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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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정록

1964년충청남도홍성에서태어났다.1985년공주사범대학한문교육과를졸업했으며,1989년[대전일보]신춘문예와1993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로등단했다.2001년김수영문학상,2002년김달진문학상,2013년윤동주문학대상,천상병동심문학상,한성기문학상,박재삼문학상등을받았다.

주요도서로시집『그럴때가있다』『동심언어사전』『눈에넣어도아프지않은것들의목록』『아버지학교』...

목차

1부청춘작명소
별명의탄생/청춘작명소/공부중/사랑해/열개의달/함박꽃/모래알/나에게쓰는쪽지/선풍기/원근법/융합/새/청소년보호석

2부하지만돌아가고싶지않아요
네시간/빵빵한소/한심한위로/활짝/청춘/업그레이드/낙타/콩알하나/신호등/딱/단무지/꽈배기의시간/비오는날에는/취업/밀당/개밥에도토리

3부돌멩이가웃었다
나무늘보/욕주머니/봉사활동/겨울이오는소리/풀밭학교5교시/아빠/가장어려운일/약봉지/날라리벌/보호관찰/대학생/두더지게임/돌멩이가웃었다

4부벽을넘는자세
삶의부호/쌍자음속에는/여행/옷걸이자국/노란주전자/삶은감자/모기에게/한가위/실컷/살림/꽃대/맨손/울음장례식/출발선/별/희망

출판사 서평

1부‘청춘작명소’에는재기발랄한청소년들의마음결이고스란히드러나는시들이많다.돈은자기가냈는데짝꿍이하나더먹은어묵에살짝분노해“오뎅더하기오뎅은십뎅이”(<별명의탄생>)라는욕같지만욕은아닌문자메시지를보내며킬킬거리기도하고,‘서울대정문,독수공방,열면삼수,놓고가라’등교실사물함에붙은청춘이름표들은입시의노예가된대한민국청소년들의씁쓸한현실과그럼에도개성과유머를잃지않는그들의정체성을동시에보여준다.(<청춘작명소>)
그런가하면풋풋한청춘의시어가살아숨쉬는<사랑해>는누구나공감할만한비유로가득하다.“실내화처럼편한사이”에서“때가묻을까봐조심조심걷는”새운동화같은사람으로변하는과정은독자들에게도설렘을안겨준다.

친하다는이유로함부로취급받는건아닐까/운동장응원석에벗어놓은실내화처럼/속이뜨거워질수록외로워졌어/오늘네가먼저사랑한다고말해줘서고마워/넌처음으로매듭을묶는하얀운동화같아/오래도록함께먼길을걸어가고싶어/뒤꿈치가아프고쓰라려도좋아/간혹발길을멈추고붉은발가락에/호,입김을불어주고싶어/때가묻을까봐조심조심걷는/너는새운동화같은사람이야/조금은불편하지만설레서좋아
―<사랑해>부분

운동화를빨다든단상을시로옮긴것도있다.

나는달을신고다닌다/나는달의고약한냄새를안다/나는달을씻어햇살에말린다/나는열개의달을손가락으로쓰다듬는다
―<열개의달>부분

운동화깔창에선명하게남은열개의발가락자국에서시인은고단한청춘의하루를떠올린다.달의고약한냄새를안다는것은밤늦게까지열심히일하는자의모습일것이다.때로는바닥까지자존감이추락해본경험이있는사람일것이다.하지만결국그걸다시끌어올리는것도스스로의몫이기에깨끗하게운동화를빨아햇살에말리듯스스로를다독이며다시힘차게시작할마음을먹게해준다.

