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의 두 여자

분지의 두 여자

$16.80
저자

강영숙

저자:강영숙

1998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8월의식사〉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소설집《흔들리다》《날마다축제》《아령하는밤》《빨강속의검정에대하여》《회색문헌》《두고온것》,장편소설《리나》《라이팅클럽》《슬프고유쾌한텔레토비소녀》《부림지구벙커X》를펴냈다.한

국일보문학상,백신애문학상,김유정문학상,이효석문학상,가톨릭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분지의두여자7

작가의말227

출판사 서평

도시의청소부가주운버려진아이,그리고두여자
인간의고유성을시험하는세계와의사투

어느새벽서울시동남권쓰레기처리를담당하는청소용역오민준은공원조형물뒤에버려진아기를발견한다.홀린듯이아기를데려온민준은울지않는아기를병원에데리고가지만곧겁을먹고아이를병원에두고도망친다.

그는숨이멎을듯하다겨우한마디토해낸다.“아기다.”어두운바닥에놓여있는바구니안에흰덩어리가하나있다.그덩어리를감싼흰천은고양이발자국으로더럽혀져있다.“진짜아기네.”민준은또확인하듯중얼거린다.흰천에싸인채턱에힘을주고고개를옆으로돌리고있는작은공만한아기의얼굴이보인다.민준은얼굴에서땀이떨어질까뒤로물러선다.그때수거차의압력장치를작동시키는기계음이들린다.쓰레기봉투를차에실어올리기시작한것이다.빨리수거차로이동해야하는데민준은계속중얼거리며서있다.“아,겁나하얗고깨끗해!”오민준은어렵게장갑을벗어바닥에팽개친다.그리고맨손으로바구니안에밀어넣어둔천솔기를잡고천한가닥을걷는다.아기가불빛을피해반대방향으로고개를조금돌린다.오민준은아기를이렇게가까이보기는처음이다.“자는건가.”오민준은아기를보며이상한기분에빠져든다.이런상황은낯설다.보는사람은없는지민준은순간뒤를돌아본다.그리고아주잠깐깊은생각에빠졌다가바구니를집어든다.그리고공원주변을살펴본뒤자신의집쪽으로빠르게걸어간다.
―본문13~14쪽

한편북쪽도시B에는비밀리에대리모를의뢰자와연결해주는B클리닉이있다.여기에두여자가있다.대학교수인진영은얼마전딸윤재를잃었다.범죄로추정되는상황이지만이렇다할진전없이시간은흘러가고,고통속에서진영은타인을위해새로운생명을잉태할수있다면이고통이덜어질거라는믿음을갖게된다.그결과진영은이타적대리모가되길선택한다.다른한여자는샤오다.이름때문에조선족으로오해받기도하지만그녀의진짜이름은김희선.한국인이다.남편과의불화로딸을버리고집에서나와여러일을전전하다가경제적인이유로대리모가되길선택한다.그녀는딸을위한돈을벌기원한다.

진영은달변가처럼말한다.“나는윤재가죽은후과연내가했던일중에무엇이가장의미있는일이었나생각해왔어.그래도가장잘했던게윤재를낳은게아닌가싶어.목숨을걸만큼위험했고,그만큼보람도있었어.그래서다시해보려고.그러면고통이좀덜하지않을까.당신도기억하지,우리가윤재를낳았던때말이야.”이규는주먹을쥐고자기의가슴팍을때린다.그런식의반복이무슨의미가있을까.그런다고윤재가살아돌아오나.이규는진영에게고통이라는단어를빼앗긴다.
―본문152~153쪽

모든기계들이샤오의방으로날라져들어온다.초음파로자궁을보고폐사진을찍고혈압과맥박,몸의모든기능을검사한다.아기를한명낳기만하면한큐에인생을다시시작할수있다는말,그말이머릿속을맴돈다.이것은감상이아니다.이것은명백한샤오의일이다.십개월짜리단기직업이다.
―본문195쪽

각자다른소망속에서잉태된아기와버려진아기가있다.아기를버린사람은누구일까.진영과샤오의서로다른소망은결실을맺을수있을까.한편민준은병원으로부터전화를받는다.아이를데려가지않으면법적조치를취하겠다는전화에민준은망설인다.민준은자신이매일같이만지던쓰레기들을생각한다.누군가가내다버린것들,쓸모없고대체되는것들.그리고버려진아기에대해생각한다.이일이내일이아니라고생각하는동안,아기와쓰레기는얼마나같고달라지는가에대해민준은고민한다.과연민준은어떤선택을하게될까.

