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면이지요 - 지혜사랑 시인선 288

우리, 구면이지요 - 지혜사랑 시인선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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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숙진

저자:조숙진
전북남원출생했고,2023년계간시전문지『애지』로등단하였으며,애지문학회,한국문인협회여수지회회원이다.초등교장퇴직후‘재미있는말놀이’나눔활동중이다.
조숙진첫시집『우리,구면이지요?』는인문과자연의통섭으로서정을확보해가는아르떼와,일상을재발견함으로써서정의상상력을확장해가는공감법,그리고기억의회로를더듬어서낯선상상력으로확장하여새로운서정으로안내하는지혜로운유추의시정신으로구축되어있다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갈바람은시침질의틈을

우리,구면이지요?12
이슬13
진달래꽃14
배꽃15
순리16
체면을주워먹고17
계절의훈수19
창문밖거울21
봄은쉽게오지않는다23
아차,금계국24
비의체감온도25
참깨의성격26
로렐라이언덕―안굴전가는길27
초승달만29
착각30
애기동백에게31

2부
두손이시리다

엄마34
까만추억35
그곳은늘설렌다37
닭고기스프38
가을의변성기40
말씀의편식41
마미의부르스42
벚꽃부고44
양은냄비46
재고문자47
벚꽃장터49
아버지의언덕51
노인과조카53
다리밑어떤편린55
두여자의베란다57

3부
밝은그쪽을향해돌아누워

미완의플라스틱공식60
여우야여우야62
독감264
문신65
피,붉은푸른검은67
독감369
참견71
S의방으로부터72
그늘의변색74
하얀물결76
용정으로난길78
천지에닿다80
혀끝의모의82
격리된병문안84
추사를읽다85

4부
이유있는변색에불을

건조주의보내린사이88
초록의힘90
오늘부터8시는92
배설94
안구건조증96
세렌디피티98
어젯밤,안녕99
물맛101
작은하늘의일기102
시작과끝의좌표104
단절의감각106
발각108
보호색109
재즈의취향111
배수관113

5부
그날19481019

회색시대116
너지놀이118
기억의처마120
호랑이122
학교운동장124
동백의시선126

해설/조숙진시인의시읽기―숨겨진서정을엿보는시적공감화법/신병은131

출판사 서평


바삭바삭볕이마르자
토독톡톡
혹독한여름을이겨낸
별들의자축,폭죽터진다

해의부름으로
생의작은문을나온풀씨
싹을보고서야그존재를알았다
대대로답답함을싫어했기에
애초에흩어뿌림을주문했다
돌볼틈없는다산에서길러진성품일까

줄맞춰라밥상머리교육에열올렸지만
은둔형고립형내성형이아닌
튀기좋은자유형의DNA

마루틈새에
나물그릇언저리에
서랍속의나이잊은깨알씨앗

허를찌르는본성
빈틈으로숨어든다
―「참깨의성격」전문

참깨가햇볕속에서톡톡씨방을터트리는풍경속에내재하고있는생명현상과움직임을해부학적인시선으로성찰하고있다.이시를주목하는것은해의부름으로‘토독톡’하고참깨가스스로생의작은문을뛰쳐나오고,대대로답답함을싫어해애초에흩어뿌림을주문했었고,돌봄틈이없는다산에서길러진성품이고자유형의DNA라는발견에있다.그리고시인의안목이유별난점은‘참깨’의성격을‘허를찌르는본성’에전이한것도그렇고,참깨의생태학적성격과인간형을절묘하게오브랩하여공감하게한점이다.
자연과학과인문학이조화롭게버물려자유분망한생의모습을유추해낸다는점이다.대상을자기화하고자기를대상화하는곳에생기는의미정신이삶의재발견이기때문이다.

시가일상의재발견혹은일상의장엄함을새롭게짚어내는것이라면세계내에존재하는모든대상들이각각의보편적인의미를지니고서로만남으로서새로운관계의의미로거듭나는일이다.이처럼시창작이시인이시적대상과맺어야할바람직한관계개선이라는점에서조숙진의시적안목을주목하게된다.왜냐하면서정시의원형은일반적으로자아와세계의동일성추구,즉자아와세계의일체감에서찾고있기때문이다.

