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황석희,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번역 : 황석희,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16.80
Description
“번역가는 대사에서 풍기는 뉘앙스를 판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
엔딩크레디트 속 ‘번역: 황석희’ 너머
자막 없이 보는 번역가의 일상 번역
우리 삶에서 ‘번역’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도서에도 번역은 존재하지만, 표기는 대체로 ‘옮김’이고 저자 이름의 옆 또는 하단에 적혀 있어 부러 찾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나는 ‘번역’ 글자는 엔딩크레디트 중에서도 맨 마지막, 그것도 크레디트와 다른 위치에 대체로 큰 글자로 튀어나온다. 우리가 찾지 않아도 저절로 눈앞에 나타나는 거다. 물론 상영관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말이다.
스크린 속 ‘번역’이란 글자 옆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이름 석 자가 있다면 ‘황석희’일 것이다. 그 이름이 뜨는 순간 좌석 곳곳에서 “역시 황석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역가로서 잘 알려진 황석희가 이번엔 ‘작가 황석희’로, 관객이 아닌 독자를 찾아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인 ‘번역 황석희’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 황석희』는 저자가 일과 일상에서 느낀 단상을 ‘자막 없이’ 편안하게 풀어쓴 에세이다. 한 줄에 열두 자라는 자막의 물리적 한계와 정역(定譯)해야 한다는 표현의 제한에서 벗어나 저자는 스크린 밖에서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 자유로운 글들은 SNS에도 올라왔던 몇몇 게시물들과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파친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느꼈던 직업인으로서의 희노애락, 업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언중에 대한 생각과 내밀한 속마음까지. 그는 번역가답게 자기 앞의 일상을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냈다. 언어학도 번역학도 아닌 이 책의 제목이 『번역: 황석희』로 붙여진 이유 중 하나다.
저자가 해석한 일상은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의 번역본을 보면 각자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번역하며 살아왔는지, 오역과 의역이 남발하는 이 일상 번역이 서로 얼마나 닮아 있고 다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새로이 번역할 낯선 시선을 하나 얻어갈 것이다.

“늘 정역에 묶여 있는 저는 이렇게 일상을 부담 없이 번역해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묘한 일탈처럼 즐겁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번역하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나의 일상을 잘 번역하려면

영화 번역은 혼잣말이나 대화, 즉 사람의 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대본에 적혀 있는 대사는 사람의 입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뉘앙스라는 옷을 두르고 새로운 의미를 품기 때문에 번역을 단순 해석이라 말하기엔 부족하다. 저자의 말처럼 번역은 발화자의 표정과 동작, 목소리 톤을 살펴 “뉘앙스의 냄새를 판별”하는 작업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뜸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라고 말한다. 번역을 언어 사이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모든 표의와 상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보면 우리 삶은 번역이 필요한 순간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연인에게서 받은 ‘끝나면 잠깐 보자’라는 문자는 둘 사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들로 번역할 수 있다. 상사가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이 점심시간이 아니라 회의시간이라면 발표자는 긴장하게 된다. 다만, 일상 번역에 정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연인은 그저 심심했을 수 있고 상사는 그날따라 눈이 뻑뻑했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에 대화에는 항상 ‘빈칸’이 존재한다. 그 틈을 허투루 알거나 무시해버리면 오해와 자의적 해석이라는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짐작하며 조심조심 다음 ‘대사’를 말할 수밖에 없다. 기실 말은 원래 그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캐릭터들의 대사를 약 100만 개 가까이 번역하며, 그간 쌓은 노련함을 자신의 현실에 대입한다. 언제든 “마지막일지 모르니까”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언어를 무기처럼 구체화하여 사용”하는 “후진 사람”이 되지 말고, “있어 보이는 척” 타인의 노력을 꺾지 말고, 오지랖 같은 “어긋난 호의”를 보이지 말자고. 아직도 번역이 어렵다 말하는 저자지만, 그의 섬세한 작업은 우리의 일상을 배려있게 번역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오역하게 된다면 어쩔까. 그럴 땐 상대에게 정중히 되물으면 그만이다. 감독이나 작가가 이역만리에 있는 영화 번역가와 달리 우리는 다행히도 그 진의를 설명해줄 상대방이 (대개는) 눈앞에 있다. 다시금 뉘앙스의 힌트를 구하고 실수했다면 정정하면 된다.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어 헷갈리겠지만 그 갈림길에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 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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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석희

18년째머릿속에‘번역’만넣고살다보니일상이다번역이다.영화대사도,타인의말도잘번역하고더깊이이해하는썩괜찮은번역가가되고싶다.운이따른다면그렇게번역한소소한일상들을독자들과자주나누고싶다.

