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13.88
저자

최유안

2018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지은책으로『보통맛』,『백오피스』가있고,함께지은책으로『집짓는사람』,『페페』,『우리의비밀은그곳에』등이있다.

목차

여은경.
최민선.
표초희.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이책의초고를쓸때말그대로정말재미있던기억이난다.책의큰줄기가정리된뒤에다른원고들을쓰는사이사이이책에실릴소설을한부한부써나갔는데,이원고를잡을때마다속도가너무잘붙은탓에쓰면서내심걱정했다.진짜좋은소설은한땀한땀쓰는거라고생각했는데소설쓰기가이렇게재미있어서야.그럼에도아침에눈을뜨면어제쓰다멈춘부분의다음을얼른잇고싶어책상앞으로달려갔다.쓰는내가이토록재미를느끼는소설을써도될까싶었고,이런글을쓰다가누군가에게혼이라도날것같았다.

책을다쓴이순간에돌이켜보면소설을쓰는일은늘내게그랬다.억척스러운생활인인나를능청스러운괴짜나멋진외톨이로만들어주는,내게는다만경험하는것으로충만한일.이런마음이면소설을책으로묶어내도되겠다고생각했다.

이야기의주제를밖으로꺼내놓을수있는인물들은일하는사람들이었는데,이왕일하는사람들을무대위로올릴거라면굵직한경계에서있는사람들이좋겠다고생각했다.그러다보니내가불러낸이들은고위직,권력을지닌여성이되었다.이미특별한사례가아닌데도그들은여전히안줏거리가된다.나는어째서그들의대부분이권력을밖으로분출하지않고기꺼이초연해지는지궁금했고,소설의인물과함께실험해보고싶었다.

책속에서

은경에게는자신감이있었다.학교밖에서는직장인으로서경력을꾸준히쌓았고,진로를틀어학교에들어와서도열심히일했다.타지에서혼자일하고지내며모르는새근육처럼쌓여간것들도있었다.전장에나가일하지않으면쌓을일없는근육.그것은은경의체력을키우고살을단단하게했다.
---p.53

은경의휴대폰위로새로운글자들이비슷한진동소리를내며떠오르기시작했다.은경은그렇게글자들이떠오르는모습을물끄러미지켜보고있었다.낯선자음과모음들위로새로운자음과모음이올라올때마다화면이새로고침되면서글자가폭죽처럼쏘아졌다.그모습이마치전쟁터의폭격처럼느껴졌다.
---p.73

아무래도요즘민선에게문제가있는걸지도모른다.아니면조직이라고이름붙여진사회에적응해가는자체가딜레마일지도모르지.
---p.85

민선은그점을자주허탈하게생각했다.10년넘게일했지만뭐하나제대로깊이있게아는것같지않았고,그렇다고뭐든두루잘하는것도아니었다.제너럴리스트와스페셜리스트.민선은자신이그두단어의경계에서있는것같은느낌이었다.
---p.87

군더더기없고매섭지않은평안.수초든,수분이든,혹은얼마의시간이든의심없이존재하는안온.그것은아마도결혼이줄수있다던안정의순간에가까웠다.
---p.183

그러나그순간에,단한사람윤재가두사람사이에막피어나기시작한시간의형체를들여다보고있다는사실이초희를안심시켰다.초희에게그것은용기였고,의지였으며,그런마음이라면괜찮다고,초희는생각했다.
---p.213

그빛을마치작품인것처럼감상하는두사람을표초희가멀리서지켜보고있었다.그곳의공기를함께들이켜며,천장에서쏟아지는빛을받으며,같은시간을사는80억인구중어떤우연에이끌려이렇게함께서있는줄모른채,그렇게겨든당한쪽에서서그들은숨을나눴다.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