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섭
저자:이남섭 이남섭시인은1950년보성문덕가내마을에서태어나광주대대학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2004년『현대문예』시「추억의강」외4편과2010년『불교문예』시「어수초산(漁水樵山)」외4편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했다.2018년전남문학상2021년보성문학상을수상하였다.보성문인협회8대,11대회장을역임하고,현재보성문인협회고문으로활동중이다.시집으로『마음의강』『아내의詩集』『날마다별꿈』등이있다.
1부첫마음첫마음가내의봄당산나무월백당연가月白堂戀歌찔레꽃불두화佛頭花모란사원동백사원사월봄비오월축제유월장미칠월아침햇살2부나의슬픔을알고싶다좋은날은아직오지않았다사월의목덜미차茶마시기좋은날茶一原詩日峰李敎文천상재川上齎시절인연애가哀歌종심從心백아절현나의슬픔을알고싶다새벽안개묵상나의첫사랑은짝사랑에불과했다3부돌아오지않는강돌아오지않는강버킷리스트1버킷리스트2버킷리스트3시드니추억나에겐네개의산이있다득량역친구여그리운장생포아름다운길네버랜드겨울나무꽃섬은바다쉼표다4부김소월과재봉틀잡초별헤는밤나의별꼬마이시인과공룡박사김소월과재봉틀저녁노을아내의고희古稀아모르파티순천만소낙비눈길무소유5부나비겨울바다소리축제보성소릿재해납백천海納白川나비파밭백운동별서정윈사의재四宜齎오로벨풍경채동선음악당내마음의노래오월은성어락成於樂함께걷자해설|이송희슬픔을치유하는'버킷리스트'
이남섭시인에게고향은시혼(詩魂)의뿌리이며,유년의시간이출렁이는현재형의장소다.시인은스스로“고향의가을품고사는”존재이기에“세상에서가장큰부자”라고자부한다.“흐린날에도새싹을생각하”고,“겨울들판에도파란하늘을생각”한다는이남섭시인의말은삶과사람을대하는긍정적이고포용력있는마음으로읽힌다.보성문학(31호)에이남섭시인이쓴무위(無爲)의강에는그가사는보성군가내마을에대한고즈넉한분위기가그려져있는데,이곳은사면이산으로둘러싸여있는한적한산골마을이라한다.마을중앙과마을앞으로가(可)자를형성하며흐르는개울물이사철물줄기가마르지않고청정하게흐른다고하여,가내(可川)마을이라고부른다.어려서부터밤낮으로흐르는개울물소리를들으며자란이남섭시인은고향에머물면서가내마을이지나온시간을문장으로보존하고기록하는삶을사는데,이는자연스럽게시의배경이된다.이남섭시인의시집날마다별꿈은시인의삶과시의원형적공간인가내마을에대한애정과그리운존재들에대한그림자와표정으로가득하다.이남섭시인은가내마을의흘러간계절들과사람들에대한연민을품고꽃들이흐드러진길위에선다.살아있다는것은누군가를그리워할수있다는점에서다행스러운일인지모르지만,이남섭시인은그리워하는과정에서오는고독과쓸쓸함을견뎌내는법을안다는점에서더욱애잔하기도하다.이남섭시인은떠나간것들은오지않을(못할)것임을알면서도,곁에없는(멀리있는)존재들을기다리며문을열어둔다.언젠가는만날수있다는막연한희망을직접적으로드러낸다거나지나치게허전한감정을토로하지않고도,강이흐르듯잔잔하게시상을끌고가는서정의힘을보여준다.이남섭시인이그린서정의원천은고향에대한애착과삶에대한사랑에서출발하여자기사랑에대한신념과별빛을꿈꾸는순수함으로이어진다.과감한언어를지양하면서정서표현이자연스러운이남섭시인의시적전략은그가지향하는‘첫마음’에대한진실과사랑으로애잔하지만따뜻하게전달된다.이남섭시인이삶과자기자신을대하는근본적인자세를엿볼수있는‘첫마음’은주체의삶이어디쯤와있는지돌아보고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를스스로에게물어보는여유를제시한다.