민준은생각났다는듯한손에들린아기바구니를내려다본다.아기는평화롭게자고있다.민준은여전히아기바구니를그대로들고서있다.이곳에버리고갈수도있다.많은생활쓰레기와동물사체들이산처럼쌓인이곳에,쓰레기매립지에아기를버리고가면그만이다.내아기도아니다.아기는어떻게든될것이다.불길이거세진다.이곳에서는쓰레기냄새조차나지않는다.불길이치솟는매립지에서길잃은오리가뒤뚱거리며쓰레기더미위를오가는모습은보기만해도그로테스크하다.민준의두손이떨린다.버려진건아기인데왜민준도버려진듯한느낌을받는걸까.아기는누가버렸을까.아기는왜버려졌을까.그렇게버려질만큼출생자체에문제가있었던걸까.세상에완벽한존재가있나.완벽한존재는없다.저앞의쓰레기불길이더커지며하늘로치솟아올라간다.플라스틱타는냄새에질식할것같다.숨이멎을듯하다.쓰레기매립지너머로해가넘어가려는순간민준은아기바구니를한번더내려다본다.민준은꿈에서봤던,책표지에새겨졌던두글자를발치의쓰레기에서발견하고읽는다.바로‘Life’,‘생명’이라는글자다.(210~211쪽)
―본문210~211쪽

“그런데있잖아요.우리가요,
우리가애를낳아키운건잘한일일까요?
가끔그런생각을해요”

소설은세개의축으로구성된다.자신의상실을새로운탄생으로회복하고자하는진영은‘이타적대리모’의역할을자처하고있으나그녀가마주하는세계는기저부터이타적이지않다.대리모를선정하는과정에서부터건강과나이,출산경험등에따라등급이나뉜다.인간을구성하는특징들이유전자의이름아래구획되고점수가매겨진다.아이러니하게도이는대학교수인진영이대리출산의의뢰자인희우에게선택받은이유이기도하다.다른한편에는경제적이유로대리모가된샤오가있다.진영과는반대편의인생을살아온샤오에게아이의부모는중요한문제가아니다.안전하게십개월의‘일’을끝마치고돈을받는것이샤오에게는가장중요하다.그러나또한아이러니하게도,태반박리로제왕절개수술을선택하게되는샤오는자신의신체를지키기위해배속의아이가내아이라고인정해야만하는상황에처한다.그리고이두여성사이에민준이등장한다.민준은버려진아이를줍는다.민준이도시의청소용역이라는점은의미심장하다.도시의추악을마지막으로처리하던손에한생명이얹어진것이다.
도시는무수한것들을탄생시키고소멸시킨다.매순간우리가내던지는쓰레기에서부터,삼계탕집에서일하던샤오가조류인플루엔자로인한살처분현장에서마주한무수한닭들은물론,종국에는인간마저삶의외부로밀려난다(진영은서울에서교수직을구하기어려워B시로향한다).그과정에서생명은고유한가치를시험당한다.이런재해의세계에서우리는안전한가?민준의손에맡겨진생명이겪게되는존재함과존재하지않음사이의하루,소설은우리에게그것과씨름하기를요청한다.

작가의말

이소설을쓰는동안한두가지질문을내내가지고있었는데그하나는삶의의미에관한것이었다.그리고다른하나는우리의삶이삶이아닌다른무엇인가로대체되어가고있는것이아닌가하는이상한징후의발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