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20.00
Description
“나, A4-5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묻혀 있는가”
인류학자, 73년 전 아무도 모르게
땅속에 묻힌 뼈와 조우하다
2023년 3월, 충남 아산 성재산에서 정체불명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양손이 ‘삐삐선(군용 전화선)’으로 묶인 채 일렬로 엎어져 쓰러진 유골들. 그 앞으로 역시 양손이 결박된 한 유골이 쪼그려 앉아 있다, 마치 잠에 든 듯한 모양새로. 그에게 ‘A4-5’라는 식별번호가 겨우 붙여진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본 헌터》는 뼈의 증언을 좇는 집념의 인류학자 선주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이 70여 년 세월을 초월해 만나는 스펙터클한 ‘유골 추적기’이자 생생한 역사 논픽션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한겨레에서 30여 년간 베테랑 기자로 일해온 고경태는 꾸준히 폭력과 억압의 흔적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전작에서 특히 베트남전쟁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면밀히 다룬 저자는 이번엔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과 국가폭력 피해자의 상흔을 심도 있게 다룬다. 2023년 3월 아산에서 유골이 발굴된 직후, 한 주에도 몇 차례씩 아산의 발굴 현장과 청주에 위치한 선주의 연구소를 찾아 취재했다. 그렇게 〈한겨레〉에 6개월 동안 폭발적으로 써내려간 기획기사 ‘본 헌터’를 개고하고,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연표·이름 대조표·역사사회학자의 발문을 추가하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보강해 책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두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교차식 구성’을 따르며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의 참상과 땅속에 묻힌 진실을 추적한다. 먼저, 하나의 축은 민간인 학살사건 이야기로, 유골·생존 피해자·유가족·유품·관련 주변인·가해자 등 여러 화자의 시점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뼈아픈 학살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현해낸다. 다른 하나는 인골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으로 한평생 유해가 남긴 진실을 좇아온 실존인물 ‘뼈 인류학자’ 선주의 이야기이다.
영문도 모른 채 죽임 당한 이들과 집념의 인류학자,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던 두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결국 아산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만나게 된다. 발문을 집필한 역사사회학자 강성현이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이야기가 교차하는 “일종의 ‘다크 투어’ 방식으로 죽음의 이유와 특징을 탐문”한다는 점은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여기에 생생한 현장 사진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에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국전쟁 취재의 축은 충남 아산이었다. 처음 그 작은 도시에서 1000명 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아산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한민국 지역 중에 전쟁과 학살의 광풍을 비껴간 곳이 거의 없다. 그 지명 뒤에 모두 ‘대학살’이라는 말을 붙여도 모자람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죽이고 죽었다는 말인가. _서문 중에서, 5~6쪽.

저자

고경태

저자:고경태

2000년11월,베트남전시기한국군의민간인학살에관한미군비밀문서를최초보도했고《베트남전쟁1968년2월12일》한국어판과일본어판,베트남어판을냈다.이밖에《대한국민현대사》《유혹하는에디터》《글쓰기홈스쿨》《굿바이편집장》도썼다.1994년2월〈한겨레21〉창간팀에합류해한겨레에서만30년일했다.돌고돌아사회부현장기자로일한다.

목차

서문:기적을꿈꾸며

1부
65만시간의기다림
사람을할결심
나,A4-5
끈기의합기도소년
중학생의절규
슬기슬기손선생
“여긴땅파면다시체야”
모란,폐결핵,사투
검은낫은말이없고
버클리의두얼굴
나는어느집자식이었나
뼈들에압도당하다
소리없는도망
아치섬에서온손님
사색없이사형,사형
인류의조상,루시
나는프락치가됐다
흥수아이에대한추리
은비녀의독백
장선생뼈의증언
오빠의환청
머리뼈의역사
아버지를찾아서
경식의치아가사라졌다

2부
“부역혐의처형”
육군유해발굴단으로
맹씨네연좌제
태극기휘날리며
7일간의감금
미완의집념
우리는이성의빛을품고있는가
역사와목숨에대한상상력
죽음은평등하지않다는것
금정굴유해발굴
큐브의말들
귀신의바다
왜이렇게까지죽였을까
상왕동의찡그린남자
충무공의후손들
골령골과모던미스
신은위대했다
슈팅스타가창공을가르자
사라진아버지의진실
사람이아니라시스템으로
아버지는인민위원장
해양뼈대학
피해자가가해자로
마침내만나다
본헌터
봄을기다리며

