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13.22
Description
현재의 삶과 여전한 자리에
고민하고 몰두하는 세 사람,
이들을 비추는
밝고 깊은 빛.

소설가 범유진, 문화예술기획가 유경숙 추천
최유안 작가 신작 연작소설

사회적인 관계망과 일의 의미를 조망하며,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촘촘하게 엮어온 작가 최유안이 앤드에서 출간하는 첫 소설. 최유안 작가는 특히 오피스를 중심으로 조밀한 서사를 풀어내는 강점을 《먼 빛들》에서 명료하게 발휘한다. 서로 다른 세 여성의 ‘자리’와 삶에 대한 고민과 그들이 몰두하고 어쩌면 목표하는 것에 대한 태도,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과 연대의 이야기를 3부작의 연작소설로 구현했다.

대학교수인 은경, 문화예술 행정기관 센터장인 민선, 비엔날레 예술 감독인 초희는 일반적인 사회적 기준에서 지위가 높은 인물들이다. 중간관리자 이상의 여성을 문학에서나마 접하기 어려웠는데, 이들의 상향된 지위는 언뜻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지위의 상승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세 여성은 각자 일과 삶에 나름의 만족을 느끼고 성취를 경험하며 몰두하는 듯 보인다.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은 이들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이 때때로 답보 혹은 회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을 비추는 한낮의 밝고 깊은 빛이 세 사람이 나아갈 방향이 그것으로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전망한다.

최유안 작가는 인물들의 ‘자리’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회적 자리, 삶의 자리, 마음의 자리. 그 자리는 때때로 그저 괜찮고, 어느 때엔 불편하거나 혹은 편안하다. 불편함과 편안함 어디쯤에 모호하게 머무르기도 한다. 상황이기도 감정이기도 한 자리를 작가는 온전히 드러내면서 어떤 자리에서고 나아갈 수 있다고, 나아가면 희미하게나마 나직이 찾아드는 ‘긍정’이 있을 것을 보여준다. 은경과 민선, 초희 사이를 유영하는 밝고 깊은 빛은 그들을 슬며시 비추고, 느슨히 묶는다. 그렇게 빛은 세 사람을 연결한다. 이들은 알지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의 쉼 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여성을, 사람을, 관계를 그리고 일과 사회를 연대한다.
저자

최유안

2018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지은책으로『보통맛』,『백오피스』가있고,함께지은책으로『집짓는사람』,『페페』,『우리의비밀은그곳에』등이있다.

목차

여은경.
최민선.
표초희.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이책의초고를쓸때말그대로정말재미있던기억이난다.책의큰줄기가정리된뒤에다른원고들을쓰는사이사이이책에실릴소설을한부한부써나갔는데,이원고를잡을때마다속도가너무잘붙은탓에쓰면서내심걱정했다.진짜좋은소설은한땀한땀쓰는거라고생각했는데소설쓰기가이렇게재미있어서야.그럼에도아침에눈을뜨면어제쓰다멈춘부분의다음을얼른잇고싶어책상앞으로달려갔다.쓰는내가이토록재미를느끼는소설을써도될까싶었고,이런글을쓰다가누군가에게혼이라도날것같았다.

책을다쓴이순간에돌이켜보면소설을쓰는일은늘내게그랬다.억척스러운생활인인나를능청스러운괴짜나멋진외톨이로만들어주는,내게는다만경험하는것으로충만한일.이런마음이면소설을책으로묶어내도되겠다고생각했다.

이야기의주제를밖으로꺼내놓을수있는인물들은일하는사람들이었는데,이왕일하는사람들을무대위로올릴거라면굵직한경계에서있는사람들이좋겠다고생각했다.그러다보니내가불러낸이들은고위직,권력을지닌여성이되었다.이미특별한사례가아닌데도그들은여전히안줏거리가된다.나는어째서그들의대부분이권력을밖으로분출하지않고기꺼이초연해지는지궁금했고,소설의인물과함께실험해보고싶었다.

책속에서

은경에게는자신감이있었다.학교밖에서는직장인으로서경력을꾸준히쌓았고,진로를틀어학교에들어와서도열심히일했다.타지에서혼자일하고지내며모르는새근육처럼쌓여간것들도있었다.전장에나가일하지않으면쌓을일없는근육.그것은은경의체력을키우고살을단단하게했다.
---p.53

은경의휴대폰위로새로운글자들이비슷한진동소리를내며떠오르기시작했다.은경은그렇게글자들이떠오르는모습을물끄러미지켜보고있었다.낯선자음과모음들위로새로운자음과모음이올라올때마다화면이새로고침되면서글자가폭죽처럼쏘아졌다.그모습이마치전쟁터의폭격처럼느껴졌다.
---p.73

아무래도요즘민선에게문제가있는걸지도모른다.아니면조직이라고이름붙여진사회에적응해가는자체가딜레마일지도모르지.
---p.85

민선은그점을자주허탈하게생각했다.10년넘게일했지만뭐하나제대로깊이있게아는것같지않았고,그렇다고뭐든두루잘하는것도아니었다.제너럴리스트와스페셜리스트.민선은자신이그두단어의경계에서있는것같은느낌이었다.
---p.87

군더더기없고매섭지않은평안.수초든,수분이든,혹은얼마의시간이든의심없이존재하는안온.그것은아마도결혼이줄수있다던안정의순간에가까웠다.
---p.183

그러나그순간에,단한사람윤재가두사람사이에막피어나기시작한시간의형체를들여다보고있다는사실이초희를안심시켰다.초희에게그것은용기였고,의지였으며,그런마음이라면괜찮다고,초희는생각했다.
---p.213

그빛을마치작품인것처럼감상하는두사람을표초희가멀리서지켜보고있었다.그곳의공기를함께들이켜며,천장에서쏟아지는빛을받으며,같은시간을사는80억인구중어떤우연에이끌려이렇게함께서있는줄모른채,그렇게겨든당한쪽에서서그들은숨을나눴다.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