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숨겨진포근한동화같은이야기”
‘청량리에서출발하는전철을타면젊은잡이가산다/천안까지는한참이지만쇠장대에매달려손내미는잡이가산다그는그동안누구의손을잡았을까//(생략)//삶에치여쉬고싶어도쉬지못한사람일것이다아무도잡아주지않던그를잡이는누구보다도꽉쥐었을것이다’
-「잡이」중에서
‘두어계절을견딘꽃은/누구보다여린꽃이다//사랑하는이다떠나보내고도/아직저물지못한탓에’
-「배롱나무」중에서
‘전철을타면젊은잡이가산다’며그대상을의인화하거나,‘두어계절을견딘꽃’에감정을불어넣는등김태석시인의시는주변세계를부드럽고소박한은유로묘사하여읽는이로하여금시속으로편안히빠져들게한다.첫장인[제1장-아무도모를거야,날만든하늘조차도]에서그대상이작고보잘것없는존재로향하는가하면,마지막장인[제5장-한끈으로묶여함께시들고싶어]에이르면점차그의가까운존재에게로시선이옮겨가는것을포착할수있다.
“뜨거운한여름밤사랑의감정이솔솔”
‘그때처럼여전한동백꽃향스미면/늑골사이사이피어나는동백꽃/이내부푸는벅찬가슴/그어디엔가너피워냈노라고’
-「제주동백꽃」중에서
‘들숨과날숨의소요는/출렁이는오로라의신비요,/하늘아래작은온실속/잠못이루는행복이었습니다’
-「어미새」중에서
‘나의밤은적막한호수/당신에게로자맥질하는작은몸짓은기어코겹겹이파문으로일었고//너를떠올린무수한그리움은/우주를채달아나지못하고별이되었다’
-「별들의기억」중에서
이별조차따스하고애틋하게그려내는그의시는우리의마음에잔잔한감동을선사한다.‘늑골사이사이피어나는동백꽃’으로묘사되는‘너’는‘하늘아래작은온실속/잠못이루는행복’을주는존재지만,사랑만큼커진‘그리움’은‘우주를채달아나지못하고별’이되어화자의삶에영원히자리한다.이처럼한여름밤뜨거운첫사랑의아프고설레는감정은『발밑의들꽃』에서자주목격되는데,이시집을몰입해읽고돌아서면「생선하나없이고요한집」中‘갈마음없는텅빈걸음엔고래만한자국이남는다’는그의표현처럼한없이깊은잔상이독자의마음한편을가득채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