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읽기 : 상업사회 탐구 - 경북대학교 인문교양총서 56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읽기 : 상업사회 탐구 - 경북대학교 인문교양총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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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얼마 전 한 시민단체의 정직지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등학생의 57%가 만일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라는 항목에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변하였다. https://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3930.html 돈은 삶에서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죄를 지어서라도 돈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고등학생들의 사고에까지 만연한 상황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청소년기는 평생에 걸친 삶의 태도가 형성되고 개인의 선호가 본격적으로 결정되는 시기인데 이 중요한 시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배금주의의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돈이나 재산이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만일 돈이 없다면 우리는 남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기 시간을 사용하여야 한다. 반면 풍족한 돈이 있다면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돈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정된다 해도 돈을 위해 도덕을 쉽게 희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의 삶에서 화폐 한 단위와 맞교환될 도덕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아니, 화폐와 도덕 간의 소위 적정 희생률의 계산 그 자체가 비도덕적인 사고의 발로가 아닌가 경제학에서 희생률(sacrifice ratio)이란 두 변수 간 상충의 정도를 표현하는 값이다.
그런데 재산과 도덕 간의 이러한 상충관계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인들에게도 이 문제는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로 간주되었다. 그 시기 본격적으로 개회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스코틀랜드인들은 이를 상업사회라고 명명하였다)는 전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는 대신 도덕적 가치의 쇠퇴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의 한 비판적 관철자의 눈에 보다 명확하게 비추어 졌다.

부르주아지는 타고난 상전들에 사람을 묶어 넣고 있던 잡다한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무자비하게 끊어 버렸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노골적인 이해관계, 냉혹한 ‘현금 계산’ 이외에 아무런 끈도 남겨 놓지 않았다. 부르주아지는 신앙적 광신, 기사적 열정, 속물적 감성 등의 성스러운 외경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차디 찬 얼음물 속에 집어 넣어 버렸다. 부르주아지는 인격적 가치를 교환 가치로 용해시켜 버렸으며, 문서로 보장된 혹은 정당하게 얻어진 수많은 자유들을 단 하나의 파렴치한 상업 자유로 바꾸어 놓았다. (K. 맑스, F. 엥겔스, 1991, 402-403)

부와 재산이 증대할수록 개인의 미덕이나 도덕은 더욱 위태로워질 듯 보이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최초의 진지하고 체계적인 답변이 18세기 사상가였던 스코틀랜드인 애덤 스미스로부터 주어졌다. 특히 그는 자신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였다.
미국의 정치철학자이며 계몽사상 연구자인 라이언 패트릭 핸리에 따르면 재산과 도덕 간의 상충문제에 대한 연구는 그 누구보다도 스미스가 적격이다. 왜냐하면 스미스는 상업사회의 경제원리를 탐구했던 정치경제학 연구자인 동시에 고대 스토아 철학에도 정통했던 도덕철학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기심과 경쟁, 분업과 축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마음의 평정이나 삶에 대한 의연한 태도 역시 참된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는 시장의 교환가치를 연구하였을 뿐 아니라 올바른 삶의 가치 또한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사 문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면서도 동시에 물적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한 사람이었다. 앞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자로서 이런 스미스를 대신할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읽기-상업사회 탐구」는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답변을 요약하고 평가하기 위해 쓰여졌다.
18세기의 경우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오늘날 이 문제는 심각하다. 지금 현재 만연한 소비주의와 물신주의, 배금주의와 화폐숭배는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우리 사회를 내몰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도덕적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러한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는 지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 스미스의 저서는 바로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자원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센서스를 시행하였다. 강성한 제국의 역량을 가늠하기 위해 도입된 이 조사는 사람들을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크기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인구 위계의 제일 아래쪽에는 아무런 재산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무산 계급이 위치한다. 이들은 오로지 출산을 통해 병사나 선원을 공급함으로써 조국에 봉사할 기회를 갖는다 오늘날 이들을 프롤레타리아트라고 부른다. 이 단어의 어미 ‘프롤레(prole)’는 생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제일 위쪽 상층부에는 재산이 가장 큰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있다. 이들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가진 재산을 헌납하여 함선들을 제공함으로써 조국에 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함선들로 구성된 함대를 당시에는 클라시카라고 불렀다. 오늘날 고전, 클래식의 어원적 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클래식의 어원에 관한 이러한 설명에 관해서는 이마미치 도모노부 2022를 참고할 것. 고대 로마인들은 클라시카 함선을 동원하여 쳐들어온 외적에 대항하였는데 오늘날 우리는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이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같은 클래식이 필요하다.
18세기 한 스코틀랜드인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물질적 번영과 도덕적 위기라는 모순을 이해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공해 줄지 이제 살펴보기로 하자.
저자

김영용

경북대학교경제통상학부초빙교수

현재경북대학교와포스텍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생산시스템의사회적성격에관한박사학위논문이후제도경제학을연구해왔다.또한정치경제학과경제사상사분야에대해줄곧관심을가지고스미스나마르크스의저작들을살피고있다.
특히마르크스「자본」독서의산물로「노동가치탐구:자본제1권1,2,3장에대한주석」을출간한바있다.

