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유화 - 아침달 시집 39

유리유화 - 아침달 시집 39

$12.00
저자

이유운

저자:이유운
철학을공부하고문학을한다.

목차


1부나크면두꺼운살결을가지게될거야

sunkissedbaby15
정상가족18
예당저수지21
도상의변천22
최후의애도24
소프트사이드26
꽤투명한사람에대한이야기30
상실의집에서자라는
여자아이의얼굴은33
하지의설계도35
부서진빛의의지39
보육42

2부이집으로들어오는사람들에게고하라

칵치켈의달47
기도실이보이는호텔발코니에서49
영원히옮겨다니는짐승52
이“아니요”는언제나“네”라고
대답하는한남자에게는
가혹한것이었다54
위령제56
태막57
도끼날과혼동되는유리잔61
뱀주인자리와순례길63
사라지고없는66
윤리적으로지은집67
아르바이트72

3부포기할수없는어떤마음들이창문을연다

템퍼링크리스마스77
동거80
매끈하거나홈패인공간
Espacelisse/Espacestrie84
허들링87
정적하는숲88
번식하는숲89
프리저브레이크90
일직선으로꾸는꿈93
눈의소실점98
무거운진실로만든101
재105
유리그릇의설계자108

4부꽃……뿌려주러올거지?

섬광시럽115
커튼콜116
롱커튼콜120
우리는아무도울지않고124
잔몽126
오랫동안자세를
바꾸지않는개에게127
악몽예측관130
탈피성사133
나무상자깊숙이137
유리유화139

발문
당신의고독과사랑이라는신앙과사랑을갈망하는
우리의마음이함께하기를-전영규147

출판사 서평

탄생과죽음으로그린사랑의홀로그램
부서진존재를깨우는빛의의지

2020년《경인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고,시산문집『변방의언어로사랑하며』를비롯『사랑과탄생』,『산책채집』을출간하며독자들에게사랑에관한단상과사유를내밀하게전해온시인이유운의첫번째시집『유리유화』가출간되었다.이번시집에는4부구성으로총44편의시가수록되었다.

탄생과죽음이라는삶의매듭을풀었다묶었다를반복하며,자신의존재적근원을찾아떠나가는이번시집에는신화적이면서도소문처럼무성하기만했던이야기를구체적으로데려와새로이구축한다.그이야기를풀어가는과정에서자주초대되는‘빛’에관한탐구는화자의의지로서,세계와의접촉으로서발현되며시를읽어가는주요한주춧돌이되기도한다.

1부에서는자신의세계를구성하고있는가족이나이웃의자리를뒤바꾸며새로운질서를만들어이야기한다.서로를돌보거나가르치는일,기르거나보살피는일과같이존재가서로에기대어있을때를반추하며나타나는시의새로운배경들이기도하다.‘나’의형상을하면서도동시에내가낳은아이가되는대상을길러내고,자라나는환경자체를풍경으로비추어보기도한다.“아이의얼굴에처음으로여자의이목구비가떠오를때,표정이모두사라”(「상실의집에서자라는여자아이의얼굴은」)지는순간,시인의이야기가시작된다.또한‘집’이라는삶의근원적터전을뒤흔드는이야기의각색을통해자신이정말로원하는이상적세계에대한갈망과동시에삶을뒤흔들어보는이야기의방식으로살아감에새로운의지를재구성해나간다.“나아름다운집에살고싶어/빛이살결처럼흐르는”(「하지의설계도」)이라고말하며구체적으로‘빛’을경유해삶과죽음의변죽을탐험하기시작한다.2부는그런의미에서새롭게열린시인의세계이자믿음과의심,신앙적으로응시하며탄생과죽음을극대화한다.“언제든죽일수있을것처럼보였지/함부로사랑할수있을것처럼보였고”(「도끼날과혼동되는유리잔」)한통로속에서드리워있는탄생과죽음의연결부를잠,순례,소문과같은내러티브로구성하며새로구축한세계에마침내도착하게된다.

탄생에대한빛의종언
죽음에관한빛의연장술

3,4부에서는세계에대한애도와사랑의대상이좀더명확해진다.그리고‘꿈’이라는매체속에서상실과죽음을잇고연결하는모습도읽어낼수있다.소멸될수밖에없는존재의유한함을꿈의무한함으로옮겨와풀어내지못한이야기에발언권을주듯이,시인은그경계를오가며중계자가되기도한다.

시인은탄생과죽음을혼동시켜삶을입체적으로재구성한다.그리고그안에내재되어있던낡은질서를처치하고새로운사랑에숨을불어넣는다.1,2부에서‘빛’의문법으로세계를거슬러올라갔다면3,4부에서는사랑의연원을헤집으며사랑의주체로서실천하려는움직임이된다.‘유리유화’처럼어떤특정한속성으로규정할수없는가변적윤곽을지니는이야기들끝에서“나는내가너무나도가지고싶었다”(「나무상자깊숙이」)라는근원적물음에대답할수있는‘몸’이된다.“나에게짐승이란내가되고싶은”(「유리유화」)일이었음을깨닫는것은빛의문법으로새롭게지은세계에서처음한일일지도모른다.‘태어남’의역설은대상을더욱흐릿한존재로만들면서도바로그주체의‘사라짐’을새로운탄생으로명명함으로써삶과죽음이마치하나의줄로팽팽히연결되는긴장감을통해세계속거대한비의를획득한다.

시인은탄생자체를종언하듯살아온시간에벌어진틈새같은상처를아프게읽어내면서도,동시에그틈으로빛을투과시키며새로운홀로그램형체의세계를빚는다.그곳에서는죽음을죽어버린시간이아니라살아가야할시간으로환원한다.사랑과애도의형태로죽음을연장시키는이빛의의지가우리마음에닿았을때어떤풍경을출력하게될지,우리는이이야기를붙들고『유리유화』의풍경을헤매도좋을것이다.

발문을쓴전영규평론가는“사랑에대해말하는당신의문장에서,사랑하는대상과당신사이의미묘한거리두기를감지”한다고이야기한다.무수한사랑속에서일정한거리를남기며“사랑이라는잔상을남기는신비한현상”을시인의작품속에서발견하기도한다.무엇보다도‘사랑’을대하는시인의태도들에집중하며“당신의기대에부응하며살기위해이세상에존재하지않으며당신은나의기대에부응해서살기위해이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는것을아는일”이야말로시인의태도라는것을주목한다.

시인은오랫동안점유하고있었던존재와감정의자리를뒤바꾼다.그혼돈을스스로야기하는반투명상태의사랑을통해새롭게믿고싶은것을의심한다.‘나’의죽음과애도를통해‘나’를다시태어나게하는빛의문법으로시인은다시반듯하고가지런한사랑을향해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