발문:한국전쟁전후,광풍의역사틈으로·강성현
부록
-인물이름대조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희생자유해발굴연표

출판사 서평

★“이책을통해거대한폭력의역사에휘말려
아무도모르게땅속에묻혔던이들의
고통을응시할수있기를.”_권일용(프로파일러)

★“한국사회의존엄을지키고자만들어진책.
침통함을넘어새로운길을만들기위해반드시읽어야한다.”_심용환(역사학자)

★“이야기가교차되는‘다크투어’방식으로죽음의이유를탐문한다.
한국전쟁이야기를대표하는책.”_강성현(역사사회학자·성공회대교수)

“나,A4-5는누구인가.왜여기에묻혀있는가”
인류학자,73년전아무도모르게
땅속에묻힌뼈와조우하다

2023년3월,충남아산성재산에서정체불명의유골이무더기로발굴됐다.양손이‘삐삐선(군용전화선)’으로묶인채일렬로엎어져쓰러진유골들.그앞으로역시양손이결박된한유골이쪼그려앉아있다,마치잠에든듯한모양새로.그에게‘A4-5’라는식별번호가겨우붙여진다.도대체이들은누구인가?
《본헌터》는뼈의증언을좇는집념의인류학자선주와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사건이70여년세월을초월해만나는스펙터클한‘유골추적기’이자생생한역사논픽션이다.이책의저자이자한겨레에서30여년간베테랑기자로일해온고경태는꾸준히폭력과억압의흔적에관심을기울여왔다.전작에서특히베트남전쟁기한국군의민간인학살사건을면밀히다룬저자는이번엔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사건과국가폭력피해자의상흔을심도있게다룬다.2023년3월아산에서유골이발굴된직후,한주에도몇차례씩아산의발굴현장과청주에위치한선주의연구소를찾아취재했다.그렇게〈한겨레〉에6개월동안폭발적으로써내려간기획기사‘본헌터’를개고하고,민간인학살희생자유해발굴연표·이름대조표·역사사회학자의발문을추가하며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을둘러싼사회·문화적맥락을보강해책으로선보인다.
이책은두이야기가동시에진행되는독특한‘교차식구성’을따르며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사건의참상과땅속에묻힌진실을추적한다.먼저,하나의축은민간인학살사건이야기로,유골·생존피해자·유가족·유품·관련주변인·가해자등여러화자의시점을통해한국현대사의뼈아픈학살사건을입체적으로재현해낸다.다른하나는인골에대한순전한호기심으로한평생유해가남긴진실을좇아온실존인물‘뼈인류학자’선주의이야기이다.
영문도모른채죽임당한이들과집념의인류학자,서로관계가없어보이던두이야기는시공간을초월해결국아산민간인학살사건으로만나게된다.발문을집필한역사사회학자강성현이언급한바와같이,두이야기가교차하는“일종의‘다크투어’방식으로죽음의이유와특징을탐문”한다는점은이책의큰특징이다.여기에생생한현장사진과흥미로운스토리텔링으로독자에게마치한편의영화를보는듯한높은몰입감을선사한다.

한국전쟁취재의축은충남아산이었다.처음그작은도시에서1000명넘게죽었다는사실을알았을때놀란입을다물지못했다.그러나아산은예외적인경우가아니었다.이름만들으면아는대한민국지역중에전쟁과학살의광풍을비껴간곳이거의없다.그지명뒤에모두‘대학살’이라는말을붙여도모자람이없다.도대체얼마나많이죽이고죽었다는말인가._서문중에서,5~6쪽.