늘어진마당이접힌곳
올봄민들레앉았던곳
그자리엔시간이거꾸로간다

햇살이쪼그리고앉아
들여다보는아침나절

깔깔깔모여나물캐던
산골짜기가재잡던
아이들그속에다모였네

바람의장난에숨어버릴까봐
노란대문살며시닫자

눈웃음마주친
꽃과나

우리,구면이지요?
―「우리구면이지요」전문

시가재미있고정겹다.한번쯤나도저런대화를해보고싶은간절함이샘솟는다.올봄민들레가앉았던마당구석진곳에시간이거꾸로간다는첫발상이그렇고,거꾸로가는시간의선로를따라가며오랜기억을만나는시적안목도그렇다.그시간의풍경속에모여있는깔깔대며나물캐던아이들과산골짜기가재잡던아이들도그렇다.
그런가하면바람의장난에그새록한기억들이달아날까봐마음속의노란대문을살며시닫자눈웃음마주친꽃이‘우리구면이지요?’라고묻는다.
‘우리구면이지요’
이한마디의의미는깊고도넓다.
‘통합의안개’속에서형태와힘이끊임없이뒤섞이며구분되지않는세계에서살며,다른동물도다른존재로구분하지않고그저겉모습이다른생명체로인식하며하나의생명안에존재한다고믿는다.그래서산,폭포,숲도주체성이충만한살아있는존재로여긴다.
인류가시간과공간을재구성하며지구의작용들을사유화하여효율성을사회의지배적인주제자리에올린우려를밑자리로해놓았다.인간의지혜는하나같이자연의순리에서모방하고훔쳐온것임을자인하면서자연과함께더불어훼손된본질을복원해가야하는터닝포인터에와있다.
그래서자연의일부로서어떻게적응하고회복하며살것인지를고민하지않으면안된다.
세계는관계하고통섭하는관계의인문학이기때문이다.

지나가는나를힐끔쳐다본꽃이
돌아오는길또힐끔거린다

왜그렇게보느냐고눈썹을올리자
봄아니에요?
되레묻는다

봄이아닌것같냐고물으니
아직겨울인가요?
또묻는다

왜그러냐고다시물으니
표정이아직도……

고목나뭇가지에
늦게피우는꽃이라서그렇다고해둘까
한겨울찬바람에휘둘려서그렇다고할까

여린싹은
굳은흙도어영차밀어올리고
돌덩이도둘러메치는데

내표정의행방을
거울속의그녀와이야기해봐야겠다
―「계절의훈수」전문

우리삶의모든게계절의훈수다.
봄이오면온몸으로봄을느끼고여름이오면여름을느끼고가을이면가을을만나는것이순리대로사는삶이고철든삶일것이다.그럼에도시인은봄이와세상모든것들이봄을완상하는데도겨울속에멈춰있는철들지못한자신에대한성찰이다.사소한일상에안겨있는삶의풍경을놓치지않고,그관계성을토대로생태학적사유와통섭한다.
서정시에서의중요한키워드는생태학적사유다.생태학적사유를밑자리로세계의관계성을풀어낼때서정의본질을헤아릴수있다.이것이사람들을건강하게하고즐겁게해주는공감의말하기방식이다.

공존과공감,
공감은공존에서가능한삶의아름다운가치다.
호모사피엔스인인간은지구상의동료인생명체와공존하며번영할새로운방법탐구하지않을수없다.자연과인간의본질을이해하기위한생명애의식은평등의가장심오한표출이면서,자율성이아닌포용성에서비롯되는평등이기때문이다.평등의표출은법률과선언을통한인정이아니라가장단순한공감의행위에서비롯된다.공감의진화는‘내것과네것’이아닌오직‘나와너’로존재한다.모두를위한하나,하나를위한모두다.전부가모여하나가되는것이다.함께하는인류가진정한인간이고개인은스스로전체의일부로느끼는용기를지닐때즐겁고행복할수있다.
이것이서정으로의확장이다.
그는공감회로의회복을통해문화적공감력,생태적공감,거버넌스적공감대를마련하고이를통해관계적자아를회복하고서정적상상력을확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