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 소설, 잇다 3

백룸 - 소설, 잇다 3

$18.06
저자

이선희,천희란

1911년함경남도함흥에서태어나성장기대부분을원산에서보냈다.십대후반에서울로상경하여이화여자전문학교문과에서3년동안수학했다.잡지《개벽》《신여성》《신세기》사에서기자로일했고,《조선일보》학예사기자로도활동했다.1934년《개벽》사에서기자로1년간근무하면서쓴단편「불야여인-가등」을《중앙》12월호에발표하며등단한뒤,1936년《신가정》6월호에「오후11시」를발표하면서본격적으로문단생활을시작하였다.단편「계산서」,중편「처의설계」,장편「여인명령」등열네편의소설과두편의콩트,사십여편의수필과평론등많은작품을남겼다.그는해방이후1946년극작가인남편박영호를따라월북한이후얼마지나지않아병사한것으로추정된다.

목차

이선희
소설
「계산서」
「여인명령」

천희란
소설
「백룸」
에세이
「우리는이다음의지옥도찾아내고말테니까」

해설
백룸:알고있지만보이지않고그러므로믿어야만걸어나갈수있는곳에대하여_선우은실(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나는내남편도나와같이다리하나를잃기를원한다.
그러나다시생각해보면그것만으로는부족하다.
내가원하는것은남편의목숨이다,이것이나의계산서이다’

일인칭화자로서술되는이선희의단편「계산서」에서주인공은다리절단사고로인해남편의애정이식었음을직감하고‘모조가정’을떠나자기학대의유랑길에들어서게된다.
‘나’는일주일전집을떠나마차를타고북국호인(胡人)의땅으로왔다.일곱달전에다리하나를잃고절름발이가된‘나’에게이곳은너무나춥고고된환경이다.하지만‘나’는돌아갈생각이없고,이곳에서일종의계산서를작성중이다.아이와함께한쪽다리를잃는사고를당한‘나’의결혼생활은망가져갔다.남편이자신을안타까워하는것이아닌남편스스로를안타까워한다는것을알게되자남편에대한신뢰까지잃어버렸다.직접적인증거는없으나남편이새넥타이를매며급하게나가는모습을보고“두다리가성한계집을찾아갔”다고생각하게된다.‘나’는남편에게서무언가를얻어야,혹은남편이무언가를잃어야동등해질까생각한다.이는남편의다리한쪽이아니라목숨전체로확대되어,남편이죽음을맞아야만수지가맞을듯싶다.‘나’는말한다.이것은바로“모든아내된자의계산서”일것이라고.
장편「여인명령」의남숙채는여자전문학교에다니는학생으로,유원과연인사이이다.유원은대학을졸업하고평양의한공장에기사로취직했으나,곧직장을그만둔다.이후로숙채는그가‘운동에뛰어든주의자’가되었다고추측한다.유원은숙채에게청혼하며고향에먼저가있으라고한뒤자신도뒤따라가려다××서원에서검거되어감옥에갇힌다.이사실을모르는채로고향에서하염없이유원을기다리던숙채는부모의갑작스러운죽음과이로인한일가들의결혼독촉을피해서울로되돌아온다.이후숙채는학교를그만둔뒤백화점점원과술집여급으로지위변화를거듭하고,유부남과의결혼으로갈등을겪는등불안정하고고된삶을이어간다.
이선희의작품속여성들은이와같이늘죽음과도같은고난의한복판에놓이는데그기저에는남성에대한강한피해의식과보상심리가자리잡고있다.그러나고통과비애를견디지못하고파멸의길로전락하는여성의모습을다루면서도,불행에만집중하지않고과감히현실로부터의탈피를추구함으로써당시로서는큰도전을꾀했으며능동적인의식을보이고있다.

미궁탈출게임을통해본
‘여성’,‘청년’,‘레즈비언’이라는각각의방room

천희란의소설「백룸」에서게임스트리머인‘나’는매번비슷한플레이에염증을느끼는중이다.반복되는위기와실수로빚어진자신의캐릭터와시청자들의반응에도무력감이찾아든다.대학을자퇴하고본격적으로스트리밍을시작하며비교적단기간에유명세와수익을얻게된‘나’는친구들과도미묘한불화를겪고있다.
열세살연상인변호사애인에게도이별을고한참이었다.그녀가조건없이베푸는모든호의와선의때문이었을까,아니면착하다거나순진하다거나하는‘나’에대한그녀의섣부른정의의말들때문이었을까.이별의이유를캐묻는그녀앞에서도,또자기자신앞에서도‘나’는답을들려줄수가없다.그리고후속작의여주인공이레즈비언인게임을방송하던중‘나’는커밍아웃을한다.그런‘나’를향한무지와야만의말들은불쾌할뿐상처를주지않으며,그렇다고‘나’를위해싸워주는연대의행위가내게들이닥친난관의무게를덜어주는것도아니다.‘나’의현재삶은게임에서처럼‘미궁’의연속이다.
소설은실체없는소문과비난,손쉬운연대와단절등끝나지않는지옥과도같이‘나’를옥죄는현실을선명하게되비춘다.이러한혼돈속에서우리는“여전히자기자신으로있”는것이가능한가,하고물으며.

이시대를써내려가는작가천희란은이렇게썼다,
“이선희는‘지속된한계’를벗어던지기위해
새로운지옥을찾아나선작가였다”

“제가무슨활빈당을꾸미고있던지그저웃고보아주십시오.”「여인명령」의‘작가의말’에서이선희는이렇게말했다.그는개인의욕망과엄혹한현실사이에서끊임없이갈등하면서도,그사실을폭로하는데서나아가여성으로서의자의식을깨우치고자몸부림쳐왔다.천희란은에세이「우리는이다음의지옥도찾아내고말테니까」에서이선희에대해“‘지속된한계’를벗어던지기위해새로운지옥을찾아나선여성”이었다고말한다.그리고이선희가거의한세기전직면했던‘지옥’은천희란의소설에서는규범성에내재된차별적폭력이난무하는현대의지옥으로반복,재생산된다.
천희란의소설속에서,게임의일종기도한‘백룸’의공간에대한설명은다음과같다.“출구는있으나탈출이아닌새로운미궁으로이어지는공간”,“완전히폐쇄적이면서도무한대로뻗어나가는아이러니한공간”.시대를달리하고도계속이어지는미궁속,이선희와천희란작가가마련해둔‘출구’는어디인지,우리는그속에서어떻게나자신으로오롯이존재할수있는지가늠해볼수있을것이다.

추천사

계산서」와「여인명령」그리고「백룸」의여성들을둘러싼세계는결코출구없는백룸일뿐인것같다.그러나그것이전부일까?우리는‘백룸’의규칙에‘출구있음’이전제돼있다는점을다시떠올려야한다.‘백룸’과마찬가지로,세계가우리가저마다의플레이어로참여하고있는일종의게임이라면,우리는우리가만든룰속에서어떤식으로든그게임을완수하는것을목표로한다.그러므로만약삶이백룸과같은유의결코장악되지않는룰속에철저히복무하는게임과다르지않은것이라하더라도,이곳에서우리는반드시‘출구’를향하고있다.
_선우은실,「백룸:알고있지만보이지않고그러므로믿어야만걸어나갈수있는곳에대하여」(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