‘뼈에는색깔도,거짓도없다’
교차하는두시선을따라드러나는
민간인학살의은폐된진실

“나는앉아있었다.얼마동안앉아있었냐면,(중략)63만4560시간이상앉아있었던셈이다.”(15쪽)이책은쪼그려앉은채로발굴된유골,A4-5의건조한독백으로시작한다.혹시함께나온유품을살피면이유골들의정체를알수있지않을까?삐삐선과탄피사이로‘중’자가새겨진단추들이여럿나온다.중학생도있었다는뜻이다.이들은누구인가.왜산속에줄줄이끌려와죽었는가.
그리고이어지는글〈사람을할결심〉은사뭇대조적인분위기로전혀다른이야기를시작한다.“사랑이꽃피는계절이었다.싱싱한초록의나뭇잎들이연도에도열해축하박수를쳐주는기분이었다.”(21쪽)새로운삶의시작을앞둔청년의열망이꿈틀거리다못해요동친다.그의부푼마음처럼,문장곳곳이생명력과사랑으로가득차오른다.이책의또다른주인공,인류학자선주의이야기다.
이처럼서로다른출발선에서시작한두이야기는언뜻전혀관계없는것처럼보인다.각기다른시공간에서개별적으로진행되는두서사는오로지‘뼈의증언’을따라조금씩거리를좁혀간다.그렇게서로다른이야기의궤를그리며아이러니하게‘민간인대학살’이라는한국현대사속끔찍한수수께끼를풀어나간다.
구체적으로,충남아산성재산기슭에서발굴된유해A4-5의독백으로시작한아산의이야기는,민간인학살사건과관계된다양한화자의목소리를통해진행된다.1부에서,A4-5그리고그와함께발굴된‘A5-4’.이보다앞선1995년에인근에서비슷한정체불명의유골을발견했던건축현장담당자인욱,성재산으로부터10킬로미터가량떨어진지역새지기의유골‘새지기2-1’과‘새지기2-2’는공통적으로발굴당시의현장감과유골상태로부터알수있는학살사건의진상들을들려준다.이어1부의글〈소리없는도망〉〈사색없이사형,사형〉의화자이자한국전쟁기당시판사였던‘병진’과〈나는프락치가됐다〉의화자‘용길’이부역자재판전후의맥락을이야기하며민간인학살사건의정치·사회적맥락이조금씩짜맞춰진다.더불어아산의설화산에서머리카락에꽂힌채발굴된은비녀들,현장에서세상을떠난‘주화’,유가족‘장호’의이야기는민간인학살이부역자개인을처단하는이데올로기의폭력을넘어,세대를이어일가족전체를집요하게말살시키는집단적학살에가까웠음을보여준다.1부에서서서히밝혀지는민간인학살사건의진실은2부로넘어가,유가족·생존피해자그리고가해자의시선을거치며더구체화되고다면적으로서술된다.
한편,결혼과유학을앞두고열의로가득찼던선주의이야기는,1부의글〈끈기의합기도소년〉〈슬기슬기손선생〉〈모란,폐결핵,사투〉로이어지며유년기·청년기의여러에피소드를통해끈질기고호기심이강한선주의성정을보여준다.〈버클리의두얼굴〉은본격적으로선주가한국의대학원석사과정을거쳐미국버클리대학박사과정에서체질인류학을공부하며인류학자로서각양각색의뼈들을접하는이야기로의전환점이된다.〈뼈들에압도당하다〉의점말동굴동물뼈,〈아치섬에서온손님〉의인골,〈인류의조상,루시〉〈흥수아이에대한추리〉의학술적가치가높은인골,〈장선생뼈의증언〉의의문사한장선생머리뼈등을다루며선주는점차뼈에남은흔적·마모되고손상된정도·뼈의크기와길이등의정보를살펴진실을도출해내는‘본헌터’로서의면모를보여준다.2부에서는,국가폭력과집단죽음의현장으로흘러간선주의이야기가펼쳐진다.무엇보다선주를분주하게만들었던것은다름아닌‘진실을알고싶다’는학문적호기심이었다.선주의눈에,뼈에는색깔도,거짓도없었다.어릴때부터돋보였던집요한호기심을바탕으로,선주의이야기는국군전사자유해발굴현장·일본의강제징용자유해발굴현장과전국방방곡곡의민간인학살희생자유해발굴현장으로이어진다.그렇게한평생뼈의증언을좇아온선주는,어쩌면필연적으로A4-5와마주하게된다.

