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파, 파, 파

도레미파, 파, 파

$9.00
Description
애지문학회 회원들의 시 작품들을 모아 엮었다.
저자

김늘외

지혜사랑시인선{도레미파,파,파}(김늘외)는애지문학회회원들인남상진,김정원,조영심,박은주,김은,권혁재,박수화,조성례,오현정,이영식,조옥엽,박정옥,임봄,김늘,정가을,탁경자,유계자,곽성숙,김혁분,최혜옥,임현준,임덕기,강우현,김지요,황정산등의열세번째사화집----{나비,봄을짜다},{날개가필요하다},{아,공중사리탑},{버거씨의금연캠페인},{떠도는구두},{능소화에부치다},{엇박자의키스},{고고학적인악수},{혁명은민주주의를목표로하는가},{유리족의하루},{버려진다는것},{어떤비행飛行}에이어서----이된다.이25명의시인들은서정시를쓰는시인도있고,자유시를쓰는시인도있다.정신분석학적인측면에서시를쓰는시인도있고,자연과학적인측면에서시를쓰는시인도있다.낙천적인시인도있고,회의적인시인도있다.저마다제각각사상과취향이다르지만,그러나모두가다같이우리인간들의행복한사회를꿈꾸며,‘시인만세’인시세계를열어나간다.

목차

애지문학회제13집
도레미파,파,파를펴내면서 5

애지문학회원

남상진
데린쿠유에서온여자 12
새벽이없다 14
김정원
돈오점수 16
평화 17
조영심
시월의봄 18
피아노맨 20
박은주
혼자걷는밤 21
삭제버튼을눌러도로그가남는것처럼 23
김은
트롤리trolley 24
낙엽태우던날의기록 26
권혁재
사라진광장 27
통행금지 28

박수화
노랑주전자겨울마차덜컹덜컹달려가는풍경 29
시간의얼굴─이육사풍으로 31
조성례
황무지에피는꽃 32
바람의터 34
오현정
사차원의뒤뜰 35
너의즐거운고백 37
이영식
두부를건너는여자 40
폐가의식사법 42
조옥엽
알루미늄역사서 44
壽 46
박정옥
말방 48
그해읽은책 49
임봄
사구砂丘 51
지상의천사 53

김늘
도레미파,파,파 55
본명 57
정가을
음악분수 59
구겨신은운동화뒤창으로걸어들어온한줄기빛살에게 60
탁경자
동행 61
105호병실 62
유계자
오래오래오래 63
바다회사 65
곽성숙
분꽃마을 67
애자씨 68
김혁분
주식株式,주식主食 69
아무일아닌것도걱정이되는 71
쓰-윽 72
최혜옥
보바리부인의열애기 74
술 75

임현준
선잠─아라홍련 77
임재승 79
임덕기
대나무 81
시간의뒤편 83
강우현
폐허의경고 84
원판변형의법칙 85
김지요
아보카도아보카도 87
TGYK24 89
황정산
걸려있다 91
블랙미러 92

부록

반경환명시감상 96
─천양희,박준,이영식,남상진,유계자,
조영심,오현정,최혜옥,임현준,김지요,조옥엽,김늘

출판사 서평

지혜사랑시인선{도레미파,파,파}(김늘외)는애지문학회회원들인남상진,김정원,조영심,박은주,김은,권혁재,박수화,조성례,오현정,이영식,조옥엽,박정옥,임봄,김늘,정가을,탁경자,유계자,곽성숙,김혁분,최혜옥,임현준,임덕기,강우현,김지요,황정산등의열세번째사화집----{나비,봄을짜다},{날개가필요하다},{아,공중사리탑},{버거씨의금연캠페인},{떠도는구두},{능소화에부치다},{엇박자의키스},{고고학적인악수},{혁명은민주주의를목표로하는가},{유리족의하루},{버려진다는것},{어떤비행飛行}에이어서----이된다.이25명의시인들은서정시를쓰는시인도있고,자유시를쓰는시인도있다.정신분석학적인측면에서시를쓰는시인도있고,자연과학적인측면에서시를쓰는시인도있다.낙천적인시인도있고,회의적인시인도있다.저마다제각각사상과취향이다르지만,그러나모두가다같이우리인간들의행복한사회를꿈꾸며,‘시인만세’인시세계를열어나간다.

