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아

세계의 고아

$12.00
Description
2023년 심훈문학상 수상시집!
2023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한 송용탁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이자 회화, 아트필름 및 독립영화 작업을 병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도 시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써내려간 78편이 이번 시집 『세계의 고아』에 수록되어 있다. 제1부 떠난 것들의 초대, 2부 습관성 죽음에 대하여, 3부 타의적 발견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서 송용탁 시인은 고독과 슬픔, 꿈과 몽상이 가득한 시적 모험의 세계를 선사한다. “외로운 질문”에 맞서 “혼자라는 내부를 그려보고 싶었”(「세계의 고아」)던 시인이 세계에 보내는 답장이기도 하다.

송용탁은 타인과 사물과 자신을 낯설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범상하지 않은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시로 구현해낸다. 바로 이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가 후보작 가운데 제일 ‘좋은 작품’임에 동의하였다. 이와 같은 판단이 일시적으로만 적용되지 않음을, 송용탁이 이후의 시 쓰기로 꾸준히 증명하기를 기대한다. _김근·안현미 시인, 허희 평론가 (심훈문학상 심사위원)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에는 가족과 연인이 빈번히 등장하지만, 그들이 지금은 여기에 없어 부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에 한때 존재했거나 미래에 어쩌면 가능할지 모르는 관계들이다. “아빠가 보이지 않”고(「척력」), “몸도 없이 우는 사람”(「맘」)인 엄마 역시 자주 사라지거나 이미 없는 사람이며, 동생은 “태어난 적 없”(「답시」)지만 화자는 그에게 생일을 만들어준다. 화자는 혼자서 “유예된 시간을 모아 몸을 데우고”(「떨켜」) “왜 나는 맨몸으로 살 수 없을까”(「깃의 원정」)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가 타인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점점 더 고독해지고 슬퍼지지만 그래도 그는 “우리는 여기에 있었다”(「피에타」)는 사실을 간직하는 사람이다. 그 사실이 화자를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할지라도 그것이 그가 갖는 긍지일 것이다.

“세계, 내 언어 속에 서라”_‘시인의 말’에서
“시를 걷는 자는 충분한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_「위작」에서
“못다 한 말들이 계속 출렁거렸다”_「곶串」에서

많은 시인들이 그런 것처럼 송용탁 역시 끝없이 언어와 삶을 탐구하는 연구자이다. 202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목다보」에 대해서는 “상상의 폭을 넓게 두면서도 적확한 시어를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이 상상과 언어 속에 삶의 비의와 존재의 근거를 담아내고자 하는 치열함”(심사위원 이영춘·이홍섭 시인)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독경」에서는 단단한 세계에 가로막힌 자신의 언어를 가꾸는 숲지기가 등장한다. “그는 계속 자신이 가꾼 언어의 숲이 불타오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거듭 그을린 언어를 건져낼 것임을 안다. 그 자국이 오래도록 우리의 슬픔을 끌어당길 것임을 믿는다. 그리하여 이 모든 세계가 불타오르게 된다 하여도 그것이 단지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믿게 될 때까지. 당신이 계속 탄생할 것을 믿는다.”(임지훈 문학평론가)
저자

송용탁

저자:송용탁
2020년제3회남구만신인문학상.2021년5,18문학상신인상,제4회직지신인문학상,제13회포항소재문학상대상수상.2022년강원일보신춘문예시부문당선,제10회등대문학상우수상,제21회김포문학상우수상,제16회해양문학상동상,제6회서귀포문학작품공모수상.2023년심훈문학상수상.작은시집『섹스를하다딴생각을했어』(리디북스,2022).문학동인Volume회원.

목차

시인의말

제1부떠난것들의초대
세계의고아/척력/봄잠/진찰/편도/맘/피에타/사다함―한번밖에생을받지않은자/결/목다보/빈산에편지만놓고갔어요/바람역/야반도주/미장센/아프락사스/사루沙漏/호문쿨루스/연금술사/크로키/한견/부엔까미노/위작/포르노/내말들은너무완곡적이고―네몸들은너무직설적이야/로시난테/둘시네아

제2부습관성죽음에대하여
무한의꽃,기도,샤먼들/기차가당신등뒤에서멈췄다/모린톨로가이홀/바가모요/탈의―의심하지않고/그날단지여름만살았네/대성당들의시대/일곱으로가는길/야수가깊다/핼러윈/위리안치/피랑/있었습니다/악보의입장/손가락이길어지면/발단/서쪽으로부르는노래/야간비행/구우/점의은유/연오랑유문/슈루비듯디아니ㅎㆍ여/깃의원정/예후/직업/답시