〈데드풀〉,〈스파이더맨〉,〈아바타〉등영화를주로번역하고〈썸씽로튼〉,〈하데스타운〉,〈미세스다웃파이어〉처럼뮤지컬,연극,책도번역하는잡식성번역가다.

목차

5추천사
6프롤로그

1부최대두줄,한줄에열두자
14왁스재킷을샀다
20농아라고쓰시면안돼요
26열심히하는게중요한게아니야,잘해야지
32망작과아빠의눈물샘
36영화보는일이숙제가될때
42서로의온기에기대어
48영화번역가는자막봐요?
54쿨한번역가
60엄마는그런줄만알았다
66우린어쩌다이렇게후진사람이되어가는걸까
70강연을수락하기어려운건
74영화번역가를그만두는꿈을꿨다
78번역의신황석희

2부나는참괜찮은직업을골랐다
86어쩌다가됐어요
94투명한번역
102세상모든오지랖에부쳐
108영화번역가로서가장기분좋은순간
114번역가의개입
124관객의언어
130너그래서복받은거야
136마지막이될지모르니까
140부산사람다되셨네예
146아는만큼보이고,알려진만큼보여지는
152낭비할시간,잔뜩있어
158싹을밟아주겠어
164띄어쓰기좀틀리면어때요
172뉘앙스의냄새를맡는사람

3부1500가지뉘앙스의틈에서
180윤여정,할리우드를‘존경하지않는다’밝혀
188그누구의잘못도아닐때
192취존이어렵나?
198응큼한번역
204결국에가면다부질없으니까
210번역가님도오역이있네요?
214영화번역가가드라마주인공이되다니
222나는태어나면안되는사람이었을까
228영원불멸한자막의전설
234생각의속도
240혼자하는번역은없다
246마음껏미워할수없는
252내가몰랐던감사인사
258그대들의거짓말이현실이되기를

출판사 서평

“사실우리는누구나번역가거든요”
나의일상을잘번역하려면

영화번역은혼잣말이나대화,즉사람의말을면밀히들여다보는작업에가깝다.대본에적혀있는대사는사람의입으로내뱉어지는순간,뉘앙스라는옷을두르고새로운의미를품기때문에번역을단순해석이라말하기엔부족하다.저자의말처럼번역은발화자의표정과동작,목소리톤을살펴“뉘앙스의냄새를판별”하는작업이라봐야하지않을까.
그런데저자는프롤로그에서대뜸“사실우리는누구나번역가”라고말한다.번역을언어사이의것으로만보지않고모든표의와상징의영역으로까지확장해보면우리삶은번역이필요한순간으로가득하다는뜻이다.
퇴근시간이다가올무렵,연인에게서받은‘끝나면잠깐보자’라는문자는둘사이상황에따라각기다른문장들로번역할수있다.상사가눈살을찌푸리는순간이점심시간이아니라회의시간이라면발표자는긴장하게된다.다만,일상번역에정답이없는건마찬가지다.연인은그저심심했을수있고상사는그날따라눈이뻑뻑했을수있다.
우리는서로모든것을다설명하지않기에대화에는항상‘빈칸’이존재한다.그틈을허투루알거나무시해버리면오해와자의적해석이라는형태로문제가발생하고만다.그래서우리는서로를세심히관찰하고짐작하며조심조심다음‘대사’를말할수밖에없다.기실말은원래그리해야하는것이기도하다.

저자는캐릭터들의대사를약100만개가까이번역하며,그간쌓은노련함을자신의현실에대입한다.언제든“마지막일지모르니까”말을함부로하지말고,“언어를무기처럼구체화하여사용”하는“후진사람”이되지말고,“있어보이는척”타인의노력을꺾지말고,오지랖같은“어긋난호의”를보이지말자고.아직도번역이어렵다말하는저자지만,그의섬세한작업은우리의일상을배려있게번역하는데아주큰도움을준다.
그럼에도오역하게된다면어쩔까.그럴땐상대에게정중히되물으면그만이다.감독이나작가가이역만리에있는영화번역가와달리우리는다행히도그진의를설명해줄상대방이(대개는)눈앞에있다.다시금뉘앙스의힌트를구하고실수했다면정정하면된다.여러갈래로읽을수있어헷갈리겠지만그갈림길에는언제나예기치못한즐거움이숨어있다.“일상의번역은오역이면오역,의역이면의역그나름의재미가있”으니까.

