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해, 기다릴게 -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10

전화 해, 기다릴게 -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10

$14.00
Description
우주를 지상에 불러오는 대화의 시
- 이기영 디카시집, 『전화 해, 기다릴게』
이기영의 『전화 해, 기다릴게』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이기영

저자:이기영(LeeGiyeong)시인

2013년《열린시학》으로등단하였으며,시집『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나는어제처럼말하고너는내일처럼묻지』,디카시집『인생』이있다.경남문화예술진흥기금을수혜하였으며,세종우수도서와경남문화예술진흥원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김달진창원문학상,이병주문학상경남문인상을수상하였으며,현재한국디카시인협회,한국디카시연구소공동사무국장,백세시대신문,미디어시인신문,경남신문필진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어느날,섬이나타났다
너,다들켰어●12
월식●14
픽션●16
용두사미龍頭蛇尾●18
옥구슬이서말이라도●20
황금동산●22
휴식●24
눈싸움●26
청춘●28
궁금해!●30
어느날,섬이나타났다●32
일시정지●34
필법●36
미친짓●38
봄날2●40
적막●42

제2부전화해,기다릴게
주문●46
전화해,기다릴게●48
끝이라는시작점●50
등대●52
소금꽃●54
보이지않는손●56
태양의나라●58
완벽한밤●60
터널●62
이만하면●64
풍등●66
보금자리●68
어머니●70
우화●72
측은지심●74
샤갈의마을에내리는눈●76

제3부JAZZ
JAZZ●80
음서●82
알비노●84
물의정원●86
편견●88
연목구어●90
장주지몽●92
구룡포●94
시간의낙하법●96
맨발의탁본●98
눈먼길●100
크레인생각●102
무이네사막●104
빅뱅●106
웜홀●108
완전범죄●110

제4부ING
세월앞에장사없다●114
느닷없이●116
난생●118
공작쇼●120
하루,또하루●122
공범●124
비애의문양●126
불평등시대●128
공치는날●130
묘지●132
바람의공수표●134
안나카레니나●136
서리꽃●138
지구온난화●140
일본인가옥거리●142
폼페이최후의날●144
ING●146

해설/우주를불러오는대화의시_김종회●148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는우주와의대화를이끌어내는디카시의힘
이디카시집의제1부에수록된시들은,시인이모든사물또는풍경과대화가가능한열린마음의소유자라는측면을보여준다.그는삼라만상의존재와운행에서,언제어디서나시를찾아낼수있는밝은눈의소유자다.온우주를자신의시세계로불러올수있는대화체의기법을부드럽고능란하게구사한다.그리고그가궁극적으로꿈꾸는지점은,가장그내면을알기어려운사람-독자와의소통일시가분명하다.그러기에「픽션」에서는전봇대·전깃줄과낙엽들의조합에‘소란스런짝사랑’을매설하고,「봄날2」에서는화려한벚꽃의만개에결부하여‘하염없는한량들’을유추한다.「너,다들켰어」,「옥구슬이서말이라도」같은시들도그렇다.이탐색과교감과소통의방정식은매우편안한대화체의어법을통해자연스럽게구사된다.

아직은땅이에요기어다니죠
발톱이생길때까지
날개가달릴때까지
폭풍우치는밤이올때까지는
-「용두사미(龍頭蛇尾)」전문

바닷가모래사장이거나아니면강가퇴적지로보이는이물가에,물의흔적이길게꼬리를남겼다.어느모로보나용이나뱀의꼬리형상이다.‘용두사미’란제목이붙은이유다.우리삶의실상을돌아보면,얼마나용두사미격의일이많은가.그러한보편적공감대위에서이순간포착의사진한장은,그풍경에서부터뭔가깊은생각을하게한다.시인은아직땅이라고,기어다닌다고썼다.그리고발톱이생기고날개가달리고폭풍우치는밤이오면,이무기가용이되어승천하듯이새로운세상의전개가예비되어있음을말한다.그러할때범상한물길의형용은,문득신화나전설속의개천을소환하고일상적인시각을우주론적공간으로개방한다.
19세기후반을화려하게장식한프랑스의시인아르튀르랭보는“시인이란무릇무한한시간과공간을꿰뚫어볼수있고개인의인격에대한인습적개념을형성하는모든제약과통제를무너뜨림으로써영원한신의목소리를내는도구로서의예언자,곧‘견자(見者,Voyant)’가되어야한다.”는‘견자의시학’을내세웠다.우리가랭보처럼기발한상상력의운용이나일상에대한혁파를수행하기는힘들지만,보이지않으나분명히실재하는시적개념을찾아내는견자일수있다.
이시집의제2부에서이기영은,그렇게순정한시의눈으로디카시의여러모형을탐색한다.「주문」,「끝이라는시작점」,「소금꽃」,「이만하면」등매우‘신박’한사진을앞세운디카시들이바로그와같은시의행렬에해당한다.

