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와 이발소 그림

달고나와 이발소 그림

$15.00
Description
가끔, 따뜻함이 눈물 나게 그립다

허윤숙 선생님은 《달고나와 이발소 그림》이란 제목으로 세 번째 저서를 발행한다. 선생님은 586세대다. 가난한 전후 세대로 태어나 반세기를 살았다. 가끔은 지금을 살아내는 게 버겁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무엇보다 어린 시절 따뜻했던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갖고 있다. 그 그리움을 꾸역꾸역 삼키며 그리움을 책으로 토해냈다.
나이가 들면 뭐든 남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허윤숙 선생님은 그 시절의 따뜻함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지금은 기억 속에 존재하는 6, 70년대의 가난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이다. 책에는 읽을거리 외에도 볼거리, 들을 거리가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20대 아들이 레트로 풍으로 삽화를 그렸다.가히 20대와 50대인 모자 합작인 셈이다. 이에 책을 읽으면서 6, 70년대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삽화와 추억 가득한 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먹거리, 입을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모자람’은 일상이었다. 공책은 겉표지 안쪽까지 줄 쳐서 사용하고, 몽당연필은 볼펜 자루에 끼워 사용하는 억척을 부렸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다. 어디에서부터가 가난인지 알지 못했다.
물질이 행복을 좌우하는 건 절대빈곤을 벗어나는 순간뿐이라고 한다. 그 후로는 물질이 많아진다고 하여 행복 곡선이 사선을 마냥 그리지 않는다. 물질의 풍요는 ‘생태계 파괴’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도 각종 미디어에선 매일 첨단 기기를 광고한다. 광고는 모두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빠르게 할 수 있고, 나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추억이 있어서 그립고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혼술, 혼밥이 유행이다. 혼자서 먹는 밥이 진짜로 좋을까. 예전엔 ‘여럿’이어서 좋은 점이 많았다. 집에 불이 나면 이웃이 달려와서 바가지로 불을 끄고, 입맛이 없으면 동네방네 이웃을 불러 모아 양푼에 밥을 쓱쓱 비벼 먹었다. 그때 우릴 행복하게 한 건 무엇이었나. 그저 밥 한 덩이에 얹은 '따뜻함'과 이웃의 함께 하는 정이었다. 헐렁한 홑겹 이불에 두둑이 쑤셔 넣은 솜뭉치럼 따뜻하다. 그땐 그게 따뜻한 건지도 몰랐다.
사람 사이 온도가 많이 내려갔다. 가뜩이나 ‘거리 두기’로 더 식혀야 할 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이든 진짜 빨리 변한다. 이렇듯 온도나 속도에 치일 땐, 저자는 이 원고를 집필했다. 그러면 빛바랜 기억들이 촤~르~륵 살아나 ‘맞아. 그땐 그랬었지. 그게 참 불편했는데. 그래도 참 즐거웠어. 별거 없어도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넉넉해졌다.
여름밤이면 가족끼리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면서 나누던 소박한 대화들, 골목길 담장에 벽돌로 써 놓은 낙서들, 공터에서 날리던 누런 흙먼지의 냄새. 이 모든 것이 지금은 사라져서일까. 지난 추억이 모두 눈물 나게 그립다. 그 그리움을 모아 책을 냈다.
‘달고나’라고 발음하는 순간 달큼한 향내가 코를 간질인다. ‘이발소 그림’ 하면 순박했던 장면들이 떠올라 눈이 스르르 감는다. 누군가는 ‘그깟 추억 타령’이냐고 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겐 ‘그깟 따뜻함’이 꼭 필요하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에게서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힘들 때, 견딜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지금이 나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과거는 이렇게 여러모로 쓰인다. 눈물이 나도록 과거가 그립지만 참을 수 있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과거를 만들기 위해, 오늘을 또 흥겹게 생활해야 하겠다.
저자

허윤숙

현재초등학교교사로재직하고있다.80년대에대학을다녔으며,지금은온갖이슈의586세대가되었다.전쟁여파가남아있는가난한시절에태어나부자나라국민이된지금까지,어느세대보다역동적인시간을살아왔다.
그20여년동안의키워드를책으로옮겼다.글을쓰다보니명치끝부터따뜻한행복감이밀려왔다.어느시절보다풍족해진지금,가슴엔그시절이지문처럼남아있다.‘그시절’에대한그리움은,시간이남긴‘선물’일까.사람사이가차가워진,‘지금시대’에대한반발일까.사람과사람사이,막연한정과믿음외에아무것도기대하지않던그시절을아직도그리워한다.
저서로《내얼굴이인생이다》,《내표정이그렇게안좋은가요?》가있다.

목차

들어가는말;그때,그시절이눈물나게그립다

1장지금은사라진것들
추억냄새
식모언니
방문거지
반공소녀
콧물수건
국민교육헌장
청강생
깍두기
강조주간리본

2장내어릴적이발소그림
이발소그림
구멍가게
마당
책받침
3장따뜻함이눈물나게그립다
골목길
등목
나팔꽃
빨간약
장독대
항아리뚜껑
이불여밈

4장그시절놀거리
달고나
땅따먹기
구슬치기
텔레비전
종이인형
순이야노~올자

5장그시절먹거리
양푼비빔밥
가루주스
곰보빵
밥냄새
원기소
내혀의점령자들

나가는말:힘들때는그립지만함께할수있어서다행이다

출판사 서평

추억이있어서그립고함께할수있어서다행이다.

