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루 SOPRO - GD 시리즈

소프루 SOPRO - GD 시리즈

$17.50
Description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해외초청작
2017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초연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극작가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희곡 〈소프루〉
포르투갈어로 ‘숨·숨결’을 의미하는 〈소프루sopro〉는 문학적 상상력과 시적 언어를 바탕으로 동시에 연극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이다.
〈소프루〉는 무대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에게 대사를 일러주는, 지금은 사라져가는 직업인 ‘프롬프터prompter’를 무대 위에 등장시켜 극장과 무대 뒤편의 삶, 나아가 잊혀 가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에는 실제 40년 넘게 프롬프터로 살아 온 포르투갈의 마지막 프롬프터, 크리스티나 비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두운 프롬프터 박스에서 나와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극장에서의 기억을 하나 둘 속삭인다. 그녀의 기억을 통해 극장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가진 영혼의 숨결을 들여다보고, 삶과 연극, 현실과 허구 사이를 잇는 아름다운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소프루〉는 프롬프터에 빗대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라지는 존재에 대해 기억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프롬프터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몰리에르, 라신, 체호프 등 고전 희곡의 서사가 교차하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 숨쉬는 존재들, 환상과 실재, 연극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희곡을 기억에 대한 연극이라고 설명하면서 “기억하는 것이 곧 저항이자 삶”이라고 전했다.

“연극과 연극을 창조하는 이들에 대한 장대한 헌사”_르 피가로
“아름다움과 지성으로 빛나는 작품”_르 몽드

“숨,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지 《소프루》를 통해 배운다. 숨은 태어나게 하는 것, 일으키는 것,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은 끝의 반대이고, 폐허의 희망이다.
이제는 사라진 직업, 리스본 국립극장에 마지막 남은 실제 프롬프터, 크리스티나 비달이 연극 〈소프루〉의 프로타고니스트가 되어 태어나게 하는 사람이자 일으키게 하는 사람으로 폐허의 희망이 된 것만으로도 이 연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우리는 모두 소멸의 운명을 지녔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각과 싸우기를 원하니까. 기억하기를 희망하니까. 우리가 발견한 진실이, 우리가 만난 아름다움이 숨에서 숨으로 전해지길 원하니까”._옮긴이의 말에서

이 희곡집에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녀가 죽는 방식〉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녀가 죽는 방식〉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로부터 영감을 얻어 창작된 희곡으로 욕망, 사랑, 신념, 질투 등 인간의 감정과 사회 구조에 대해 《안나 카레니나》가 현재, 그리고 극중 60년대 생인 두 쌍의 연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녀가 죽는 방식〉은 리스본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 가레트 홀에서 2017년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로 초연되었다.
저자

티아구호드리게스

1977년포르투갈리스본에서태어났다.배우,극작가,연출가로활동하면서2003년극단‘문두페르파이토’를설립,20여개국에서약30회의공연을선보이며명성을쌓고있다.2015년부터2021년까지리스본도나마리아2세국립극장최연소예술감독으로활동하였고,2022년에는프랑스아비뇽페스티벌예술감독으로선임되었다.대표작으로〈소프루〉〈그녀가죽는방식〉〈창문이열리려면〉〈기억하여〉〈안토니와클레오파트라〉등이있다.문학적상상력과시적언어를바탕으로전세계관객들에게긴여운과감동을주고있다.

목차

소프루..7
그녀가죽는방식..99

옮긴이의말..188

출판사 서평

“연극과연극을창조하는이들에대한장대한헌사”_르피가로
“아름다움과지성으로빛나는작품”_르몽드

“숨,그것이얼마나아름다운말인지《소프루》를통해배운다.숨은태어나게하는것,일으키는것,움직이게하는것.그것은끝의반대이고,폐허의희망이다.
이제는사라진직업,리스본국립극장에마지막남은실제프롬프터,크리스티나비달이연극〈소프루〉의프로타고니스트가되어태어나게하는사람이자일으키게하는사람으로폐허의희망이된것만으로도이연극이존재해야하는이유로충분하다.우리는모두소멸의운명을지녔으니까.그럼에도불구하고망각과싸우기를원하니까.기억하기를희망하니까.우리가발견한진실이,우리가만난아름다움이숨에서숨으로전해지길원하니까”._옮긴이의말에서

이희곡집에는작가의대표작중하나인〈그녀가죽는방식〉이함께수록되어있다.〈그녀가죽는방식〉은톨스토이의《안나카레니나》로부터영감을얻어창작된희곡으로욕망,사랑,신념,질투등인간의감정과사회구조에대해《안나카레니나》가현재,그리고극중60년대생인두쌍의연인에게어떠한영향을끼쳤는지분석하고질문을던지는작품이다.〈그녀가죽는방식〉은리스본도나마리아2세국립극장가레트홀에서2017년포르투갈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로초연되었다.

