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속도에질려버렸다.나무의시간을살고싶었다.”
‘나무의리듬’은순수한욕망이자,본성이며
가장오래된친구에게듣는삶의태도이다
수마나로이는자국에존재하는계급과명예살인,성차별과폭력문제들에민감하게반응하며,인간의새로운존재방식을탐구한인도의가장독창적인현대시인이다.‘식물-되기’의욕망은로이의시와소설작품전반에서드러나는창작의동기이자이상향이다.‘나무가되고싶다’라는이낯선욕망은수마나로이특유의은유적상상력이더해져,미지의세계로우리를데려가고,지금까지본적없는나무를만나게한다.이책은나무를바라보는우리의관점이편협하고차별적이라고말한다.그리고그관점은우리인간이서로를바라보는방식과크게다르지않다는데까지도달한다.우리는나무를사랑한다고하면서나무의열매와꽃,줄기,수액까지착취해왔다.수마나로이는우리가지금까지무엇을사랑한다고말하면서모든것을착취해오지는않았는지묻고있다.나무의목소리와나무의생각,나무의역사까지도관심을가지지않거나혹은듣지못했다는식으로착취했다고말이다.
수마나로이는어린시절한장면을떠올린다.그장면에서나무의본성을복기하고,나무에대한자신만의사유를자유롭게뻗어나가기시작한다.형제중유독병약했던로이는방안에서혼자두려움에떨고있었다.그런로이의몸위로창문을통해들어온야자수이파리의그림자가덮였다.바람에흔들리는나뭇잎소리와움직이는그림자를느끼며로이는처음으로자유를꿈꾼다.나무의리듬과방식은자연그자체에가까웠다.이에로이를기계의속도나소음에서기인한불안과피로에서해방시켜줄수있는것은오직나무의리듬뿐이라는믿음을갖게되었다.나무는악한사람에게산소를내주지않는식으로행동할수는없으며,나무그늘에서는도둑이나적,나자신도구분이어렵다.생김새나성별,계급같은것으로차별당하거나차별하는일도없다.로이도나무와같이하지않을수없었다.이에로이는숲으로들어가바람에스치는온갖나무의나뭇잎소리를녹음하고,나무이야기가기록된경서와각종책을탐독하기에이른다.그리고자신이경험한나무의모든시간을시인의언어로적기시작한다.끝내그는‘나무-되기’의육체적·정신적한계를뛰어넘고자신만의방식으로나무와의일체화를이룬다.
“어느날나무아래앉아있던나는내그림자가나무그림자와합쳐지는것을지켜보았다.어느덧내그림자가나무그림자속으로완전히사라져나무반대쪽에있는사람에게는내가전혀안보이게되었다.”(119쪽)
한번도보거나듣지못한
나무의역사,나무의목소리,나무의심장
시인의언어로받아적다
“내심장과뇌와신장이이미식물과비슷하게생겼으니얼마나멋진일인가?”라는시인의감탄은,그가욕망하는대상이정확히무엇인지,그리고그가언어의힘을얼마나믿고있는지보여준다.인간의언어와동물의언어,이제는기계의언어까지우리사회에자리잡았다.사회에서언어는존재의증거이며,소통의도구이다.그렇다면언어가없는나무는어떻게존재할수있을까?나무는정말언어가없을까?표정과목소리의높낮이,제스처가없는나무는어떻게고통을표출하며,자신이그자리에있음을주장할수있을까?인도의식물학자J.C보스는야생화도둑놈의갈고리의심장박동과같은리듬을듣고기록할수있는기계‘프토그래프’를발명했다.또한외부자극에어떻게반응을하는지식물을꼬집고고문한다.그는우리가“의도적인편견”을버리면식물이직접말을걸어올거라기대했다.하지만로이는이에반대한다.우리가굳이나무에게반응을이끌어낼필요가전혀없으며,나무는언제나그렇듯침묵과뿌리의얽힘으로말한다고주장한다.우리눈에보이고귀에들려야지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고말이다.
또한로이는나무줄기보다는나무뿌리를,열매보다는잎사귀를,크기보다는그림자를관찰하고이것들의아름다움을발견한다.어쩌면나무를사랑하는것과욕망하는것은다른것일지도모른다.로이는나무를욕망하고있기때문에나무와우리가닮은구석을계속해서발견하고,만들어낸다.볼수없다는것을알면서도나무의내부를들여다보기위해화분을들고엑스레이촬영실을찾아간다.어린시절에는망고열매줍기시합에서망고그림자를바구니에잔뜩담아간적도있다.로이는아무리낯설고불가능해보이는욕망이더라도자기내부에집중하여맥락을형성했고,자기만의글쓰기방식으로당위성을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