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음 봄에 우리는 - 아침달 시집 22

이다음 봄에 우리는 - 아침달 시집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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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희경

1980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과한국예술종합학교를졸업했다.2008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데뷔,시인으로활동을시작했다.시집『오늘아침단어』『당신의자리-나무로자라는방법』『우리에게잠시신이었던』,산문집『반짝이는밤의낱말들』,『세상어딘가에하나쯤』등을펴냈다.시동인‘작란’의한사람.현대문학상등을수상한바있다.

시인이고,시집서점‘위트앤시니컬’의서점지기...

목차

Ⅰ.
그겨울은누구의장례였나

겨울정오무렵12
선한사람당신13
빈코트17
그런잠시슬픔18
안가20
지독한현상22
사건23
밤은잠들지못하고24
따끈함과단단함26
보이지않는꿈28
돌아오는길30
쓸모없는날32
이층의감각34
느린마음에대하여36
보이지않는소리40
季42
즐거움의지옥46
한밤의기분47
교양있는사람48

Ⅱ.
고백은필요없는것

아직은52
톱과귤57
어머니의검진결과를기다리던
병원로비에서58
오송59
겨울,200760
오래된기억61
바람이언덕을넘어불어온다62
이다음봄에우리는64
녹은눈을쓸어내기66
봄에가엾게도67
접속곡68
잃어버린사월과
잊어가는단하나의이야기70
추모의방식71
산중묘지72
노트73

Ⅲ.
이야기의테이블

세자매76
니트78
동경79
그치지않는다80
삭82
아름다운개파블로프84
위치연습87
신파88
마른물90
거리연습92
자전거거치대만한슬픔94
벼린다는말96
의자들있는오후100
나의차례102
가변시력103
다름없이아침104
실종자105
빈테이블서사108
기린인형109
세계에대해,
조금더적은측면으로111
연작114

부록
그림자의말127

출판사 서평

갔던길을되돌아오는여정
그캄캄함속에서엿듣게된마음들

제1부‘그겨울의장례는누구였나’에선갔던길을되돌아오며마주하게된익숙한풍경을새롭게이야기한다.이번시집에서주로감각하고있는‘캄캄함’은밝고어두움을분간하는말이아니라,흐려지는것들에게서전해듣는마음의음량에더가깝다.“이쪽도저쪽도길이아니게될때/그럼에도많은것이여전할때/여밀것도말할것도없으면서/떨고있다고여기는그때”(「돌아오는길」)마주하게된일상의풍경을재구성하며,시인은잠못드는깊은겨울밤의초상에작은인기척이된다.

“이런잠시슬픔목도리를꺼내는것을깜빡하고스웨터에는오래된얼룩들그렇게겨울은산다불을끈건나였고깜깜한것은나의일손을주머니에넣고기억을뒤적여야하는다음때를떠올리고문밖에서는눈이부실때그런잠시슬픔그런,잠시슬픔”
―「그런잠시슬픔」부분

겨울은슬픔을마주치게되는좋은장소와시간으로서우리곁에다가와있다.겨울을끌어안으면서도시인은“얼룩”으로머물수밖에없는것을발견하고는잠시나란해지는일로눈여겨보지않던것들을호명한다.시인의섬세한미동속에서우리가함께할수있는것은이물기마른언어로느린마음을청진하는일이다.이미우리에게충분히많은조용한날들속에서흐려진풍경을시인은애써닦아내려하지않고,그풍경의초점이읽어주는세상의겹겹을경청한다.3부‘이야기의테이블’은그렇게경청하게된세상의일렁임을전해듣는순간들로촘촘하다.‘빈테이블’이나‘기린인형’,‘의자’,‘상자’등곁에놓인고정된사물을경유하며재편하는시인의감각은우리에게새로운시선을재현하게한다는점에서다채롭다.마찬가지로3부에수록된「위치연습」,「거리연습」,「가변시력」등의시편은지워진길위에다시올라서는시인의현장이기도하다.캄캄한시야에결코물들지않고,자신이돌아본풍경을지도삼아걷는화자를등장시킴으로하여금머무르지않고끊긴길들을잇는다.그리하여그여정속에서자신이목도했던살아있음의뒤안길을긴호흡의시「연작」을통해안내하기도한다.

머물지않는
나아가는고백의편린

2부‘고백은필요없는것이다’에서는긴호흡의「아직은」을시작으로고백연작시가이어진다.지나온경험에서길어올린단편들이서로멀찌감치떨어져있는듯보이나흐릿해져가는기억력으로기대어나아간다.표제작이기도한「이다음봄에우리는―고백6」은화자자신이버린이야기속에있는‘사랑하는당신’을다시마주하며‘당신이사랑하는’내가할수있는일에대한의지를서로잃어버린이야기를주섬주섬다시상기시키는엇갈림으로환원시킨다.미래로흐려진다음과과거로선명해진다음을중첩해새로운이정표를제시한다.그리하여이시는우리가버리고온이야기의무덤곁에서목놓아울수있는봄이아직남아있다는진실을눈앞에남겨두기도한다.희망이나절망을단정하지않고함께목놓아울수있는시간을가늠하는이약속은이시집과함께호흡할수있는지점이기도하다.
시인이과거를대하는방식은,시간의속성에의지하는것도아니고현실을부정하는태도에서만들어진것도아니다.단지“나는돌아보지않았다오늘은볕도없는걸하고중얼거렸을뿐이다”(「산중묘지―고백12」)
부록으로수록된「그림자의말」은시인의독백과함께시인이직접찍은사진들이뒤섞인다.이흐름속에서우리는겨울을여닫고,이다음봄을여밀수있게된다.
네번째시집을통해시인은자신의감각을갱신하며,삶을이해하는또다른방식그자체가되어간다.약속없이만나게되고또배웅없이도헤어질수있는삶의마주침이담긴이번시집은어긋남일수도있고,미묘한결렬을통해느끼는한인간의소외일수도있지만,우리는그길을가만히동행하며,우리가이삶을어떻게살아내고있는지,어떤겨울을건너와봄에게로가려고하는지넌지시이해해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