제3부타의적발견
독경/투신/떨켜/낱개/반대차선을지나가는엠뷸런스를본순간나는/SayYes/저꽃은무얼만지다왔는지/앨리스프로젝트1―붉게달궈진주전자를상상하세요/앨리스프로젝트2―냉장고뒷문을찾으시오/앨리스프로젝트3―시간의부피를증명하시오/앨리스프로젝트4―불편한것은당신뿐/앨리스프로젝트5―TV는사랑을싣고/1인칭의오류/먼먼/여수旅愁/스모스코/초대가늦어서미안해―그만하자말한후피우는담배는어떤맛이야/미타쿠에오야신(MitakuyeOyasin)―안녕이라는이방인에게/뱀을지켜라/블淚투스1―부재중전화/블淚투스2―부디/씽크홀―Thinkhole/곶串/테라포밍/돌입/사막고래

해설:타버린너의숲을우리오래도록_임지훈(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세계,내언어속에서라”_‘시인의말’에서
“시를걷는자는충분한비밀을가지고있을까”_「위작」에서
“못다한말들이계속출렁거렸다”_「곶串」에서

많은시인들이그런것처럼송용탁역시끝없이언어와삶을탐구하는연구자이다.2022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당선된「목다보」에대해서는“상상의폭을넓게두면서도적확한시어를찾아내고자하는노력,그리고이상상과언어속에삶의비의와존재의근거를담아내고자하는치열함”(심사위원이영춘·이홍섭시인)이돋보인다는평을받았다.

「독경」에서는단단한세계에가로막힌자신의언어를가꾸는숲지기가등장한다.“그는계속자신이가꾼언어의숲이불타오르는것을보게될것이다.그리고그속에서거듭그을린언어를건져낼것임을안다.그자국이오래도록우리의슬픔을끌어당길것임을믿는다.그리하여이모든세계가불타오르게된다하여도그것이단지끝을의미하는것은아님을믿게될때까지.당신이계속탄생할것을믿는다.”(임지훈문학평론가)

책속에서

혼자라는내부를그려보고싶었다//내안에서나를부르는사람이있다//저꼬리는얼마나즉물적인가//공중이혼자돈다//깜박깜박흰눈동자가켜질때마다//얼굴도모르는엄마가웃었다
---「세계의고아」중에서

땀이멈추지않는건여름만충실하다는증거입니다//나는있어도잊지않아서지겨운말들뿐//내가보낸말들은철새처럼돌아보지않았어요//더운사람들이태어나는더운지하철입구에서//나는다른이들과다른방향으로악수를합니다//초벌로데운소매를쉽게버리지못해요//외롭기위해악수하는사람같아요
---「그날단지여름만살았네」중에서

굴러떨어지는말들을그냥내버려둔다.크게숨을참고한숨을만드는시간이었다.살다보면숨쉴수없는곳에서도숨쉴수있게된말들이있다.수몰된자리에서이토록따듯한지붕들을이해하기위해쉬운감탄사보다욱신거리는종아리가좋았다.
---「피랑」중에서

노인들은서로의비석이되어등을쓸어준다.마주보고웃고등을대고웃고굽은등을만지고손바닥이볼록해지면햇빛이부드럽게모일것같았다.손을뒤집으면눈물도받아줄작은종지가될것같았다.서로에게무엇이든될것같았다.남의이로섭식을하고남의이로발음을만든다.이골목에모여남은입술로휘파람을분다.기록되지않을말들을주워담아돌위에새겨주고싶었다.//결국/나는묘지기가되기로했다
---「직업」중에서

이런말들을좋아하고내가슬퍼하는것들을존중하기위해사람보다더좋은것들이탄생하고허약한사람이나를붙잡고그런나는사람에게먹히고사람의식사를관찰하는고양이고양이사랑하는것들을먹을때나는소리고양이고양이
---「초대가늦어서미안해―그만하자말한후피우는담배는어떤맛이야」중에서

카페큰창앞에서면알수있다.무수한엽록소가유리를키운다는것을.채광이잘될수록투명의세계가사람들을몹시껴안았다.창은넓은투명으로햇빛을통과하고그림자는사람들주변으로흩어졌다.행복한사람들은다시도란도란앉아행복하지않은것들을서로나누고있었다.
---「투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