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씨

호랑이 아가씨

$16.80
저자

허태연

저자:허태연
이야기를만드는사람.
2021년아버지와딸의화해를그린장편소설『플라멩코추는남자』로제11회혼불문학상을수상,영상화계약을맺었다.태국번역수출계약.
2022년제주도‘대왕물꾸럭마을’을배경으로장편소설『하쿠다사진관』을썼다.태국,대만,러시아,영국번역수출계약.
2024년1월‘행복은덤이되고불행은네고되는’물품거래이야기『중고나라선녀님』을썼다.이탈리아번역수출계약.

목차

1장잠에서깬호랑이
2장앞발의위력
3장의심을받다
4장경찰서앞사주카페
5장때로는맨주먹으로
6장악취
7장또다른짐승
8장실종
9장완전한변신
뒷이야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억울함에서싹트는분노를조심하세요.”
어느날,전생의호랑이영혼이내게로왔다!

경찰시험에여섯번째로낙방한스물일곱살태경.태권도검은띠유단자로100미터를13초안에주파해내지만어쩐지매번필기시험에발목을잡혔다.그런그녀의몸에어느날발생한기이한변화.핏물이밴붉은살코기를탐하게되더니,왼손에황갈색털이자라고손톱마저갈고리형태로기다랗게자라난다.이를눈치챈엄마는태경을데리고무당을찾아가는데…….
“산신山神님!어떻게이토록누추한곳까지오셨습니까요!”산왕산신당에서박수무당은무릎을꿇고모녀를맞는다.무당의말에따르면태경은전생에호랑이였다는것.경찰시험에떨어지면서억울한마음이커지자,그녀의몸안에잠자던산신이깨어났다나?호랑이기운을잠재우려면100명의사람을도와그맺힌마음을풀어주어야한단다.

“만약그러지않으면……변하십니다.”
“변해요?뭐로?”
“그야……호랑이지요.손가락뿐만아니라,온몸이호랑이로변신하십니다.억울한사람들많은동네에서일을하는게좋겠지요.법원앞이라든가경찰서…….”

태경은박수무당의조언에따라서사주카페를차린다.산신령이니점치는방법은배울필요없고,저절로보이고들릴것이라는박수무당의말을믿고.공교롭게도,그녀의사주카페는경찰서바로앞에있다.
과연,무당의말은거짓이아니었다.태경이손님의손을잡은순간,지나온인생의슬픔과고통이보였다.그녀의카페를찾는손님들은경찰과법원의도움을받지못하게된피해자들.단지신통력에만의존하지않고,태경은두발로뛰어다니면서사람들고통을덜어준다.
“귀신안들렸어요.아무것도안보이는걸?손님……진짜아픈것같아.”오랜투병끝에환청을듣는중년여성에겐명쾌한위로를건네고,월급을떼인청년을도와서악덕사장을혼내준다.하지만어쩐일일까?그렇게사람을도와도호랑이영혼은쉽사리잠들지않는데…….
“어,왜이러지?나억울한생각안했는데?”태경은흰털로뒤덮인두귀를보며당황한다.코밑에기다란수염이자라나기도하고,꼬리뼈가뱀처럼길어져꼿꼿이서기도하는게아닌가!
분노를,특히억울함에서싹트는분노를조심하라던박수무당의경고는옳았다.손님의사연을듣고덩달아억울해할때마다,태경은호랑이로변신한다.툭하면처자식을때리는옆집남자를깊은밤공원에서만나,호랑이앞발로혼내준다.빈번히사람을깨무는핏불테리어와는짐승의모습으로대적한다.그러던어느날,동네에서한아이가실종되고수사를벌이던경찰이태경의사주카페를찾는데…….

“경감님편에들었어요.용한만신이시라고.”
“만신萬神은……평생을무속에헌신한인간들한테나붙이는칭호고요,전그냥호랑이예요.”
“그럼……뭐라고부를까요.호랑이아가씨?”
“뭐,나쁘지않네요.”

