소임을수행”(30쪽)하는존재다.“호랑이는길들여도늑대는길들이지못한다”(13쪽)는말은‘나’의가슴에깊게남는다.막다른길에놓여있던이대암에관한소설의가닥을다시다잡으며‘나’는다짐한다.“낫이나초승달처럼벼려진송곳니는어둠속에서도찌를듯도드라져조용히울부짖는다.그송곳니를응시하다보면어쩐지늑대의정령은내안으로들어오는것만같다.내가만일늑대라면저앞에웅크린것의목덜미에이제는송곳니를꽂을것이다.”(34쪽)

늑대에관한사유는소설집곳곳에서돋보인다.「먹을만큼먹었어」에선‘토끼우리’와반대되는개념으로‘늑대의길’이등장한다.‘나’는신학대학을마치고군사정권하에서수배된청년들을교회에숨겨주거나밤거리에내몰린이들을도우며이것이늑대의길,늑대의삶이아닌가라는생각을한다.「군산,적산가옥」의백목수는스스로를‘개잡부’출신이라고칭하는데,뜻을묻자이렇게답한다.“개를잡을때말요,그렇게순하던놈도한방에날리지못하면늑대가됩니다.눈빛이파래져송곳니를드러내요.아무리대목이라도잡부는건들지못하는법입니다.”(206쪽)이처럼이광재의소설속에서늑대는야성적인생명력과의지를상징하는것으로불멸성을가지고맥동한다.
그외에도노량진고시원에서안타깝게스러져간젊은영혼에바치는가슴시린애가(「386번지」)에서부터범죄자신분으로한국에끌려와새벽녘꿈속에서가족이있는아프리카의사막을떠도는소말리아민병대출신의아흐메드이야기(「매머드」)까지,소설집에수록된이야기의진폭도크다.몽골초원과북만주를떠돌며이념의시대를돌아보는인물들의생각과언어에는그들자신의내부를향한신뢰할만한공명통이마련되어있다.이광재의소설은가장개인적으로시리게포착된삶의순간조차너와나가함께일구어온역사와현실의시간위에있다는사실을잊지않는다.이성숙한시선의귀환이놀랍고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