목차

추천의글
『도덕감정론』으로애덤스미스읽기
인간의본성과도덕그리고덕성에관한안내
스코틀랜드계몽주의가던진질문

서문

제1장.스미스의진면목?
제2장.18세기의문제
제3장.애덤스미스:생애와저서
제4장.의존과독립,타산과번영:상업사회의구성원리
제5장.공감과상상력:도덕의우주
제6장.공정한관찰자:우리안의재판관
제7장.일반규칙:사회라는건축물의장식과기둥
제8장.허영과자기기만:인류의치명적약점
제9장.분업,자본축적그리고이기심:번영에이르는길
제10장.신중한사람:제어된야심과이기심
제11장.평온함과활달함:행복사회와상업사회사이의근본모순
제12장.최소한의부그리고자유와안전:행복의가능성
제13장.상업사회라는태피스트리:애덤스미스의그랜드비전
제14장.애덤스미스의현재성과역사성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얼마전한시민단체의정직지수조사발표에따르면조사대상고등학생의57%가만일‘10억이생긴다면잘못을하고1년정도감옥에들어가도괜찮다’라는항목에‘그렇게하겠다’라고답변하였다.돈은삶에서중요하지만그럼에도죄를지어서라도돈을얻고자하는열망이고등학생들의사고에까지만연한상황은우리를우울하게만든다.청소년기는평생에걸친삶의태도가형성되고개인의선호가본격적으로결정되는시기인데이중요한시기를거치고있는우리아이들이배금주의의포로가되었다는사실은보통심각한일이아니다.우리사회는어쩌다이런지경에까지이르게되었을까

돈이나재산이우리삶에서중요하다는점은누구나인정하는바이다.만일돈이없다면우리는남이좋아하는일을위해자기시간을사용하여야한다.반면풍족한돈이있다면우리는자기가좋아하는일을위해자신의시간을사용할수있다.그러나설사돈이중요하다는점이인정된다해도돈을위해도덕을쉽게희생하는것은정당화될수없는노릇이다.개인의삶에서화폐한단위와맞교환될도덕의수준은어느정도인가아니,화폐와도덕간의소위적정희생률의계산그자체가비도덕적인사고의발로가아닌가경제학에서희생률(sacrificeratio)이란두변수간상충의정도를표현하는값이다.

그런데재산과도덕간의이러한상충관계는비단오늘날의문제만은아니었던듯하다.18세기스코틀랜드인들에게도이문제는절실하고중요한문제로간주되었다.그시기본격적으로개회된자본주의시장경제(스코틀랜드인들은이를상업사회라고명명하였다)는전례없는물질적풍요를약속하는대신도덕적가치의쇠퇴라는비용을치러야했다.이러한상황은19세기의한비판적관철자의눈에보다명확하게비추어졌다.

부르주아지는타고난상전들에사람을묶어넣고있던잡다한색깔의봉건적끈들을무자비하게끊어버렸으며,사람과사람사이의노골적인이해관계,냉혹한‘현금계산’이외에아무런끈도남겨놓지않았다.부르주아지는신앙적광신,기사적열정,속물적감성등의성스러운외경을이기적타산이라는차디찬얼음물속에집어넣어버렸다.부르주아지는인격적가치를교환가치로용해시켜버렸으며,문서로보장된혹은정당하게얻어진수많은자유들을단하나의파렴치한상업자유로바꾸어놓았다.(K.맑스,F.엥겔스,1991,402-403)

부와재산이증대할수록개인의미덕이나도덕은더욱위태로워질듯보이는이상황을우리는어떻게이해하고그해결책을찾을수있을까이러한질문에대한최초의진지하고체계적인답변이18세기사상가였던스코틀랜드인애덤스미스로부터주어졌다.특히그는자신의저서『도덕감정론』에서이문제를본격적으로검토하였다.

미국의정치철학자이며계몽사상연구자인라이언패트릭핸리에따르면재산과도덕간의상충문제에대한연구는그누구보다도스미스가적격이다.왜냐하면스미스는상업사회의경제원리를탐구했던정치경제학연구자인동시에고대스토아철학에도정통했던도덕철학연구자이기때문이다.그는이기심과경쟁,분업과축적이중요하다는사실을누구보다도더잘파악하고있으면서도동시에마음의평정이나삶에대한의연한태도역시참된행복의원천이라는점또한분명히깨닫고있었다.그는시장의교환가치를연구하였을뿐아니라올바른삶의가치또한추구하던사람이었다.그는세상사문제에대해깊이탐구하면서도동시에물적이해관계로부터초연한사람이었다.앞서제기한문제에대한답변자로서이런스미스를대신할사람은찾기어려운것이사실이다.이책,『애덤스미스『도덕감정론』읽기-상업사회탐구』는이문제에대한그의답변을요약하고평가하기위해쓰여졌다.

18세기의경우못지않게,아니그이상으로오늘날이문제는심각하다.지금현재만연한소비주의와물신주의,배금주의와화폐숭배는더이상인내하기어려운지경에까지우리사회를내몰고있다.이러한의미에서우리사회는전례없는도덕적위기에직면해있고이러한위기로부터스스로를보호하기위한우리는지적자원을필요로한다.스미스의저서는바로위기를극복하게해줄자원가운데하나가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