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집 (전경린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자기만의 집 (전경린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7.51
Description
“반복되는 공허한 날들 속에서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을까?”
삶의 모순과 존재의 심연을 파고드는 작가 전경린의 귀환!
삶을 꿰뚫는 감각적인 문장을 쓰는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목소리. 전경린의 장편소설 『엄마의 집』이 출간 18년 만에 개정판 『자기만의 집』으로 독자를 만난다. 절판된 뒤에도 독자들은 책 속 문장을 SNS에 공유하며 감상을 남겨왔다. 누군가는 실패한 사랑의 아픔을, 또 다른 이는 흔들리는 가족의 불안을, 혹은 방향을 잃은 정체성의 혼란을 이 책의 문장들에 비추어보며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그렇게 이 소설은 긴 시간 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 머물렀고, 변하지 않는 울림은 개정판 출간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어느 날 아빠가 스물한 살 대학생 호은을 불쑥 찾아와,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 윤선에게 맡겨달라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소식을 접한 윤선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당황하지만, 곧바로 호은과 승지 두 사람을 데리고 사라진 아빠를 찾아 고속도로를 달린다. 집과, 직장, 친구를 찾아 행적을 추적하지만, 발자국만 남긴 채 멸종한 공룡처럼 아빠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하는 수 없이 호은, 그리고 윤선과 승지 세 사람은 윤선의 집으로 되돌아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그곳에서 호은은 부유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갈 자신만의 미래를 조금씩 그려나간다.
소설에서 말하는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고난과 시련을 견디는 힘이면서, 동시에 매일의 일상을 가꾸어가는 자기만의 태도이다. 소설은 한 사람의 가치관이 오롯이 담긴 집이라는 공간에서 문제적 삶을 긍정하는 용기, 내일을 설계해 나가는 여성들의 의지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설은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제시하며, 자기 존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단단한 희망과 위로의 언어를 건넨다.
저자

전경린

저자:전경린
사랑과상실,욕망과모순으로뒤엉킨복잡한인간내면과관계를탐구하는작가.1995년중편소설「사막의달」이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한후,줄곧삶의균열속에서자기만의길을모색하는여성의생애를그려왔다.작품곳곳에묻어나는섬세한문장과깊이있는통찰은인생의뼈아픈모순들을적나라하게밝히며강렬한여운을남긴다.
한국일보문학상(1997),문학동네소설상(1997),21세기문학상(1998),대한민국소설문학상대상(2004),이상문학상대상(2007),현대문학상(2011),현진건문학상(2016)을수상했다.
[장편소설]
『아무곳에도없는남자』『내생애꼭하루뿐일특별한날』『유리로만든배』『열정의습관』『검은설탕이녹는동안』『황진이』『언젠가내가돌아오면』『풀밭위의식사』『최소한의사랑』『해변빌라』『이마를비추는,발목을물들이는』『이중연인』
[소설집]
『염소를모는여자』『바닷가마지막집』『물의정거장』『천사는여기머문다』『굿바이R』
[산문집]
『그리고삶은나의것이되었다』『나비』『사교성없는소립자들』
[동화]
『여자는어디에서오는가』접기
수상:2010년현대문학상,2007년이상문학상,1999년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이수문학상),1997년문학동네소설상,1996년한국일보문학상,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

목차

방문객
아빠는어디에있을까?
물속반딧불이정원
생일파티의구성원들
니니와윙윙
국제어두운밤하늘협회
일요일의통증
유전
순간들의심연
내존재의강물
에필로그레몬
초판작가의말
개정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생의모순을직조하는작가전경린의귀환!
시대를앞서출발해마침내우리앞에도착한질문
존재의모순과균열을깊이응시하며한국문학에독보적인목소리를더해온작가전경린.그는시대가요구하는전형성과틀에얽매이지않고,인간의가장내밀한감정을섬세하게포착해왔다.특히가족이라는이름으로묶인관계의진실과허상,사랑이라포장된집착과자유사이의경계를언제나날카롭게파고들었다.쉴틈없이몰아붙이는전경린의문장은반복되는일상의관성을깨뜨리며,애써외면했던질문과정면으로마주하게한다.

"시처럼아름다운문체로언어의매력을일깨운다."영국출신의한국문학번역가소피보우만은가장사랑하는한국작가로전경린을꼽으며이같은찬사를건넸다.이동진영화평론가는전경린의소설속구절이너무마음에들어"책장을찢어"가지고다니며읽었노라고백한바있다.SNS에는"전경린의문장만으로힘겨운시간을버텨냈다"“작가전경린은몰라도전경린의문장은모르고지나칠수없다”라는독자들의열렬한간증으로넘친다.이처럼그는시대를초월하는언어의근원적아름다움을선보이며독자들의영혼깊숙한곳을어루만진다.

