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얼마 전 한 시민단체의 정직지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등학생의 57%가 만일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라는 항목에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변하였다. https://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3930.html 돈은 삶에서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죄를 지어서라도 돈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고등학생들의 사고에까지 만연한 상황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청소년기는 평생에 걸친 삶의 태도가 형성되고 개인의 선호가 본격적으로 결정되는 시기인데 이 중요한 시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배금주의의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돈이나 재산이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만일 돈이 없다면 우리는 남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기 시간을 사용하여야 한다. 반면 풍족한 돈이 있다면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돈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정된다 해도 돈을 위해 도덕을 쉽게 희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의 삶에서 화폐 한 단위와 맞교환될 도덕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아니, 화폐와 도덕 간의 소위 적정 희생률의 계산 그 자체가 비도덕적인 사고의 발로가 아닌가 경제학에서 희생률(sacrifice ratio)이란 두 변수 간 상충의 정도를 표현하는 값이다.
그런데 재산과 도덕 간의 이러한 상충관계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인들에게도 이 문제는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었다. 그 시기 본격적으로 개회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스코틀랜드인들은 이를 상업사회라고 명명하였다)는 전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는 대신 도덕적 가치의 쇠퇴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의 한 비판적 관철자의 눈에 보다 명확하게 비추어 졌다.
부르주아지는 타고난 상전들에 사람을 묶어 넣고 있던 잡다한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무자비하게 끊어 버렸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노골적인 이해관계, 냉혹한 ‘현금 계산’ 이외에 아무런 끈도 남겨 놓지 않았다. 부르주아지는 신앙적 광신, 기사적 열정, 속물적 감성 등의 성스러운 외경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차디 찬 얼음물 속에 집어 넣어 버렸다. 부르주아지는 인격적 가치를 교환 가치로 용해시켜 버렸으며, 문서로 보장된 혹은 정당하게 얻어진 수많은 자유들을 단 하나의 파렴치한 상업 자유로 바꾸어 놓았다. (K. 맑스, F. 엥겔스, 1991, 402-403)
부와 재산이 증대할수록 개인의 미덕이나 도덕은 더욱 위태로워질 듯 보이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최초의 진지하고 체계적인 답변이 18세기 사상가였던 스코틀랜드인 애덤 스미스로부터 주어졌다. 특히 그는 자신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였다.
미국의 정치철학자이며 계몽사상 연구자인 라이언 패트릭 핸리에 따르면 재산과 도덕 간의 상충문제에 대한 연구는 그 누구보다도 스미스가 적격이다. 왜냐하면 스미스는 상업사회의 경제원리를 탐구했던 정치경제학 연구자인 동시에 고대 스토아 철학에도 정통했던 도덕철학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기심과 경쟁, 분업과 축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마음의 평정이나 삶에 대한 의연한 태도 역시 참된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는 시장의 교환가치를 연구하였을 뿐 아니라 올바른 삶의 가치 또한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사 문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면서도 동시에 물적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한 사람이었다. 앞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자로서 이런 스미스를 대신할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읽기-상업사회 탐구」는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답변을 요약하고 평가하기 위해 쓰여졌다.
18세기의 경우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오늘날 이 문제는 심각하다. 지금 현재 만연한 소비주의와 물신주의, 배금주의와 화폐숭배는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우리 사회를 내몰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도덕적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러한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는 지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스미스의 저서는 바로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자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센서스를 시행하였다. 강성한 제국의 역량을 가늠하기 위해 도입된 이 조사는 사람들을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크기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인구 위계의 제일 아래쪽에는 아무런 재산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무산 계급이 위치한다. 이들은 오로지 출산을 통해 병사나 선원을 공급함으로써 조국에 봉사할 기회를 갖는다 오늘날 이들을 프롤레타리아트라고 부른다. 이 단어의 어미 ‘프롤레(prole)’는 생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제일 위쪽 상층부에는 재산이 가장 큰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있다. 이들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가진 재산을 헌납하여 함선들을 제공함으로써 조국에 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함선들로 구성된 함대를 당시에는 클라시카라고 불렀다. 오늘날 고전, 클래식의 어원적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클래식의 어원에 관한 이러한 설명에 관해서는 이마미치 도모노부 2022를 참고할 것. 고대 로마인들은 클라시카 함선을 동원하여 쳐들어온 외적에 대항하였는데 오늘날 우리는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이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같은 클래식이 필요하다.
