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효문화의 이해

한국 효문화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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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전의 효행은 이성적 사유에 기반한 합리성이 중심이라면, 관행적 효행은 감성 의존의 주관적 효행에 가깝다. 『효경』과 『예기』 등에서는 신체보존을 효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요청이 있지만 일상적 효행 가운데에는 치병과 거상에 따른 신체훼손 사례가 상당수 있었다. 이렇듯 관행 속의 효행은 아무리 순수한 부모공경의 감성적 발로라 하더라도 무절제와 불합리를 수반한 경우가 많았다. 또 이것이 자녀의 일방적 헌신·봉사·희생으로 비춰지면서 효는 부담스런 요소로 작용했다. 거기에는 관행적 효행을 주로 담은 『삼강행실도』의 영향이 컸다. 『삼강행실도』가 조선의 효행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다.

『효경』에는 신체보전을 효라고 말했지만, 막상 관행 속에서는 ‘할고단지’가 효행의 대세를 이뤘다. 신체훼손은 경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극단적 감정의 선택이고 합리적 판단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군왕은 물론 당대 사상가들이 이에 동조하며 효행 표창 정책을 시행했다. 나아가 효자들을 관리로 임용하면서 개인적 효행을 객관적 제도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효를 권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훗날 제한된 관직에 늘어난 효자 서용제도는 결국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효행은 뛰어났어도 재능이 없을 경우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조선 초 “효하면 출세한다.”는 풍토를 만든 것까지는 좋았지만,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개인적·주관적·감성적 요인의 효행을 객관적·합리적·이성적 제도와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나온 문제들이라 할 수 있다.

김덕균 책머리에 中
저자

김덕균

저자:김덕균
1964년경기도화성에서출생했다.
1982년성균관대동양철학과에입학,1995년동대학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고,1997년한국연구재단(당시한국학술진흥재단)지원으로중국산동사회과학원에서박사후과정(Post-Doc)을마쳤다.성균관대,중앙대,동덕여대,한국예술종합학교,대전대,협성대에서강의하다가중국산동사범대학외국인교수,서일대학교교양과주임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효문화학과교수(교학처장,연구처장,효교육문화연구소장),중국사회과학원교환교수,한국양명학회회장을지냈고,현재는보건복지부와대전시가공동출연한재)한국효문화진흥원효문화연구단장으로있으면서효관련정책연구와전국의유무형효문화자산조사에매진하고있다.

목차


제1장효와가족문화의이론적기초
1.효와가족문화의생성과발전
2.한국의가족주의와효사상

제2장한국고대사회효사상의전개
1.『삼국유사』를통해본상고시대와삼국시대의효문화
2.고려시대유교사상과효문화

제3장조선전기효행정책과성리학전성기의효사상
1.세종시대의효행정책
2.퇴계이황의삶과효제사상
3.남명조식의효제사상
4.율곡이이의효제이론과가족사랑

제4장조선후기실사구시의효사상과근현대사회민족지도자들의효행
1.하곡정제두의양명학적윤리관과효제론
2.성호이익의개방적효제윤리
3.다산정약용의전통적효행의허구성비판과근대성
4.근현대사회민족지도자들의효행