새해첫날떠오른태양은자신이어제와다르다는것을알고있을까?나는새해첫날조계산무소유길에오른다.바람소리물소리에마음싣다보면,우리의삶어디쯤와있는지알것같다.오늘의태양이어제와다르지않다는걸새해첫마음은어제와다르지않다는걸-첫마음전문주체는새해첫날조계산무소유길에오른다.“바람소리물소리에마음싣다보면”우리의삶이어디쯤와있는지잊어버리게되는마음을성찰하기위해서다.“새해첫마음”이“어제와다르지않다는걸”깨닫고오는길,주체는무소유의의미에대해자문한다.엄밀한의미에서보면,소유와무소유의개념은환상이아닐까.인연따라만나고헤어지는것은인간뿐만아니라사물과의관계에서도모두그러하다.모두인연에따라오가는삶이기에그무엇에도집착이나미련을갖지않고,찰나와같은삶을소박하게살다가가면된다.오고가는인연을묵묵하게받아들이며,반복되는일상의삶을아낌없이사랑하는것이야말로소유(所有)라는환상으로부터자유로워지는것이다.어제와오늘이크게다르고,오늘과내일이크게달라질것은없다.이렇게덧없이반복되는일상을잘살아내는것,그자체가삶에대한용기이고의지이며애정이다.무엇을가지려하거나이루려하지않고일상의번다한것들,사소하고별볼일없는일들을묵묵히해내는것이야말로우리네삶이아니겠는가.첫마음처럼항상지금,이순간에불평불만을갖지말고만족하고기뻐하면서살아가는자세가필요하다.이것은소확행(小確幸)이라기보다는,묵묵히일상을살아내는것자체에대한예의이고애정이라는의미이다.이러한삶에대한사유를가진시인이기에이남섭시인이고향을품을수있고,고향이시인을품을수있는것이아닐까.초승달은내게언제나꿈이다.히말라야만년설위에서바라보고픈저달질풍노도疾風怒濤청춘부터가슴에품었다.철없던벗들모임명칭도초승달이었다.만월을기다리는나는초승달좋은것은아직도오지않았다.지금도미생未生이라는이름달고살지만날마다별이되는꿈꿈꾸며산다-좋은것은아직도오지않았다전문우리는알면서도오늘보다내일이,내일보다는모레가더나을것이라는희망고문을하고산다.그러나지금이순간이충분히만족스럽고기뻐야한다.행복은목표의대상이아니기때문이다.프랑수아를로르의꾸뻬씨의행복여행(오래된미래,2004)이라는책에는“진정한행복은먼훗날달성해야할목표가아니라,지금이순간존재하는것입니다.”라는노승(老僧)의말이나온다.인간은매번행복을찾아과거나미래로달려가지만,그러한태도가지금현재를불행하게만든다는것이다.그러니까행복은미래의목표가아니라,오히려현재의선택이라고할수있다.사람이바라는바를모두채우면,이제남는것은죽음뿐이다.주체는살아가고자하는의욕을불러일으키기위해좋은것은아직오지않았다고말하는듯하다.미생未生은‘미완의삶’이란의미로뭔가결핍되고부재한상황의삶을의미한다.주체가”날마다별이되는꿈“을꾸며사는행위는더좋아질것이라는희망을품고사는자세다.그래서달에더가깝다고생각되는히말라야만년설위에서달을보고있는것일까?주체는“질풍노도疾風怒濤청춘부터가슴에품”고,“철없던벗들모임명칭도초승달이었”음을회상한다.초승달이어야만월(滿月)을기대하며꿈꾸며살아갈수있다.아마도주체는좋은것이아직안왔다는것보다는좋은것은이미우리에게주어져있다는믿음으로살아가는것이중요하다는것을반어적으로말하고있는듯하다.시간은‘물리적인거리감이주는환상’이다.인간이유한하고일시적인‘몸’을가지고태어났기때문에시·공간이란것이있다고믿으며살지만,궁극적실재인우주적관점에서본다면‘모든것’은이미이루어져있다.달도마찬가지다.우리가보는협소한시각에따라달이달리보일뿐,달이줄거나늘어나는것은아니지않은가.부족한듯보이지만,‘모든것’은이미온전하다.인간이작고부분적인것을취해서그것을‘나’라고생각하니,세상의‘모든것’들이온전치못하게보일수밖에없다.주체는결국‘나’라는육신에갇혀살다보니한계가있을수밖에없는우리의모습을성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