돌돌만김밥이아니라
파김치를돌돌말아입에넣는밤

푹삶은돼지고기같은유들유들함도없이
붉고노란고명같은화려함도없이
빳빳하고알싸했던아버지가심은쪽파가
겨울을견디고돋아
파김치가되어식탁에올랐어요

추운겨울에아버지는
종이처럼얇아져창백하게
산골짜기병원천장만을바라보다
흩어졌어요,
진눈깨비처럼

가늘고매운파를까던고요한오후에
어머니는홀로끝도없는눈물을훔쳤다네요
발을잃고,말을잃고,
겨우파몇뿌리남겼다며
파잎처럼목을꺾고들먹였다네요

대나무처럼딱딱하게
덜그럭거리던아버지가남긴
야들야들한파를씹고있는사월이에요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
한옥타브를건너도다시돌아오지않을
아버지의파를
매운눈물을흘리며씹고있어요
김늘[도레미파,파,파]전문

돌돌만김밥이아니라파김치를돌돌말아입에넣는밤,시인은이파김치를통해서아버지를만나고,이파김치를담그며홀어머니가흘린눈물을생각한다.이세상에서가장아픈것은짝을잃어버린아픔이고,그아픔은자기자신의존재의근거와생활의근거를위태롭게한다.말놀이를할대상도없고,어렵고힘든일을해줄사람도없다.눈빛을주고받거나발걸음소리만을들어도믿음직하고,한잔술에취해‘한마음-한뜻의사랑의찬가’를불러줄사람도없다.모든시,모든사상,모든예술은사랑의변주곡이며,이사랑의변주곡중에서가장슬픈것이짝을잃어버린이별의노래라고할수가있다.
가늘고매운파를다듬어도님생각뿐이고,그매운파에눈물과콧물을흘리면서도님생각뿐이다.님은발이고,님은말이다.발을잃었으니까갈곳도없고,말을잃었으니까할말도없다.겨우파몇뿌리를유산처럼남기고떠나간님,대나무처럼딱딱하게덜그덕거리던아버지를생각하며,그파잎처럼목을꺾고우는어머니----,아버지를여윈슬픔과혼자남은어머니를생각하는슬픔----,즉,이효심이김늘시인의[도레미파,파,파]의주조음이된다.
대나무처럼딱딱하게덜그덕거리던아버지가남긴야들야들한파를씹고있는사월,김늘시인의[도레미파,파,파]의시점은회고적이고,운율은가볍고경쾌하고부드럽지만,그내용은아버지에대한진한사랑이묻어있는송가頌歌라고할수가있다.“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한옥타브를건너도다시돌아오지않을/아버지의파를/매운눈물을흘리며씹고”있는밤,김늘시인은이시를통해서아버지와어머니와딸을삼원일치화시킨다.아버지는떠나갔지만,아버지는내마음속에살아있고,어머니는홀로남겨졌지만,아버지와함께내마음속에살아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파”.모든음계들의중심은파가되고,이가볍고경쾌하고부드러운운율속에옛세대가새세대를“빳빳하고알싸한맛”처럼일깨우며,새세대의힘찬발걸음을살아움직이게한다.
파다.식용과약용과온갖양념의중심인파,그리고모든음계의중심인파다.
김늘시인은‘파’를통해,아버지와어머니와자기자신을하나로결속시키고,[도레미파,파,파]의사랑의노래를울려퍼지게한다.


회장은달
회사명은밀물과썰물

조금때만쉴수있는어머니는달이채용한2교대근무자
철썩,
백사장이바다의육중한문을열면
발도장을찍고물컹물컹갯벌자판을두드려바지락과소라를클릭한다
낌새빠른낙지는이미뻘속으로돌진하고
짱뚱어는뛰는놈위에나는놈을살피느라정신없고
농게는언제나게구멍으로줄행랑치기바쁘다