언제밥한번먹자
인사치레로건넨말인것쯤아는데
아는데,밥이라는말이너무따스해서
함께먹고싶은밥고르고골라
주머니에꼬옥넣고다녀
-「전화해,기다릴게」전문

이시집의표제작인「전화해,기다릴게」는봄날의꽃밭처럼백화난만한식당의메뉴판을눈앞에두었다.몇사람의손님이그메뉴를응시하고있다.어쩌면우리가살아가는복잡다단하고다양다기한삶의현장을반영한모습일지도모른다.그가운데서우리는매일같이선택을하고그선택에대한응분의책임을진다.시인은‘언제밥한번먹자’라는대화의레토릭을서두에가져다두었다.‘인사치레’인줄알지만‘밥’이라는말이너무따스하다.그래서함께먹고싶은메뉴를골라주머니에‘꼬옥’넣고다닌다는것이아닌가.크고화려한자리를욕심내지않고,작고소박한만남에방점을둔마음약한소시민!바로우리들의자화상이다.

공자가아끼던제자자공이물었다.“평생토록실천할만한한마디말이있습니까?”공자의대답이다.“그것은용서다!(其庶乎.)”우리자신에게한번물어보자.가장용서하기어려운대상이누구일까.여기에정답이있을수없겠지만,어쩌면그대답은‘나자신’이기쉽다.그렇게우리는많은자책과아쉬움의감정을안고산다.그런데시에,문학에이모난정신을추스르는치유의능력이있음을아는가.
이기영의시집제3부‘JAZZ’에는「JAZZ」,「장주지몽(莊周之夢)」,「구룡포」,「맨발의탁본」등따뜻한이해또는용서의형이상학같은힘이숨어있다.이시들은먼저현실의상황과그것을반영한사진을적시(摘示)하고,그내면에숨은의미망을발굴함으로써사태의진면목을드러내보인다.안과밖을모두알고나면우리의심사가더이상각박해질수가없다.

폭염속을걸어온여름이
더운몸을담그고
몸을식히는한낮
적막과고요가서로의몸을부비며
찬란한눈빛을빛내고있다
-「물의정원」전문

‘물의정원’이란명호가달린이시에연초록입김이배어있는것을보면봄날의한때인것같은데,시인은‘폭염속을걸어온여름이더운몸을담그고몸을식히는한낮’이라한다.적막과고요,찬란한눈빛등의어휘들이제몫을다하는것은나무의그림자를담고있는연못이함께펼쳐져있는까닭에서다.이데칼코마니를이룬대칭과반사의구도가작동하고있기에,사진과시는입체적이되고깊이를자랑하며종내형이상학적분위기를연출한다.호심(湖心)에자신을비추어보는것은나무만이아니다.우리도거기에서숨은우리의모습을찾고,이해하고또용서한다.
인간의생애가유한한것이아니었다면,인류사에명멸한그많은예술작품이존재했을까.지금여기우리곁에있는그무엇도강물처럼흘러가는시간에따라속절없이역사의뒤안길로사라지고만다.이와같은한시적순간을오래또는영원히붙들어두는것이예술이다.그래서사람들은이렇게말한다.
“인생은짧고예술은길다!”이기영의이시집제4부에서「세월앞에장사없다」를보면,물살에침식하는큰나무의밑동을볼수있다.비단이나무뿐이겠는가.「하루또하루」,「바람의공수표」,「폼페이최후의날」같은시들이아프고슬프고마침내사라지는것들에대한애도를표상한다.참좋은시들이다.

비가와서기다리는일도따분하고
비새는지붕이나고쳐야겠는데
이곳을고치면저곳이샌다
서러운건나인데왜,
글썽이는건너일까
-「공치는날」전문

넓게펼쳐진거미줄,거미의집이다.천망(天網)은아니더라도소이불루(疎而不漏)할것같은데,‘공치는날’이다.우리가살아온지난날에그렇게공치는날이얼마나많았던가.시인은‘서러운건나인데왜,글썽이는건너일까’라고반문한다.당연하다.이곡진한정황의감정이입에의하면‘나’와‘너’가각각이아닌연유에서다.
김종회(문학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회장)교수는해설에서“이기영의시들은이렇게여러유형의감정,여러절목의각성,여러방식의대화기법을활용하면서시야의넓이와생각의깊이를가진디카시가어떤것인가를유감없이보여주었다.앞으로도그의디카시에대한변함없는열의와빼어난창작으로인하여,우리의디카시가여러걸음앞으로나갈수있기를기대해마지않는다.”고밝혔다.

“파르르파르르눈꽃이피”(샤갈의마을에내리는눈)고,“4억2천년전부터돌이된기분”(궁금해!)궁금해진다면“우주를불러오는”이기영시인의디카시와대화해보자.

시인의말
‘순간의감성이눈뜨는자리에디카시는탄생한다’
순간과순간,그사이에존재하는나!
2023년11월,이기영
-「시인의말」,본문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