출판사 서평

『설문해자』에효孝는자녀[子]가늙은부모[老]를짊어지고있는형태로표현했다.뜻이갖는본래의미를깊이고민하지않고,오늘날시각으로글자그대로를본다면자칫아동학대가될수도있다.여기서자녀의‘자子’와늙은부모의‘노老’를깊이헤아릴필요성이있다.
자녀는갓난아이로부터나이들어서까지그폭이매우넓다.하지만늙은부모를상징하는‘노’는흰수염이길게늘어진형태를표현한것이니,한참나이가든상태이다.그렇다면이글자가담고있는함의는젊은자녀가늙은부모를부양하는형태가된다.좀더구체화해서말한다면생활능력이있는젊은자녀가생활능력을상실한늙은부모를부양한다는뜻이다.여기서이글자는매우자연스런,강자가약자를보호한다는인간의당연한도리가된다.
부모는늙기전,아직어린자녀보살핌에온갖정성을다한다.철저한내리사랑이다.그런가운데늙어갔고,더이상그일을감당하기어렵게됐다.역할교체의때가된것이다.부모의보살핌을입어성장한자녀가위로부모를위해헌신봉사할때이다.이런연속적관계와역할을『예기』에서는‘부자자효父慈子孝’라했다.부모의사랑과자녀의효,곧‘사랑과공경’을말한다.내리사랑은부모의역할과책무이고,위를향한공경은자녀의역할과책무이다.
이렇듯‘사랑과공경’은서로주고받는것이니공평하다.어느쪽이더많고큰가는또다른문제이다.아무튼모든인간은부모에게서태어나보살핌을받고자란존재이기에사랑과공경은마땅한이치이다.만일받기만하고주는게없다면형평성에도맞지않고도리에도어긋난다.또받은게별로없는데주기만하는것도문제있다.낳아준것만으로부모의은혜를말하는것은아주특별한경우로제한된다.특별한경우를일반화해서모두에게적용하는것은문제이다.예컨대전시와도같은변란이나자연재해로인한생사갈림길에있을때어렵게낳아만놓고부모가세상을떴다면,그것은낳은것만으로도큰은혜일수있다.하지만특별한경우도아닌데,낳아만놓고제대로키우지않았다면,부모의도리를다하지못한것이다.부모로서의책무를저버린경우이니,효를기대하는것은지나친욕심일수있다.(최근낳아만놓고아이를버렸다가,버려진아이로인해보상금이생기자,이를챙기려고나타난염치없는부모이야기도있다.)

