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파먹다 남긴 밤은 캄캄하다 - 푸른사상 시선 180

달이 파먹다 남긴 밤은 캄캄하다 - 푸른사상 시선 180

$12.60
저자

조미희

출간작으로『달이파먹다남긴밤은캄캄하다』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혼자앉아있는사람
드림캐처/내이를물고간새는/우리,가깝고도먼/혼자앉아있는사람/사라지는동네/거울이깨지고그틈에서우리가자랐다/달과여자와맨드라미/목련여관/당신은앞에서있고나는뒤에서자주운다/미역국먹는아침/시간을휘젓는숟가락이있어/해변에두고왔다/벚나무밑의자/옥수수가자란다

제2부눈사람
서울특별시/어려운문제/눈사람/눈꺼풀에깃털을다는여자/밤의부엉이에게/물병속의오아시스/방충망너머/자본주의/담장속의아이들/더위/이터널/산책의영역/검은숲,발랄한생쥐/비/달이파먹다남긴밤은캄캄하다/어제의기분과오늘의날씨

제3부행복을찾아서
불안/그늘에기댄날들/이를닦으며생각하는것들/행복을찾아서/꽃사과나무집/사진찍는사람들/픽션/여름이야/밥의온도/옛날약속이지나간다/지붕의노래/에덴의동쪽/병원복도/착한사람은어디갔나/위무

제4부수국지는오후
청명(淸明)/수국이지는오후/배웅받지못하는날을위한연습/모를것이다/와사풍/두고온방/북향집/사수자리/유전(遺傳),유전(油田)/가난한내가가난한시를쓴다

작품해설:가난한시가품은지금이곳의현존-이병국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너무빨라서따라갈수없는세상속에서
슬픔은매일매일커지는데
세상살아가는방법을이렇게살아냈어도모르겠다.
슬픔을어떻게표현해야할지,
슬픈사람을어떻게대해야할지,
슬픔을대하는태도를모르겠다.

사라져가는마음과
사라져가는사람들과사라져가는풍경들을
기억하고싶다.

그래서밥도되지않는시를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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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조미희시인은달이파먹다남긴캄캄한밤에자신은물론이고가난한사람들을발견한다.풍요로운고층빌딩의그림자속에숨겨진그들은한여름이라도추울수밖에없고아픈곳도보여주기싫어한다.어둠의옷을더편하게여기고,부러지지않은희망을지니고있지만뿌리를키우지못한다.시인은그들의가난을외면하거나자신의가난에함몰되지않고오히려자신을키워온것이가난이라고당당하게노래한다.가난한꽃과가난한낙엽과가난한근로계약서와가난한밥을움켜쥐고기적같은시를쓰는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교수)

작품세계

조미희시인은“예민하고섬세한”시선으로“시대의뒷문으로흔적없이사라지”는존재를돌본다(「사라지는동네」).이는고통과좌절로점철된‘도심한복판’에위치한‘문명에서의오지’의감각을내면화한채도시변두리라는존재의거소를살펴본첫시집『자칭씨의오지입문기』에서부터엿볼수있다.이러한감각은“계단끝까지오르는거친숨결”로“줄기가휘어진모퉁이”에서“가난”을경험해본이의상실의체험에서연유한것인지도모른다(「정박」,『자칭씨의오지입문기』).그와같은도시빈민의고단한삶과그누추(陋醜)는이번시집으로이어지며,그러한삶을살아가는존재의곁에서시인은“오래앓다보면때론아픔도궁금해져기다리기도”한다면서그아픔의“더안쪽어디쯤에서/집을짓고밭을경작하고있”는삶의양태를다독인다(「내이를물고간새는」).그리고스스로를‘드림캐처’로자리매김하며“아무도너의꿈이춤추는걸방해하지않”(「드림캐처」)기를바라는마음을곁에둔다.고통속에서도새로운가능성을어루만지며존재로하여금좌절하지않기를바라는마음.비록유년의아름다운순간은상실했지만,그때를기억하며존재의현존을위무하고미래를재정립할수있도록소박한옹호를수행하는의지.“하얀눈길같은종이위에”(「가난한내가가난한시를쓴다」)쓰인시는시인의마음과의지로충만하기에‘가난한시’에머물지않는다.(중략)
조미희시인의시가“가난한시”가될수없는이유는“선량”을찾는수행이기때문이다“.선량”은선하고어진성품뿐만아니라무엇이옳고그른지를판단하고옳음을실천하는능력에가깝다.그런점에서자본주의사회가가난을존재의실체값으로만들어삶을고단하게하여도강제된욕망에복무하는‘우리’가아닌다양한,지금이곳의현존을포용하는‘우리’를실천코자하는시인의시는결코가난할수가없다.마빈하이퍼만이비비안마이어의사진을두고“모순을포용하고,세상과거리를두는동시에가까워지고,존재와부재사이에서균형을맞추는능력이고스란히드러난다”고했던것처럼조미희시인의시역시세계가강제하는모순속에서다양한‘우리’의양태를포용하고그거리를조절하는한편,존재와부재사이에서균형을맞춰지금이곳의‘우리’를모색함으로써앞으로나아가도록이끈다.그길이비록달이파먹다남긴밤처럼캄캄할지라도조미희시인을따라여기까지온우리는“가장보편적인사회”너머“선량”한개인의평범한일상이구축할‘우리’의희미한빛을어루만질수있을것이다.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