지금은초록을기다리는시간
2부‘하지만돌아가고싶지않아요’에선청년이되었지만그닥달라질것없는대한민국의현실에서“홀로잎을피우고그늘을경작해야”(<콩알하나>)하는청춘들을가슴뜨겁게위로하며지치더라도가볍게털고일어날수있는‘삶의처신술’을알려준다.
시인은“지금은초록을기다리는시간”(<신호등>)이라며우리모두에게“초록을기다리는시간이필요하다”고말한다.그동안너무앞만보며살다문득“해가뜨는쪽인줄알았는데서녘낭떠러지”였음을깨닫고번아웃이왔다면잠시고요하게멈춰도된다.
국민타자이승엽의은퇴소감에서시상을얻은<딱>은‘최선을다한다’는것이무엇인지간명하게보여준다.‘됐다고생각하는순간나태해지고,나태한모습으로시간을끌면안되기에은퇴한다’는이승엽의은퇴소감에서시인은“몸과마음을다한끝자리가은퇴”임을알아챈다.그러면청춘은나태해지기보다는최선을다하기위해애쓰는중이니은퇴시기는아직먼셈이다.시인은‘백반집반찬들가운데있는단무지세조각’은“보잘것없고초라하지만” “중국집/짜장면/한그릇에”든단무지한조각은“무지무지독보적”이라며아직오지않은나를기다리는청춘들에게작은희망을안겨준다.(<단무지>)그렇게견디다보면달콤한시간이찾아오리라말한다.

너무뜨겁다./자꾸꼬인다./언제끝날지무한대다./고생끝에낙이오리라./곧축복처럼설탕이쏟아지리라./꽈배기의시간은짧다./설탕가루반짝이는/추억만이손짓할거다.
-<꽈배기의시간>

스스로를“막사발이니막국수”처럼잘못붙여진이름이아니라“싱크대가장높은곳이나장식장서랍에있”는“아직식탁에오르지않은접시세트”로귀하게여기며자신이나갈“이삿날이나잔칫날”을기다리는취준생의마음을보여주는시도있다.<취업>에서화자는취직을못하는자신이잘못된게아니라며,자신을몰라보거나부품처럼한번쓰고마는사회에이렇게일침을놓는다.“이렇게예쁘고좋은그릇을여태처박아두었다니,인심쓰듯한번쓰고는젖은저를다시처박아두지말아요.”

최전선으로진보하고최첨단으로무장하는청춘들에게
3부‘돌멩이가웃었다’와4부‘벽을넘는자세’에서는청춘을둘러싼사회관계망을조명한다.마음에서우러나는봉사가아니라점수를위해억지로봉사해야하는청소년들의현실을꼬집은<봉사활동>은읽다보면쓴웃음이나온다.학생들이봉사활동계획서에쓴‘커튼빨기,풀뽑기,마당쓸기,말벗해드리기,안마’같은선행은노인들에겐별로소용이없다.시인은노인정노인의입을빌려말한다.

입학시험에필요하다니까오기싫어도오는거아니겠어.여기오는이유가뻔해도싫진않아.진짜마음이었다면대학생이되고취업한뒤에도찾아와야지.첫월급타면베지밀이라도들고와야지.안그래?
-<봉사활동>부분

이혼한엄마와함께친구자취방에머무르며고단한현실을살아내는청소년이마지막의지처로삼은선생님한테다급하게도움을요청하는모습(<아빠>)이나“아무생각없이떠돌아다니는”날라리로치부하는부모에게당당하게자신은날라리가아니라“모두나아갈길을잃었을때돌아오는길까지알려줄날라리벌”(<날라리벌>)이라며당당하게자기길을걷는모습도인상적이다.그래서청소년은스스로를보호하고관찰하면서자신의정체성을확립해간다.

얼룩말은/얼룩이생명이다//막대벌레는/막대기가몸인지/몸이막대기인지/헷갈릴수록막대벌레답다//탱자나무는가시가최전선이다/쐐기벌레는쐐기털이최첨단이다/부릉거려야자동차다/식식대고빵빵거려야전진한다//나는얼룩으로무늬를짠다/가시와쐐기털을하늘쪽으로세운다/나는최전선으로진보하고/최첨단으로무장한다//나는나를보호관찰한다
-<보호관찰>

이런마음들이모여“도토리키재기처럼어깨를”치더라도“손을맞잡고봄으로”(<쌍자음속에는>)가는힘을키운다.장애물같은삶의복병이나타나면“고개를숙이고무릎을꿇”지만그건결코지는것이아니다.세상모든청춘들이“벽을넘는기본자세”로여기고“바닥만이바닥을넘”(<맨손>)을수있다는신념으로오늘도어깨를펴고당당히나아갈수있기를바라면서시인은특유의다정함과명랑한시어로우리모두를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