이렇듯본래적효개념은생활능력이없는노부모를젊은자녀가보호한다는의미에서강자의약자보호기제였다.하지만언제부턴가역전현상이벌어졌다.강자에대한약자의헌신·봉사·희생을효라고했다.효개념의왜곡이자변질이다.경전에서권면하던일상속의평상적사랑과공경의효는사라지고,그자리를엽기적희생과일방적헌신봉사의효가차지했다.그리고그것이관행으로자리하면서부모자녀간의순수하고자연스런효는줄어들고,그자리를부담스런강제규범과규정의효행이차지했다.합리적경전의효행에서불합리한관행적효행으로효의방향이바뀐것이다.
한국의효문화전통은이렇게정착되어갔다.특히농경사회의특성상효문화는대가족사회가유리했고,대가족사회의매우소중한가치로자리매김했다.대가족사회와농경사회는효문화를절실히요청했고,거기에중국으로부터유교문화가유입되면서,효문화는더화려한꽃을피우고열매를맺었다.한국의전통효문화가유교적효개념과접촉하며더단단해졌고,굳건한문화로자리했다.비록재가在家주의유교문화와상반된출가出家주의불교문화가전래되어민간의삶을지배했어도효문화는흔들리지않았다.오히려한국의불교문화는가족주의효문화로재포장되는일을경험했다.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의중심이었던불교문화가효문화로재무장했으니,한국적불교문화의특징에는효문화가그중심에있다.
그리고고려말성리학이유입되고,이를기반으로조선이건국하면서유교적효문화는이론적·철학적가치로재무장하며사회의중심문화로자리매김했다.성리학이전의효문화가주로생활속효문화의형태였다면,성리학전래이후의효문화는성리학만큼이나이론화·철학화과정의길을걸었다.동시에효는상대적·윤리적가치에서법률적·제도적·종교적절대개념으로강화되었다.해도되고안해도되는선택적가치에서안하면처벌되는절대적강제규범이된것이다.
이책에서는이런시대별효문화의특징을정리하며경전적효행과관행적효행의두측면을구별했다.경전에근거한효행은직·간접교육의산물이고,관행에근거한효행은주변체험사례를다양한형태로전승한결과물이다.이는각시대별관점에서달리나타났다.‘할고단지割股斷指’나지나친거상居喪으로인한신체훼손은경전에서금하는행위였지만,관행적효행속에서는당연시하거나암묵적으로권면하는경우가있었다.반대로경전의효행을강조하는측면에서는이성적·합리적차원에서이런관행적효의문제를지적했다.특히조선후기실학적풍토가강하게대두하던시절에는현실적차원에서관행적효행의불합리함을철저히비판했다.
경전의효행은이성적사유에기반한합리성이중심이라면,관행적효행은감성의존의주관적효행에가깝다.『효경』과『예기』등에서는신체보존을효의중요한요소로삼았고그에따른합리적요청이있지만일상적효행가운데에는치병과거상에따른신체훼손사례가상당수있었다.이렇듯관행속의효행은아무리순수한부모공경의감성적발로라하더라도무절제와불합리를수반한경우가많았다.또이것이자녀의일방적헌신·봉사·희생으로비춰지면서효는부담스런요소로작용했다.거기에는관행적효행을주로담은『삼강행실도』의영향이컸다.『삼강행실도』가조선의효행흐름을바꿔놓은것이다.
그렇다면효는감성의산물일까?이성의산물일까?효를인간의본성에근거한보편적가치로보자면이성에가깝지만,개인의주관적판단에의한개별적행위로본다면감성에가깝다.하지만감성과이성은서구적관점에서말하듯상호대립적·상대적관점에서만볼수없는것또한사실이다.성리학에서이기理氣‘불상리불상잡不相離不相雜’을말하듯감성과이성은상호중첩된측면이강하다.
여기서이런중첩되는효의요소를왕조실록은물론당대문헌과사상가들이제시한효행정책과효개념속에서찾았다.일반의개인적·주관적효행을합리적·객관적제도나정책으로승화시키는과정에서나타난여러군왕들의시책을감성과이성의관점으로점검하고,동시에당대사상가들의다양한관점에서그특징과내용을정리했다.
『효경』에는신체보전을효라고말했지만,막상관행속에서는‘할고단지’가효행의대세를이뤘다.신체훼손은경전에어긋날뿐만아니라극단적감정의선택이고합리적판단은아니었다.그런데도군왕은물론당대사상가들이이에동조하며효행표창정책을시행했다.나아가효자들을관리로임용하면서개인적효행을객관적제도로승화시키기도했다.효를권장하기위한하나의방법이었지만,훗날제한된관직에늘어난효자서용제도는결국문제를낳을수밖에없었다.효행은뛰어났어도재능이없을경우심각한문제의소지가있었다.조선초“효하면출세한다.”는풍토를만든것까지는좋았지만,또다른사회문제를야기한것이다.개인적·주관적·감성적요인의효행을객관적·합리적·이성적제도와정책으로승화시키는과정속에서나온문제들이라할수있다.
이런당대효문화정책의기조아래각시대별사상가들의효개념을분석하고,한편으론성리학전래이후정착단계에서의효문화특징과그이후실학시대와근현대사회에서전개된효문화의흐름을살펴보았다.
아쉬운점은좀더많은사상가들의효개념과효행사적을다루지못한점이다.특히고려와조선의수많은사상가들의효관련기록은대단히광범위하고다양하지만,이를다다루지못함은매우안타까운일이다.3년전(2021년)『동아시아효문화이해』를펴낸것은큰숲을먼저살피고그안에들어가한국효문화의구체적인모습을찬찬히살펴보겠다는뜻이있었지만,이런의지를모두담아내지못한게아쉽다.향후지속적인과제로삼고매진할예정이다.
말로는가족이먼저이고효를공부하니당연히가족사랑이우선이라고말해왔지만,실상은그렇지못함을늘미안하게생각한다.그래도이런필자를응원하며아낌없는사랑으로응원해주는아내김혜선과아들용훈,딸용주에게고마움을표한다.아울러여러모로부족하지만필자를독려하며단행본으로엮어주신시아북김명수대표님과편집부여러분께도감사한마음전한다.

2024년3월

대전안영동우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