선주는늘생각했다.‘나는아치섬인골때문에여기까지온거다.아치섬인골이없었다면….’그때사람뼈에욕심을갖고경계를넘어서는,어쩌면무리한호기심의광폭질주가선주의오늘을만들었다.선주는가끔아치섬인골논문에박힌명백한오류를되새기기도했다.어금니에홈처럼난선을잘못해석한것이다.논문을쓸땐모래롤양치질을했다고생각했다.버클리에서박사과정을이수하면서그게아니라는걸깨달았다.아치섬인골은6세전에고열을앓았던거다.영양상태가안좋아남은흔적이었다._103쪽.

“도대체얼마나많이죽이고죽었다는말인가”
침통함을넘어,한국사회의존엄을지키기위해
반드시읽어야할책

죽인사람들은죽은사람들의집을차지했다.(중략)인문위원장을지냈다하여,인민위원회를위해밥을해줬다하여,아들이좌익운동을한다고소문이났다하여,인민군점령기에완장을차고양반을모욕했다하여죽임을당하고재산을빼앗겼다.죽거나쫓겨난사람집에가해자쪽사람들이들어와살았다._80~81쪽.

한국전쟁기민간인학살은‘부역자처벌’이라는명분하에국가가암묵적으로승인한사형(私刑)이었다는점에서그양상이매우독특하다.민간인학살은일차적으로군·경찰의지시와집행으로이루어졌다.공식적인작전과공식명령계통으로하달되어조직적으로‘빨갱이’를색출하고부역자를처형하는식이었다.그러다전쟁의혼란을틈타사적복수와욕망이개입되기시작했다.국가는이를암묵적으로용인하고,군·경은방임하거나외려갈등을부추겼다.

“인민군점령기에완장을차고양반을모욕했다하여”(80~81쪽),“동네목숨줄을쥐고있는향토방위대부위원장김씨의눈밖에완전히나버려서”(189쪽),“얼마나잘먹었으면이렇게두드려패도안죽는지”(80쪽)질투가나서,잔존하던“지주-소작계급간갈등”(366쪽)이경찰의부추김으로불붙어서사람들이죽고,죽고,죽었다.개인적원한을풀고,집과재산을빼앗기위한집단학살이시작되니부역혐의를받은청년·남성뿐아니라갓난쟁이부터아녀자,노쇠한부모까지일가족전원이‘처형’대상이었다.사적인복수를위해거짓고발과낙인,극악무도한색출과매카시즘이복합적으로뒤엉켜끔찍한학살사건으로귀결됐다.이데올로기의대립은죽음의수많은이유중하나에불과했다.
특히,이책에서중점적으로다루는아산의민간인학살사건은1950년9·28수복이후국면과1951년1·4후퇴국면에서두드러지게발생했다.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진실화해위원회)는이사건들의희생자로77명의최종신원을확인했는데,진실화해위원회가작성한조사보고서에따르면연령미상32명을제외하고가장많은희생자연령은10세미만으로,총14명이었다.최소800여명이아산민간인학살사건으로희생되었을것으로추정한다.

A4-5가65만시간의기다림끝에땅밖으로모습을드러낸사실은오늘날우리에게무엇을시사하는가.역사학자심용환은이책을추천하며이렇게말한다.“한국사회의존엄을지키고자만들어진책.침통함을넘어새로운길을만들기위해반드시읽어야한다.”한국전쟁은때로오늘날우리와관련없는옛날이야기처럼느껴지지만,한국전쟁기국가폭력피해자들의고통은아직도뚜렷하게남아있으며피해규모는여전히집계중에있다.은폐된폭력의역사를마주하고집단적차원에서피해자의이야기를복원할때,그렇게조각나고파묻힌것들을다시이어붙일때,한국사회는침통함을넘어비로소그다음으로나아갈수있을것이다.

또다른증언도잊히지않는다.갓난아기를업고일행과함께끌려가던젊은엄마가어둠을틈타옆콩밭에잽싸게숨었다.갓난아이가울면끝장이었다.그러나아기조차울지않더라고했다.정적,갓난아이조차입을닫게만든그정적은얼마나두렵고공포스러웠을까.21세기를사는현대인들은상상할수없는공포다.(중략)그러나그곳에사는사람들은아무도말하지않았다._1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