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시간(時間:Time)’은흐르고,‘공간(空間:Space)’은맴돈다.‘인간(人間:humanbeing)’은그시간과공간을타고‘생(生:life)’을영위한다.아니,시간과공간을짊어지고,삶의곡예사가된다.‘시간-공간-인간-생’이라는개념을끌어들여내사유를펼치면서,기꺼이한자와영어를병기해보았다.‘뭔가있어보이려는’현학적선택이결코아니다.한글과한문,그리고영어로범벅된내사유의저변에무엇이자리하고있는지,다시고심해보려는기획과의도때문이다.주역(周易)을독해하면서그런생각이엄습해왔다.정말,내삶은매순간,단절과지속가운데,변화(變化)를따라순천응인(順天應人)하고있을까?반관(反觀)의성찰(省察)이시간과공간을종횡하며소식(消息)하는걸까?
주지하다시피,주역은중국‘주(周)’나라시대의‘역(易)’이다.점(占)치는책,즉복서(卜筮)의원전으로알려져있다.점서(占書)여서그런지각각의효(爻)와괘(卦)에는점사(占辭)가파노라마처럼이어진다.거기에철학사상을이입하며의리(義理)를캐물어들어가면,넓고도깊은사유의오리무중(五里霧中)을경험한다.점서여서그런가!시구(詩句)처럼짧은글귀에서는신비적이고미신적이며원시적주문(呪文)이나주술(呪術)이강렬하게느껴지기도한다.
그러나그이면에는인간사회의희로애락(喜怒哀樂)이길흉회린(吉凶悔吝)의운동가운데,너무나진지하면서도심각하게펼쳐져있다.‘변화(變化)’라는거대한물결을방석(方席)삼아,노도(怒濤)를타고상하전후좌우로흔들리면서도,인간으로서자기운명(運命)을감지하며,삶을개척해나가려는몸부림이상징적으로드러난다.주역(周易),또는역경(易經)을영어로‘변화의성경(TheBookofChanges)’으로번역한이유도그러한맥락이리라.
오래전부터주역의내용을‘교육철학’으로풀어보려는생각을했다.최근에는교육철학잡기를쓰면서정리한것도있다.몇년전에는주역전체를번역하는책임을맡아독해도했고,또강의를하면서느낀사유들이다양한양상으로누적되었다.관점에따라달리정돈될수있겠지만,그런경험을바탕으로단상(斷想)을이어보았다.특히,변역(變易)과대대(待對)의관점을고려하여,교육과직결된,수양(修養),함양(涵養),수련(修練),단련(鍛鍊)등에초점을맞추었다.그것이인간사회에참여하는내삶을반성하는계기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
단상(斷想)을통해서나마역(易)의실마리라도잡을수있으면좋으련만,주역을가꾸어왔던선조들로부터그런여유를허락받을수있을까?전전긍긍(戰戰兢兢)!
2024.3.
안동(安東)시우실(時雨室)둔각정사(鈍角精舍)에서
신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