태경의호랑이변신은언제까지계속될까?100명의한을풀어주면,호랑이영혼은정말잠드는것일까?과연태경은자신의존재의미를찾을수있을까?짐승의길과인간의길사이에서고군분투하는주인공의환상적인이야기가펼쳐진다.

아무런힘없는평범한사람이되느니
호랑이영혼과더불어살아도괜찮지않을까?

태경은어릴때부터경찰이되기를꿈꿨다.이웃의어려움을자신의일처럼돕던동네어른들을보면서“나도누군가힘없는사람을도와줘야지.그래서세상은든든하고힘내어살아볼만한곳이라는걸알게해줄거야.”다짐한터.태권도와주짓수로신체를단련했고,경찰시험에합격해순찰을돌면모르는곳이없게하려고매일새벽조깅을하면서이웃의집을살폈다.복잡한골목길과진출입로도샅샅이파악했다.
하지만세상일이호락호락하지않았다.담너머로옆집남자의고함소리와아이울음소리가들려올때마음이움찔하면서도나서지못했다.옆집남자에게대항했다가는어떻게되는지잘알고있었다.남자의가정폭력을신고했던슈퍼사장은결국동네를떠나야했다.법은무력했고남자의복수는너무도질겼다.아이의울음소리가들리면이웃들은조용히자기집창문을닫아걸었다.태경도마찬가지였다.괜한소란에휘말려면접에불리한이력을남기기싫기도했다.
호랑이영혼이깨어난뒤에는달라졌다.조깅속도가빨라졌다.야행성안구덕분에밤에도잘보였다.청각도예민해져여치들발소리까지들렸다.공포에찬아이울음소리를듣는순간갈고리손톱이솟아났고,분노에서싹트는억울함이차오르는순간호랑이로변했다.손만잡으면상대의과거는물론미래까지보였다.벌어진상처는1분도지나지않아아물었다.그저억울함을느꼈을뿐인데태경은정말로신이되었다.다만,불완전한신.언제짐승으로변신할지모르는.

누구의일을돕더라도,그게온전한나의선의여도,그일에완전히공명해억울해하지않으면호랑이모드로변신하지는않는다.그럴땐나자신의힘으로해결할수밖에없다.(본문에서)

태경은내색하지않았으나호랑이영혼과함께하는자신이싫지않다.아니,오히려100명의한을풀어주면호랑이기운이사라질까두렵기까지하다.여기서‘호랑이아가씨’의존재론적고민이시작된다.“짐승의길은고독하다.(……)특별한힘에취해서살아가다보면,나중엔입을벌려도말이나오질않는거야.”
그러던중태경이사는산왕시에서연이어아동실종사건이발생한다.경찰은범인을잡기는커녕사건을해결할단서하나조차없다.어느날태경앞에늙은형사가나타난다.태경의힘을알고있는그가원하는것은분명하다.태경은그일이자신에게얼마나위험한것인지알고있다.자칫범인에대한분노가지나치면영영짐승으로전락할지도모른다.태경은분노의유혹을이겨내고짐승의힘을통제할수있을까.사라진아이들은무사히집으로돌아갈수있을까?

작가의말

비가오고있습니다.
올해첫장마여서,대기는습기로가득하고
이따금으스스한기가느껴집니다.

‘어째서아이들이사라지는걸까?’
소설을쓰면서여러번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누가,대체왜데려가는걸까?’
골똘히생각해보기도했습니다.

궁금한마음은풀어지질않고답답하게엉깁니다.
어둡고무서운추측에마음이움츠러듭니다.
우리의이웃은어떤사람들이고
또나는어떤이웃인가를생각해봅니다.

길을잃은아이들이언젠가는편안하길.
그런마음으로이야기를썼습니다.

예보된장마는8일간입니다.
그끝을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