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만의일기가아니라600만홀로코스트희생자들을기억하는상징,안네의일기
_완전판《안네의일기》가출간되기까지
《안네의일기》는1947년네덜란드어로출간된뒤큰성공을거두었고,영화와연극으로각색되었으며,독일어와영어로도번역되었다.그뒤1986년안네의아버지오토프랑크로부터판권을물려받은네덜란드국립전쟁기록연구소가안네의일기‘비판주석본’을출간한다.그주석본에는‘판본a’로알려진1차일기와324장의낱장으로된‘판본b’를비교해서실었으며,그동안있었던일기의진위논쟁을포함해프랑크가족과일기에관련된역사적인정보도함께실었다.
1999년안네프랑크재단의전대표이자미국홀로코스트교육재단센터의회장은오토프랑크가일기를출간하기전에빼놓은‘다섯페이지’를자신이갖고있다고발표하며,판권을팔아미국에재단을설립할자금을마련하고싶다고밝힌다.그리고2000년네덜란드에서재단에기부할뜻을밝힘으로써다섯페이지의원고는2001년네덜란드로돌아왔다.
그다섯페이지의내용은안네가부모의결혼에대해비판적으로추측해서써놓은것과아빠를향한애정의갈구,엄마에대한신랄한표현등이다.
그후로새로출간되는《안네의일기》에는빠져있던최종다섯페이지까지모두포함되었다.이책,완전판《안네의일기》에서는1943년10월30일자와1944년2월8일자뒷부분의긴단락이추가된내용이다.
_인간성말살의시대를살아간집단공포의기록이자한소녀가독립적으로성장해가려는투쟁의기록
안네는1942년6월12일,열세번째생일선물로받은일기장에‘키티’라는이름을붙여준뒤편지형식의일기를쓰기시작한다.1929년독일프랑크푸르트의유대인가정에서태어난안네에게는아버지오토하인리히프랑크와어머니에디트프랑크홀랜더,세살위인언니마르고가있다.오토프랑크는유대인박해가자명해진시기에가족과함께암스테르담으로이주해오펙타의네덜란드지부를설립하고운영한다.그리고자신의회사가위치한건물뒤편공간에가족들과함께지낼은신처를마련한다.이후마르고에게노동수용소로의추방령이떨어진다음날인1942년7월6일부터프랑크가족모두은신처로들어가숨어살게된다.
은신처에들어올당시에는몇주나몇달동안만숨어지내면전쟁이끝날것이라고예상했지만,그들의은신처생활은2년넘게이어졌다.그2년여동안안네의세계는안과밖에서모두요동쳤다.밖에서는전쟁과유대인탄압정책이시작되면서가슴에노란색별을달아야하고,전차와자동차를이용할수없었으며,어두워질무렵부터는거리를다니지도못하는억눌린세계가펼쳐졌다.앞날의안전을전혀예측할수없는은신처생활은거주자모두에게큰스트레스로다가왔고,긴장과공포는종종거주자들간의갈등관계를첨예하게만들었다.특히안네는엄마와갈등의골이깊었으며,은신처에서초경을겪고첫사랑의열병도통과한다.
다른무엇보다《안네의일기》의성격을규정해주는가장분명한특성은기질이한없이분방하면서도변덕스럽고반항심이강한천성을지닌안네가막사춘기의문턱에들어서던시기에일기를썼다는점이다.그런시기에부모와한공간에서오랜시간갇혀지내야한다는것은상상하기힘들정도로인내심을요구하는일일것이다.안네의일기는1944년8월1일에끝난다.안네가열세살이된날부터2년2개월동안일기를쓴셈이다.
1944년8월4일아침10시,은신처에들이닥친나치에의해그들은모두체포되었다.누군가가은신처를밀고했을가능성이아주크지만,확실한범인은잡히지않았다.
1944년9월3일,폴란드의아우슈비츠로향하는마지막열차에은신처식구들도포함되었으며,10월28일독일의베르겐벨젠수용소로이송된안네는베르겐벨젠에티푸스가창궐하던1945년3월에희생되었을것으로추정된다.안네프랑크의묘비는베르겐벨젠의추모구역에있으나이는비석을세운것일뿐안네의매장지를의미하는것은아니다.
1957년5월3일,암스테르담프린센그라흐트263번지의집을수리해공공에게개방하기위해서가족중유일한아우슈비츠생존자오토프랑크를중심으로하는일단의사람들이안네프랑크재단을건립했다.은신처가있던프린센그라흐트263번지는‘안네프랑크하우스’라고불리며1960년5월3일박물관으로개관했다.
안네의죽음에빚을지다
_‘독후감’:조해진(소설가)
안네라는이름이낯선사람은드물것이다.…그래서일까.안네의일기는읽지않아도읽었다고착각하는경우가종종있는데,나역시그런사람들중한명일지모르겠다.이애매한표현은완벽하지못한기억때문이다.안네가일기를쓰던나이,그러니까열세살에서열다섯살사이어디쯤에서나는누군가에게서빌린책을통해안네의문장들을읽은듯만한데,그래서내머릿속엔전쟁,다락방,소녀,이세키워드가안네를둘러싼이미지로형성되어있긴한데,일기의자세한내용은기억나지않는것이다.이번에배수아소설가가새롭게번역한《안네의일기》를읽으며나는내가안네를제대로알았던적이한번도없었다는것을깨닫는다.안네는전쟁중에다락방에숨어있던고정된이미지속의가엾은소녀가아니라매순간갈등하고고민하며성장했던,작가이자저널리스트의꿈을키워가던역동적이고구체적인생애속의한사람이라는것을이제나는알게된것이다.
내글쓰기는안네에게빚지고있는셈이다.그녀의죽음에,미완인생애에,그녀가미처다쓰지못한수많은이야기에.아니,글쓰기와무관하게나는태어날때부터그녀에게빚을졌는지도모르겠다.이세상의모든생명은,모든이의삶은죽음에빚지고있는것일테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