혼술,혼밥이유행이다.혼자서먹는밥이진짜로좋을까.예전엔‘여럿’이어서좋은점이많았다.집에불이나면이웃이달려와서바가지로불을끄고,입맛이없으면동네방네이웃을불러모아양푼에밥을쓱쓱비벼먹었다.그때우릴행복하게한건무엇이었나.그저밥한덩이에얹은'따뜻함'과이웃의함께하는정이었다.헐렁한홑겹이불에두둑이쑤셔넣은솜뭉치럼따뜻하다.그땐그게따뜻한건지도몰랐다.

사람사이온도가많이내려갔다.가뜩이나‘거리두기’로더식혀야할판이다.그리고우리가사는세상은무엇이든진짜빨리변한다.이렇듯온도나속도에치일땐,저자는이원고를집필했다.그러면빛바랜기억들이촤~르~륵살아나‘맞아.그땐그랬었지.그게참불편했는데.그래도참즐거웠어.별거없어도뭐가그렇게즐거웠는지.’회상하는것만으로도가슴이넉넉해졌다.

여름밤이면가족끼리밤하늘의별을헤아리면서나누던소박한대화들,골목길담장에벽돌로써놓은낙서들,공터에서날리던누런흙먼지의냄새.이모든것이지금은사라져서일까.지난추억이모두눈물나게그립다.그그리움을모아책을냈다.

‘달고나’라고발음하는순간달큼한향내가코를간질인다.‘이발소그림’하면순박했던장면들이떠올라눈이스르르감는다.누군가는‘그깟추억타령’이냐고할것이다.저자는말한다.우리에겐‘그깟따뜻함’이꼭필요하다고.이책을읽고나서우리에게서조금더사람냄새가나지않을까기대해본다.

힘들때,견딜수있는아름다운추억이있어서참다행이다.그래도과거보다는지금이나아졌다고생각할수있어서행복하다.과거는이렇게여러모로쓰인다.눈물이나도록과거가그립지만참을수있다.그리고나의가슴을따뜻하게데워줄과거를만들기위해,오늘을또흥겹게생활해야하겠다.

책속에서

거리두기가의무화되니사람과사람이부대끼는게얼마나소중한지새삼느낀다.나혼자이루어낼수있는게얼마일까.누군가나를알아주지않는다면나는정말행복할까.행복이란처음부터거창하지않은건지도모른다.사람과사람사이,구멍만큼작은곳으로조금씩스며드는햇살같은것이었다.행복해지는데큰것이필요하지않아서좋다.-75P‘구멍가게’중에서

올여름은유난히더웠다.에어컨앞에서아이스아메리카노를벌컥거리며마시곤했다.하지만어릴적펌프물로하던등목과수박한덩이만큼시원하진않았다.시원함에는물리적인요소만있는건아닌가보다.내밀한개인의식인목욕.그때느끼던친밀감과청량한웃음소리가아직도귓가에생생하다.그땐다함께궁핍을이불처럼덮곤했다.-99P‘등목’중에서

아이들이단것을좋아하는것과관련이있는지도모르겠다.동네구멍가게도달큼한향으로기억되니말이다.아니,오히려어른이라서그런건지도.늘시고,쓰고,짜고,매운것들에둘러싸이니말이다.그때마다머릿속서랍을열어달디단풍경속으로냉큼달려가는건아닌지.-131p‘달고나’중에서

전깃줄을가리키셨다.그속에전기가통하면텔레비전에나오는거란다.아빠도그이상설명해주긴힘들었을것이다.하지만내머리는더아파왔다.또상상의나래를폈다.큰몸집의사람들이국수처럼몸을돌돌만다.그리고차례차례그전선줄에들어갔다.그일은더힘들어보였다.이번엔연민이생겼다.'어떻게저얇은줄속으로사람들이들어갈까.참힘들겠다.'-150p‘텔레비전’중에서

이때동글동글한보리밥알이입안에서톡톡터진다.열무를씹을땐이사이로즙이나오면서신선한풀내를풍겼다.이풀내는도시의거실안으로흙냄새를잡아들였다.이둘을순하게감싼들기름은집안에다고소한향내를풍겼다.-169p‘양푼비빔밥’중에서

가루주스에는진짜주스가줄수없는게하나있었다.한때우리에게행복을주던존재라는시간선점력이다.진짜가나오기전까지가루주스는아이들에게행복을주었다.만약내가다자란뒤에나왔더라면큰행복을주진못했을것이다.그가루는아직혀가설익은아이들에겐딱알맞은당도를가졌다.가짜와진짜를구분못하는아이들에게그건,한참이나만만한맛이었다.또애처로울정도로정직한맛이었다.
무엇보다아이들에게가짜주스는자기가할수있는한넘치는사랑을주었다.그래서아이들은행복했다.나는아직도가루주스가그립다.버튼만누르면즉시켜지는주황색행복스위치가그립다.그건아마도만만하고넘치는사랑이그리운게다.-176p‘가루주스’중에서

그때의노을은지금과빛깔이달랐다.지금보다더붉었고,구름에비친무늬가지금보다훨씬강렬했다.내기억에‘노을냄새’라는것도있었다.밥짓는냄새와저녁이슬이축축해져오는냄새가뒤섞인냄새다.그냄새가나기시작하면여기저기서아이들을부르는엄마들의목소리가들려왔다.“영식아.와서밥먹어라.”,“순희야,밥먹어.”이소리가들리면놀던판을뒤로하고아이들은하나둘집으로뛰어갔다.-185P‘밥냄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