추천사

소프루sopro,숨.연기처럼사라지고되돌릴수없는것.반드시멸하는것.
그러나여기그부재에게무대를내어주고싶어하는예술감독이있다.
부재를존재하게하기,그것은어떻게가능한가.
그는평생무대아래에서몸을숨기고배우들에게대사를읊어주었던사람,
프롬프터를설득한다.
그에게프롬프터는‘극장의호흡,기억,허파’이기때문이다.
둘의대화가이어지면서프롬프터가지니고있던
극장에대한사적인기억들이하나씩소환되어극중극으로펼쳐진다.
과거에사라진숨이현재에살아나고,죽은이의목소리가복원되며,
사랑하는이들의부재가일순간에허물어지는그모든장면들에서
아름다움이감지된다.
환상과실재,연극과삶의매개역할을한프롬프터조차
지금시대에는거의사라진직업이다.
어쩌면목소리로만남아야하는,
그래서존재론적으로신화속인물‘에코’를닮은프롬프터는
메아리처럼자취없이사라질수밖에없는사람.
하지만예술감독의말을통해서독자이자관객에게
거듭전하는말은이것이다.
숨소리를듣기,들리지않는순간에도듣기-
그것은다른방식으로사랑하는것이라고.
기억하기-그러면죽지않을것이라고.
_한정원,작가

책속에서

예술감독 경계에살기.잠시머무는곳에살기.무대와무대뒤그사이에서살기.현실의둑과허구의둑을잇는다리에서살기.그두강둑사이로흐르는큰강의밑바닥까지내려가는법을알기.세상과무대를가르는말의유수속에서헤엄치는법을알기.기다리기,지켜보기,듣기.살면서좋은날은일을하지않아도되는날이고강물에몸을담그지않아도되는날이라고여기는누군가를위해구조대원이되기.사고를기다리기,극장이세상의일부라는사실을우리에게상기시켜주는실수를기다리기.배우가망각의불안에사로잡힐때,예기치않게기억이꼬일때,현실에서갈피를못잡을때,자신이유한한존재이고,완벽한인물이아니라잠시빌려온연약한육신일뿐이라는사실을떠올릴때,그를단어로구하기,그의귀에속삭이기,그를소생시키기,그에게대본을조용히일러주기,그에게생각과의미와몸짓을되돌려주기.이것이오늘우리가말해야할이야기이자,우리가보여줘야하는것들입니다.구조대원이강물에뛰어드는순간말입니다.우리는현실의강물에빠졌고,삶이허구의둑을범람하기때문입니다.프롬프터,당신을말하고싶어요.프롬프터를연기하는배우가아니라,진짜프롬프터인당신이무대위에서배우들에게대사를알려주고그들을구조하는모습을보고싶어요.사고를다루는이야기를쓰는거죠.사고가났을때의구조대원이야기요.나는당신을위한연극을쓸거예요._11~12쪽

프롬프터 다섯살때태어나서처음으로연극을봤습니다.나는프롬프터박스안에몸을숨기고배우들을보기위해까치발을했어요.손가락끝이무대에닿았습니다.이렇게,아주조심스럽게,불에손을델까봐두려운것처럼요.그런데어느순간에배우가대사를잊어버렸고,그러자프롬프터가속삭였습니다.“파멸이그들의뒤를따를것이다.”프롬프터가속삭일때,“파멸이그들의뒤를따를것이다”라는문장은아무의미도없었습니다.그건문장이아니라그저연속적으로이어지는소리에불과했습니다.길게속삭이는말일뿐이었어요.“파멸이그들의뒤를따를것이다.”하지만헨리왕을연기하는배우가“파멸이그들의뒤를따를것이다”라는대사를말했을때,그문장은무언가를전하고있었습니다.“파멸이그들의뒤를따를것이다.”그일이일어났을때,나는손가락끝에서무대가활활타오르는것을느꼈습니다._18~19쪽

