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로스쿨(lawschool)을지향하는법학전문대학원의도입은법학교육제도의변화에그치지않고법학그자체에도크나큰변화를가져왔다.무엇보다도실천적인학문의속성을지닌법학의정체성,즉법학이학문인가아니면기술인가에대한논쟁에서그균형추가후자로기울게되었다.특히기초법학의경우법학의학문성에대한의문에서비롯되는법학의위기속에서고사의불안감을떨치기어려운지경에이르렀다.법학도학문인이상실무지향적인기술에그칠수는없다.법학과기초법학의위기때마다주목을받아온법학방법론이지금또다시법학자들의주목을받고있는것도이러한맥락에서이해될수있을것이다.
하지만법학방법론에대한관심과이해는법실무가는물론실정법을전공하는법학자에게도여전히부족하다.법학방법론이법철학이나법이론의영역으로서실정법학자가손댈연구대상이아니라고여기는기존의통념도유효한듯싶다.너무나당연하기에곧잘잊혀버리지만,법의해석과적용에오류가있는판결은하자있는판결로서상급심에서취소된다.따라서법전문가라면누구라도법학방법론에대한기초지식을습득하고개별사건에체계적으로적용하는데에노력할필요가있다.그럼에도대부분의법실무가,그리고상당수의실정법학자는법학방법론에대하여잘모르고관심이없다.이러한무지와무관심에대해서법철학계의책임도적지않다.전통적으로법철학계가미래의법실무가로하여금법학방법론을이해하기쉽게제공하는데에소홀했기때문이다.
이책은법학전문대학원시대에한층더깊고넓게논의되어야할법학방법론을저자의전공인법철학의관점에서논의할의도로서술되었다.그렇다고법학방법론을이론차원에서논의하는데에그치지않으려하였다.우리나라실무에서실제로이루어지는법해석및법적용의방법을분석하고평가함으로써한국적법학방법론의토대를마련하려는데에도고심하였다.
사실오래전부터저자는우리나라의법학자나실무가에게실제로도움이되는법학방법론에관한단행본을구상해왔다.그러면서도독일의논의에편중된접근방법이나시각을벗어나영미의논의까지아우르는체계화된전문서적을고민해왔다.하지만법철학사,법철학입문서를저술하고개정하느라한동안우선순위에서밀려나있었다.그보다는저자가법학방법론에대한체계적인저서를저술하기에는법학방법론에대한이해의폭이나깊이가부족했었다는것이솔직한이유일것이다.
다행스럽게도그사이에우리나라에서법학방법론에대한논의는양적으로나질적으로나풍성해졌다.법학방법론에대한주요논문들을엮은논문집들도여러권출간되었으며,법학방법론이라는제목에걸맞게법학방법론에대한역사적·비교법적분석을시도하는단행본도출간되었다.하지만상당수의문헌은체계성이나일관성의미흡또는부정확한용어사용등의이유로주요개념이나이론을이해하기어렵게만드는한계가없지않았다.
꽤오랜기간동안저자가고민한것은법학방법론에관한교과서적인저술이라고할지라도그성격을어떻게잡을것인가의문제였다.이제막법학을공부하는법과대학또는법학전문대학원학생이나법학방법론에관심을갖는실무가를대상으로법의해석과방법에관한기본이론을간단히설명하고사례를다루는입문서를지향해야할지,아니면주된독자층이법학자또는법학전공대학원생이라는것을전제로법학방법론전반을다루면서고전적법학방법론에대한분석과비판을함께하는전문적인연구서를지향할지를두고고민해왔다.이는단순히독자층의문제에그치는것이아니라집필의방향,폭과깊이와관련된것이기에고민을거듭할수밖에없었다.만일입문서를지향한다면법학방법론의주요쟁점에대한고전적인이론을살펴보고주요판례를소개하고인용하는데에초점을맞추면충분할것이다.하지만전문연구서를지향할경우에는현대적법학방법론까지폭넓게논의해야하고,또관련판례에대한소개내지인용을넘어분석,평가내지비판이뒤따라야하기때문에가독성이떨어질수밖에없다.독자들의예상대로저자의최종결론은절충적으로입문서와전문연구서를겸하도록저술하자는것이었지만,정작마무리를짓고보니입문서라기에는폭과깊이가지나치고전문연구서라기에는폭과깊이가아쉬운결과물이되고말았다.아무쪼록저술과정에서거듭되었던저자의고민이조금이나마독자들에게전달되기를바랄뿐이다.또검토대상이된주요판례야그렇다치더라도,집필의토대가된저자의논문들이길게는20여년이지난터라나름대로최근의연구성과를반영하여수정하려고노력했지만여전히부적절한서술도남아있으리라생각한다.이러한한계들은앞으로기회가닿는대로보완할예정이다.
이와관련하여독자들을위한나름의길라잡이를제공하자면,법철학전공자내지기초법학자들은제1장부터순서대로읽어도무방하지만,법학방법론의초학자들은제2장부터읽기를권한다.어쩌면제2장부터읽고제1장을마지막으로,그것도필요한경우에만읽는것이법학방법론에대한관심과흥미를잃지않을수있는방안으로보인다.제2장도법철학의예비지식이부족한경우에는제2절부터읽는것이좋을듯하다.아예제3장부터읽는것이법학방법론의문외한들에게는더나을지도모르겠다.그리고독자들로서는발췌인용된판결이유만읽기도벅차겠지만,시간이되는대로판결전문을찾아정독하면서심층적으로이해해주면좋겠다.
그리고외국문헌의인용과관련하여미리양해를구하고자한다.초학자들이그러하듯저자역시법학을공부하면서원서보다번역서를먼저접했고학습과연구에많은도움을받았다.그런데일부번역서는부적절한용어선택이나부분적인오역을떠나도대체그내용을이해하기어려운번역도적지않아차라리원서를직접참조하는것이나을정도였다.물론그로부터30년이훌쩍지난지금외국문헌의번역은과거와비교할수없을정도로높은수준에도달하여대부분그내용을이해하는데에지장이없다.그럼에도여전히번역이불만스러운번역서가없지않고또낡거나아예절판된번역서도적지않아이를인용하는것이오히려독자에게불필요한번거로움을안겨줄수있다고생각하였다.그렇다고양질의번역서만을선별하여인용하는것은주관적인편견이작용하는것같아저자는일률적으로번역서가아닌원서를인용하기로하였다.결코번역의노고나번역서의학문적가치를폄훼하는것이아니니힘들게번역서를출간하신동료학자들께서는오해하지않으시길바란다.
이책역시저자의다른책과마찬가지로한국법철학회회원들을비롯한법철학및법학방법론연구자들의선행연구에크게빚지고있다.이제는돌아가신스승심헌섭선생님을비롯한원로학자들의연구는이책의초석이되었고분석력과통찰력을갖춘중진및신진학자들의연구는이책의기둥이되었다.물론이책의흠과한계는오로지그연구성과를제대로소화하지못한저자의허물이다.아울러다양한법적쟁점에대한토론을통해이책의밑거름을제공해준중앙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의동료교수들께도감사드린다.또법학방법론세미나의토론과초고교정을통해저술의마무리를도와준이승엽,정성훈,여재호군을비롯한법학전문대학원원생들에게도감사드린다.그리고흔쾌히출간을허락해주신박영사의안종만회장님,안상준대표님과조성호이사님,편집을위해애써주신심성보편집위원님께도진심으로감사드린다.끝으로다른듯같은길을걸으며늘곁을지켜주는동반자은영(銀榮)에게고마움을전하고싶다.
2024년2월흑석동연구실에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