18세기 한 스코틀랜드인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물질적 번영과 도덕적 위기라는 모순을 이해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공해 줄지 이제 살펴보기로 하자.
돈이나 재산이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만일 돈이 없다면 우리는 남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기 시간을 사용하여야 한다. 반면 풍족한 돈이 있다면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돈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정된다 해도 돈을 위해 도덕을 쉽게 희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의 삶에서 화폐 한 단위와 맞교환될 도덕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아니, 화폐와 도덕 간의 소위 적정 희생률의 계산 그 자체가 비도덕적인 사고의 발로가 아닌가 경제학에서 희생률(sacrifice ratio)이란 두 변수 간 상충의 정도를 표현하는 값이다.
그런데 재산과 도덕 간의 이러한 상충관계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인들에게도 이 문제는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었다. 그 시기 본격적으로 개회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스코틀랜드인들은 이를 상업사회라고 명명하였다)는 전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는 대신 도덕적 가치의 쇠퇴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의 한 비판적 관철자의 눈에 보다 명확하게 비추어 졌다.
부르주아지는 타고난 상전들에 사람을 묶어 넣고 있던 잡다한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무자비하게 끊어 버렸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노골적인 이해관계, 냉혹한 ‘현금 계산’ 이외에 아무런 끈도 남겨 놓지 않았다. 부르주아지는 신앙적 광신, 기사적 열정, 속물적 감성 등의 성스러운 외경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차디 찬 얼음물 속에 집어 넣어 버렸다. 부르주아지는 인격적 가치를 교환 가치로 용해시켜 버렸으며, 문서로 보장된 혹은 정당하게 얻어진 수많은 자유들을 단 하나의 파렴치한 상업 자유로 바꾸어 놓았다. (K. 맑스, F. 엥겔스, 1991, 402-403)
부와 재산이 증대할수록 개인의 미덕이나 도덕은 더욱 위태로워질 듯 보이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최초의 진지하고 체계적인 답변이 18세기 사상가였던 스코틀랜드인 애덤 스미스로부터 주어졌다. 특히 그는 자신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였다.
미국의 정치철학자이며 계몽사상 연구자인 라이언 패트릭 핸리에 따르면 재산과 도덕 간의 상충문제에 대한 연구는 그 누구보다도 스미스가 적격이다. 왜냐하면 스미스는 상업사회의 경제원리를 탐구했던 정치경제학 연구자인 동시에 고대 스토아 철학에도 정통했던 도덕철학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기심과 경쟁, 분업과 축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마음의 평정이나 삶에 대한 의연한 태도 역시 참된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는 시장의 교환가치를 연구하였을 뿐 아니라 올바른 삶의 가치 또한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사 문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면서도 동시에 물적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한 사람이었다. 앞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자로서 이런 스미스를 대신할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읽기-상업사회 탐구」는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답변을 요약하고 평가하기 위해 쓰여졌다.
18세기의 경우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오늘날 이 문제는 심각하다. 지금 현재 만연한 소비주의와 물신주의, 배금주의와 화폐숭배는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우리 사회를 내몰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도덕적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러한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는 지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스미스의 저서는 바로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자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센서스를 시행하였다. 강성한 제국의 역량을 가늠하기 위해 도입된 이 조사는 사람들을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크기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인구 위계의 제일 아래쪽에는 아무런 재산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무산 계급이 위치한다. 이들은 오로지 출산을 통해 병사나 선원을 공급함으로써 조국에 봉사할 기회를 갖는다 오늘날 이들을 프롤레타리아트라고 부른다. 이 단어의 어미 ‘프롤레(prole)’는 생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제일 위쪽 상층부에는 재산이 가장 큰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있다. 이들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가진 재산을 헌납하여 함선들을 제공함으로써 조국에 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함선들로 구성된 함대를 당시에는 클라시카라고 불렀다. 오늘날 고전, 클래식의 어원적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클래식의 어원에 관한 이러한 설명에 관해서는 이마미치 도모노부 2022를 참고할 것. 고대 로마인들은 클라시카 함선을 동원하여 쳐들어온 외적에 대항하였는데 오늘날 우리는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이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같은 클래식이 필요하다.
18세기 한 스코틀랜드인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물질적 번영과 도덕적 위기라는 모순을 이해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공해 줄지 이제 살펴보기로 하자.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읽기 : 상업사회 탐구 - 경북대학교 인문교양총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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