예술감독 죽지않기.무엇보다죽지않기.살아가기.비극의도입부에예언자테이레시아스처럼신중하고상냥하게진단을내리는의사앞에서흐트러지지않기.삶의근간이되는것들은눈에보이지않는것들이라고주장하는우리가옳았다는것을알기.우리는우리가한말을의심했을때조차도옳았다.우리는늘우리가말하는것들을의심하고,또말사이에둔침묵을침묵이라고부르지않으며,그것에의심이라는이름을붙인다는것을알고있으니까.의심속에서도살아가기.죽음에대한생각에직면할때,우리가삶에속해야하는이유인미래의신비를다시확인하기.세상사람들이우리와합류할것이라고희망하며주저앉아있을곳을알려주며세상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며따지지말고무력한패배자가되어임종의시간을기다리라고말하는죽음의상냥한초대장을거절할줄알기.죽음을밀어내고세상을보러떠나기.방랑자가되어산너머에숨어있는것을발견하고밤의끝을향해여행하기.어쩌면세상의아주작은부분을변화시킬때까지,아니절대해내지못할수도있지만,삶에의해패배자가되기.무엇보다죽지않을것.좁은진료실에서테이레시아스가공포를예언할때,죽음에대한생각이우리와함께있다는사실을알기._84~85쪽

무엇보다죽지않기.늘그래왔듯이힘든시간속에서살아남는일의달콤한괴로움을음미하기.그러나편안한시간에는절대그럴수없다,편안한시간이란존재하지않는다는것을우리는잘알고있으니까.누군가우리에게오직이세계만이가능하다고말할때,그들이우리에게말하는것은죽음이고,우리는죽음과싸우는타자들임을알기.그러기위해우리는공공장소들과우리가살아남을수있는은밀한장소를지켜나가야한다.우리는신비한것에자신을바치는순간을,우리가우리를만나“여기에있는우리는어쩌면소수에불과할지도모르지만,확실한것은우리가죽음을마주하면서도살아남기를선택했다는것이다”라고말하는그순간을지켜내야만한다.고함을치는대신에속삭이기.세상의소란을거부하기.우리가듣고싶지않을때도늘그곳에있었던,침묵사이에서들려오는숨소리를듣기.바람의소리를,생각의호흡을,장소의정신을,우리가처음으로자신을마주한,하나뿐인그짧은순간을지켜내기.무엇보다죽지않을것._85~86쪽

세상은다시두부류로나뉘었지.고독과다른것들.내고독이죽음의대기실이라는느낌이사라졌어.밤이고낮이고절대멈추지않았던날카로운경고음이,내가살아서이미죽음이후에우리모두를기다리는고독을살고있다는것을상기시켜주던경고음이사라진거야.그러다불현듯그고독덕분에죽음의필연성이나를살고자하는욕망으로밀어붙였지._116쪽

욜렌테 앙베르로가는기차를탈거야.키스해줘.집에갈거야.키스해줘.문을열고들어가서그를볼거야.그는《안나카레니나》를읽고있을거야.내가방에들어가도책에서눈을떼지않겠지.그는내얼굴에적힌것을읽기를두려워할거야.그는당신이지금나를바라보는것처럼바라보지않을거야.나는그를바라볼거야.내가그를아직사랑하는지아니면내가언제그를사랑했는지알아볼거야.내가당신의얼굴을볼때배속에서느끼는것을그의얼굴을볼때도똑같이느끼는지알아볼거야.그의얼굴에서당신의얼굴을찾을거야.우리는함께사는사람의얼굴을볼때,언제나사랑하는사람의얼굴을보고싶어해.그두얼굴이일치하기를원하지.아침에침대에서일어나눈을뜨면처음으로보이는그귀가우리가사랑하는귀이기를원해.그귀의귓불이우리가사랑하는귓불의모양과정확히일치하기를원해._134쪽

이제이책에서모든것에대한답을구하려는희망이우습다는것을알아.질문을찾는것이더빠르겠지.이제는배에닿으려고할필요가없다는것을알아.헤엄치는것만으로충분하지.내가난파당한사람이라는것을받아들이면돼.우리는모두난파당한사람들이야.답은없어.얼마나행복해,답이없다니.잘됐지.마에,안나는역에도착해서자신의삶이얼마나더행복할수있는지,그남자를얼마나많이사랑하는지,그를얼마나고통스럽게증오하는지를생각해.그의끔찍한심장박동소리를생각하지._180쪽

티아구호드리게스의《소프루》를만나고오래전그극장을떠올렸던것은,내가옮기기를소망했던그장소의언어를그의글에서발견할수있었기때문이었다.그때의침묵은이곳에서그림자와숨결의말이됐다.내게는모호했던그말이어떻게이토록선명한언어로옮겨질수있었을까.《소프루》를번역하는동안줄곧그런즐거운질문에사로잡혀있었고,번역을마친지금내가발견한답을여기서나눠보고자한다._옮긴이의말,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