그런전경린의장편소설『엄마의집』이출간18주년을맞아『자기만의집』이란새이름으로다시독자를만난다.이책은출간직후부터지금까지수많은이들의마음에고요한파문을일으키며,시간이흘러도변하지않는인생의본질을담아낸작품으로평가받아왔다.더욱이가족이란테두리가흐릿해지고사랑의의미가불투명해져삶의목적과존재이유를찾기어려워진지금,이소설은처음출간되었던2007년보다더욱답이절실한질문을우리에게던진다."우리는가장본질에가까운자기자신으로살수있을까?"

“진짜어른이되면말이야.타인에게서사랑을바라지않아.”
―자신의가장내밀한상처와치부를직면하고서
이윽고세상을향해내딛는스물한살의첫발걸음
이야기는뜻밖의만남으로시작된다.어느화창한오후,엄마와오래전에이혼한아빠가트럭을몰고불쑥호은앞에나타난다.그러고는중학교2학년인이복동생승지를엄마윤선에게맡겨달라는알수없는부탁만남긴채홀연히사라진다.갑작스러운요청에윤선은당황하지만,이내호은과승지를차에태우고사라진아빠를찾아고속도로를달린다.집과직장,오래된친구들찾아추적하지만,발자국만남긴채멸종한공룡처럼아빠의행방은묘연할뿐이다.

끝내아빠를찾지못한채다시윤선의집으로되돌아온호은은윤선,승지와함께기묘한동거를시작하기에이른다.고속도로위에서,그리고윤선과승지사이에서,갓스물을넘긴대학생호은은부모와함께살았던시절을떠올리며오래된기억의파편사이를헤맨다.자신이손쓸틈도없이흔들리는가족관계,오해와질투로엇갈렸던마음과그래서어려운사랑,막막하고두려운미래까지.호은은자신을둘러싼세상을이해하기위한‘정답’을묻고또묻는다.

수많은질문끝에호은은한가지사실을깨닫는다.겉보기엔모두가비슷하게사는듯보이지만,사람들에겐저마다끝끝내건너야할“인생의강”이있다.사는게이토록힘든이유는미숙해서가아니라,나자신으로살아가는법을처절하게배우고있기때문일지도모른다.사람은누구나각자의방식으로고독과혼란을견디며살아간다.하지만서툴게내딛던발걸음도쌓이면결국엔하나의길이될수있다.어쩌면그길이곧자기만의집은아닐까.

"혼자가외롭다는건,사람들이하는가장큰오해야.
사람은자신으로존재할수없어서외로운거야.”
―인생의모든슬픔과의문속에서
제한존재를버틴다는것에대하여
작가는이소설을통해삶의본질이결국'문제를안고살아가는것'임을보여준다.인생의굴곡을받아들이고,모순을인정할때우리는비로소자신의본질에가까워진다.자식이라할지라도부모의선택을전부이해할수없다.상대에대한사랑이때로는집착이란오해를낳아관계를파탄으로이끌며,토끼에게이름을붙여기르는낯선이복동생과도자매가될수있다.호은은굴곡진관계를하나씩인정하면서,자신역시모순속에서살아가는존재임을받아들인다.

삶의본질은문제를사는것입니다.곳곳에서모순을보면서도굴절을받아들이고문제를찾아다녀야합니다.목에걸린가시같이모순을인정하는것입니다."_《채널예스》작가인터뷰중에서

소설에서말하는'자기만의집'이란단순히벽돌과시멘트로지어진물리적인장소를의미하지않는다.그곳은자신의결핍과상처,실패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살아가는법을배우는공간이다.동시에한사람이온전히깃들수있는안식처이자,자아를찾아가는성장의터전이다.자기만의집을찾은호은이더이상잃어버린것을그리워하며아파하지않고,구할수없는정답을찾기위해방황하지않듯이.

"생명은내게시어빠진레몬따위나줄뿐이지만,나는그것을내던지지않고레모네이드를만들것이다."_278쪽

소설의마지막에이르러호은은다짐한다.그것은대책없는낙관이아니라,쓰디쓴현실조차외면하지않겠다는단호한결의이다.완벽하지않기에더욱빛나는생의기록,『자기만의집』은우리에게묻는다.당신의삶은지금,어떤모습을하고있느냐고.인생이라는미완의설계도면앞에서우리는모두서툰건축가일뿐이다.전경린만의예리한문장들로빛나는이소설은삶이낯설고서툰이들에게건네는따뜻한위로이자,각자의방식대로집을지어가도좋다는은은한허락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