성깔있는갈매기는과장되게끼룩끼끼룩거리며잔소리를해댄다
가끔물풀에갇힌새우와키조개를불로소득하지만
실적없는날은녹초가되어비린내만안고퇴근한다

평생누구앞에서손비비는거질색인데
겨울바람에손싹싹비벼대도승진은꿈도꾸지못했다

자별하다고느낀달의거리마저멀어지자
수십년간충실했던밀물과썰물회사를정리하였다

파도같은박수소리
근속훈장하나받아보니구멍숭숭뚫린직업병이었다
----유계자,[바다회사]전문

‘철썩,백사장이바다의육중한문을연다’라는시인의말과함께,아름답고장중한무대의막이오르면,그옛날의원시적인육체노동이현대화되어컴퓨터자판을두드리듯이바지락과소라를클릭하게된다.따라서어촌마을의어머니의발소리에놀라낙지는이미뻘속으로숨어버리고,짱뚱어는뛰는놈위에나는놈을살피느라정신없고,농게는언제나게구멍으로줄행랑치기에바쁘다.바지락,소라,낙지,짱뚱어,농게,새우,키조개는단역배우들(포획의대상)이고,갈매기는근로감독관이된다.회장과회사명도제일급의명명의힘처럼아주탁월하게살아있고,하루2교대근무자라는어머니라는인물도아주탁월하게살아있다.바다회사도아주탁월하게살아있고,저마다의개성과특징을지닌‘낙지,짱뚱어,농게,갈매기’등도살아있으며,이아름답고역동적인[바다회사]를창출해낸시인의언어도너무나도싱싱하게살아있다.시인의힘은명명의힘이고,이명명의힘이모든인간과사물들을살아움직이게하며,극적인효과에의하여‘리얼리즘의승리’를창출해내게된다.
유계자시인의[바다회사]는주제,구성,문체가너무나도아름답고완벽하게꽉짜인시이기는하지만,그주인공인어촌마을의어머니는한이많이쌓인여인에지나지않는다.근면과성실함이도로아미타불의헛수고가되고,그아름다운바닷가의풍경마저도파도같은박수소리와함께,구멍숭숭뚫린직업병속에묻혀버린다.
유계자시인은자기를어머니와동일시하며,그어머니가한평생갯일을하다가늙고병든것처럼그도황홀하게어머니의몸과마음속에몰입해들어가게된다.어머니와시인은둘이아닌하나이며,이근원적일체감속에서[바다회사]를예술품자체가된시로승화시켜놓는다.파도같은박수소리는물거품처럼공허하고,근속훈장이라는것은구멍숭숭뚫린직업병뿐이라는것----,그러나이‘허무주의적드라마’가만인들의심금을울리며,우리서민들의삶을되돌아보게한다.
근면성실이물거품이되는삶,파도같은박수소리가구멍숭숭뚫린직업병이되는삶,아름답고너무나도아름다워서허무한삶----,바로이것이어촌마을,아니우리서민들의인생무상을증명해주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

욘빌의명물을받아주세요레옹
갓굵어진감람나무처럼싱그러운나의레옹,절사랑하나요
―아마도,부인

레옹은파리로떠났어요로돌프
돈많고잘생기고매너좋은멋쟁이
꽃물처럼달콤하고세상에,난폭할줄도아는나의로돌프,절사랑하나요
―아마도,부인

늘같은노래만부르는새들아
어제같은오늘이또후줄근히무덤을향하는구나
내일은뭔가놀라운일이생길까
―아마도요,부인

레옹도로돌프도
여기없어요행복은더더욱,
시골의사따윈시시하고지겨워
내일떠나요
다만착한샤를,아마도당신은절사랑하겠죠
---최혜옥,[보바리부인의열애기]전문

권태는“어제같은오늘이또후줄근히무덤을향하는구나”라는일상생활에서자라고,또한,권태는“시골의사따윈시시하고지겨워”라는일상생활에서자란다.“갓굵어진감람나무처럼싱그러운나의레옹”도환상의꽃이고,“돈많고잘생기고매너좋은멋쟁이/꽃물처럼달콤하고세상에,난폭할줄도아는나의로돌프”도환상의꽃이다.꽃물처럼달콤하고,그모든것이가능하고그어떤책임도없는자유분방한연애가가능한세상은이세상그어디에도없다.나의사랑레옹도‘아마도’이고,나의사랑로돌프도‘아마도’이고,오직나의사랑은그토록시시하고지겨운‘샤를로보바리’뿐이다.‘아마도’는유추이고,‘아마도’는가정이지만,그러나그것은최혜옥시인의[보바리부인열애기]의환상의또다른이름이라고할수가있다.레옹도‘아마도’의무지개속에서떠나갔고,로돌프도‘아마도’의무지개속에서떠나갔다.
권태는환상을낳고,환상은아마도를낳고,아마도는무지개를낳는다.무지개는아름답고찬란하지만,그러나이무지개때문에,꽃물처럼달콤한상류사회와아름답고멋진사내들과의열애를꿈꾸던보바리부인은그짧고비극적인생애를마감할수밖에없었다.
보바리부인,아니엠마,엠마,꽃물처럼달콤하고아름답고멋진삶을꿈꾸었던만인들의연인이었던엠마여!
오늘도,지금이순간에도,그토록고귀하고순결한현모양처의길을가고있는모든여성들의가슴속에는아직도엠마가살고있다.
환상은아름답고,아름다운무지개는최혜옥시인의[보바리부인의열애기]처럼영원히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