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에서 만나 - 도넛문고 4

아지트에서 만나 - 도넛문고 4

$14.00
Description
꼭 지켜 주고픈 친구를 만났다
서로의 등에 기대고 선 두 사람의 이야기

혼자서는 견딜 수 없었던 매일
서로를 위해 희망을 싹틔우다
선우는 학교에 도착해서도 속이 편치 않다.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혹시 아빠가 또 엄마를 때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수능도 아니고 중학교 쪽지 시험 앞두고 미역국을 먹으면 어떻고, 냉잇국을 먹으면 어떻단 말인가. 사실 선우가 기억하는 첫 순간부터 그랬다. 아빠는 조그만 트집거리만 있으면 엄마를 구석으로 몰아붙였고, 기어이 엄마 몸에 멍 자국을 냈다.
지유는 목소리가 작다.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든다. 아무 문제가 될 것 없는 성격일 뿐이지만 문제는 엄마가 이걸 모른다는 것,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경질적인 엄마는 언제든지 자기가 부를 때면 지유가 즉시 큰 소리로 대답하기를 요구했고, 지유가 미처 듣지 못했거나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을 때에는 그때마다 운이 좋으면 불호령이, 운이 나쁘면 손찌검이 날아들었다.
긴긴 터널 같던 하루하루, 혼자서는 작은 희망도 찾지 못했던 선우와 지유가 만나면서 두 사람과 두 가족은 변화를 맞이한다. 선우와 지유는 도망칠 수 없었던 폭력으로부터 서로를 지켜 줄 수 있을까?
저자

최유정

광주에서나고자라광주민주화운동의시발점이된전남대학교를다니면서작가의꿈을키웠습니다.2007년중편동화「친구」로제5회푸른문학상‘새로운작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해,이듬해장편동화『나는진짜나일까』로제6회푸른문학상‘미래의작가상’을잇따라수상했습니다.

내가어떤사람일까,늘궁금합니다.그래서나와내주위를들여다보고글로표현해공유하는일을중요하게여깁니다.강아지라온이를산책시키고발을씻기는일,독립해사는아이들에게음식을만들어보내는일도내게살아갈힘을주는소소한일상입니다.때로일상은내글의짧은장면이됩니다.앞으로도일상과탐구와공유를소중히여기며즐겁게글을쓰는사람이되고싶습니다.

지은책으로『이놈할아버지와쫄보초딩의무덤사수대작전』,『늘푸른원터마을에서강라찬올림』,『녹두꽃바람불적에』,『숨은친구찾기』,『아버지,나의아버지』,『사자의꿈』,『박관현평전』등이있습니다.

목차

미역국
고양이인형
위선
진짜고양이

미움
대물림
결심
시퍼런꽃
아지트에서만나
바로지금
괜찮아
쉼터
선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순식간에현실에서소설로,
몰입감속에서꽃피는메시지

‘몰입감’이라는한단어면이소설의꽤많은부분을표현할수있다.인물들의말과행동뿐아니라선우와지유가느끼는감정,집안공기의무게까지도세세하게전달되어독자는마치그현장에함께있는것처럼느끼고두주인공과함께호흡한다.
어느소설이나이런생생함은읽는재미를한층더해주지만,특히나《아지트에서만나》에서는이몰입감이더더욱중요한역할을한다.적당한긴장감으로조금느슨하게묘사했더라면오히려더읽기괴로웠을두주인공을향한폭력과처절한몸부림이온전한몰입과만나는순간독자는소설의주제와메시지에성큼가까워진다.
다시말해그저주먹을꼭쥐고두주인공을응원하며한권을다읽으면자연스럽게소설이하고픈말이뭔지알게된다는것이다.좋아하는가수의노래를일부러외우려하지않아도금세머릿속에각인되는것처럼.굳이소설속에서무언가를찾으려애쓸필요없이,자리에차분히앉아찬찬히이이야기를읽어보자.

다시소설에서현실로,
폭력에맞서는애정어린관심

자신의어려움뿐아니라서로의아픔까지도감싸주려노력했던두친구의이야기를다읽고나면문득지금껏내가푹빠져있던이야기가비단소설속에만존재하는것이아님을떠올리게된다.뉴스와기사에서숱하게봤던여러사건들이떠오른다.그다음엔내주위와내안을들여다본다.도움이필요한누군가를외면한적이없었는지,지금이라도나의손길을기다리는사람이있지는않은지.마음을불편하게하고화까지치밀게하는데도이런소설이필요한이유는분명히있다.약자를향한폭력은끊임없는관심과애정만이막아낼수있기때문이다.
아무도관심을두지않았던지유목덜미의멍자국을발견한선우가용기를내지유에게다가갔기에,홍씨할아버지가아파트에사는많은사람중선우를늘지켜보고있었기에두친구는한줄기희망을붙들수있었다.이소설은조금무섭더라도,내갈길이바쁘더라도그냥지나치지말자고,기꺼이손을내밀자고제안한다.

책속에서

“미역국을먹이다니….”
단계시험을형편없이치르고온날이었다.엄마를탓하는아빠에게시험이너무어려웠다고,한번도접하지못한문제가수두룩했다고선우는차마말하지못했다.미역국을시작으로아빠가엄마에게퍼붓는힐난이독화살처럼느껴졌고,입을열기만해도아빠의독화살이저를겨눌것같았기때문이었다.
“하는일마다당신은.”
---「미역국」중에서

선우가저도몰래탄식을뱉어냈다.지유목덜미에있는커다란점때문이었다.아니그건절대점이아니었다.점점옅어지고지워지며넓게퍼져나가고있는푸르스름한흔적은선우가내내보고자란아프디아픈꽃이었다.
---「멍」중에서

고양이등허리를쓰다듬듯지유가제손목,이제막푸르뎅뎅해지기시작한멍자국을매만졌다.
“예쁘지?처음엔이런색이아니었어.엄청붉은색이었다가하루이틀지나면시퍼레져.시간이흐르면물이흘러가는것처럼시퍼런색이점점번지기시작하지.계속보고있으면아무것도없는땅에꽃한송이가피었다지는것처럼보여.”
---「결심」중에서

“잘못했어요.”
엄마때문이었다.접착제로붙인듯열리지않던입이엄마때문에열려버렸다.아빠는선우가잘못했다고빌지않으면엄마를가만두지않을것이었다.
---「시퍼런꽃」중에서

찰싹,지유오른쪽뺨에엄마손이와닿았다.그런데아프지않았다.엄마말처럼엄마는힘이없는게분명했다.지유눈에물기가차올랐다.지유는제가슬픈게힘이없는엄마때문인지,뺨을맞았기때문인지헷갈렸다.
---「쉼터」중에서

몇달전,자기를때린아빠품에안겨있는엄마를봤어.아빠가잘못했다고,다시는안그러겠다면서막울더라.그런아빠도이상했지만,난엄마가더이상했어.불쌍한듯아빠등을엄마가막쓰다듬었거든.엄마가아빠를더꼭끌어안았어.난엄마가미웠어.엄마가그러는게무서웠어.
---「쉼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