추천사

언어란실로복어에가깝다.누구나맛있게즐길수있지만,작은무지나실수로인해치명적인독을품기도하는복어.잘다루면대단한풍미를내지만,잘못다루면매우해롭다.황석희는언어를복어처럼다룬다.
번역을‘외국어해석을잘하는일’이라여기는것만큼큰오해는없다.번역은우리가체험해보지못한문화권의시대적특성,유머와온도그리고뉘앙스를그대로가져다느낄수있게옮기는작업이기에창작에가깝다.감독도,배우도아닌어느번역가의참여만으로영화에기대를갖게되는것은그런이유다.그가해체해다시우리언어로빚어낸대사덕분에영화와관객사이에미묘하게띄어져있던빈칸이채워진다.이책을통해그는영화에서더나아가,언어화되지못해일상속을희뿌옇게떠다니던상념과감정을명료하게정리해준다.
―김이나(작사가)

책속에서

실수는누구나하지만인정하고고치는건쉽지않다.늘자존심의문제거든.훗날내딸이커서이영화를같이본다면해줄이야기가하나늘었다.이참에근사한어른인척거드름피울멘트도하나짜놨다.“아빠는반성에자존심같은거없어.”
―「농아라고쓰시면안돼요」중에서

모든결과를혼자감당해야하는프리랜서에게도실패로이어진노력은반드시재산으로쌓인다.당장은기회를잃더라도근육처럼몸에밴노력의흔적은쉽게사라지는게아니라서다음기회에는실패에서얻은요령까지더해져더효율적인노력을할수있게된다.실패하고배우기를반복하며굳은살이박이는성실함.이런미련한성실함은단순해보여도아무나쉬이가질수없는재능이다.
―「열심히하는게중요한게아니야,잘해야지」중에서

입학식을하는강당의자에,아담한교실의자에앉아있는어머니의뒷모습만봐도들뜬기운이느껴진다.어머니는정말그시절국민학생으로돌아간것만같다.그뒷모습을가만히보고있는심정이묘하다.너무기분좋은날인데희한하게도마음한구석이시리다.좋은학부모가되자.
―「엄마는그런줄만알았다」중에서

특별한사람들처럼대단한가치관이나천재적인재능이없어도그업을할수있고유지할수있다.나처럼별생각없이일을시작해서어쩌다보니생각보다멀리떠내려오는경우도있고.미디어에노출된특별한사람들의특별한사연에(정말로특별한지는모르겠지만)부러움이나자괴감느낄것없이내자리에서나름의의미를찾으면될일이다.“어쩌다보니이일을하게됐어요”라는말은어찌보면그어떤사연보다도훨씬운명적이다.
―「어쩌다가됐어요」중에서

자막은영화번역가가사는집이다.그작은집에서번역가를내쫓아봐야남는건온기없이텅빈집뿐이다.
―「투명한번역」중에서

내가번역했다는것따윈몰라줘도상관없다.누군가의인생영화,누군가에게소중한영화를내가번역할수있었다는감사함과뿌듯함이면충분하다.영화한그릇만족스럽게먹는모습을볼수있으면그걸로됐다.나는참괜찮은직업을골랐다.
―「영화번역가로서가장기분좋은순간」중에서

그친구를만날때마다종종“너그래서복받은거야”라고농담조로말한다.농담처럼말은하지만그게정말사실이면좋겠다.힘들때도원칙대로정당하게사람을대우해서운이들어온거고복을받은거라고.뻔한권선징악전래동화의결말처럼그렇게순진하게믿고싶다.
―「너그래서복받은거야」중에서

영화에서대사란결국사람과사람간의대화다.그러니실제대화에서타인의말을사람마다다르게받아들이듯,번역가마다서로다른뉘앙스를살린다양한번역이나오는것이다.어쩌면영화번역가는대사의전달자가아니라대사에서풍기는뉘앙스의냄새를판별해서전달하는사람인지도모르겠다.
―「뉘앙스의냄새를맡는사람」중에서

내가한치의의심도없이말할수있는몇가지중하나는,나는어머니에게최선의것을받으며자랐다는것이다.세상의눈으로봤을때최고의것은아닐지언정당신이줄수있는최선의것을받으며자랐다.그최선은최고못지않은것이며어떤면에선최고를능가하는값진것이다.…당신이준것은분명최선의것이었지만외견이렇게늘초라했고한편으론촌스럽고구질구질했다.자식눈에도그랬으니남들눈엔어떠했을지.하지만그기억은구질구질하지않고늘고마움의상징처럼남아있다.당신은분명당신최선의것을주었다.
―「나는태어나면안되는사람이었을까」중에서

그리고이렇게살아보니썩나쁘지않다.굳이전처럼말을빨리할필요가있나싶고.말이조금느려졌다고해서손해를보는게사실상전혀없더라.나는이게병목현상을해결하기위한꾀라고생각했는데이젠나이듦이준조언같다는생각도든다.‘너의속도는지금이딱좋아’라고하는것처럼.
―「생각의속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