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깊고 광활한 슬픔의 너머, 비로소 당신에게 도착한
- 강성애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
강원도 속초 출신으로 2017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성애 시인이 첫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5번으로 나왔다.
강성애의 시편들(「스카이 댄서」, 「식물성 언어」, 「전야제」, 「기울어진 골목」, 「오늘의 하이라이트」)을 2017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다시 심사위원들(이영주, 유희경)은 이렇게 얘기했다.
“강성애의 「스카이 댄서」외 9편은 시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 불필요한 언어는 부리지 않으며, 간략한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그 내용이 보여주는 바는 깊고 생생하다. 시 행간의 간격이 넓으면서도 그 거리가 지나치지 않아 난해하지도 않다. “너의 혀가 밤새 조금씩 자라나고/ 자라다 멈춘 네 혀와 같은 맛을 내는/ 말들이 날마다 태어났다”와 같은 차분한 문장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얼마나 단정하고 또 새로운가. 다소 아쉬운 것은 지나치게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신인이 가지고 있어야 할 마땅한 패기, 때로는 치기로 보이기까지 하는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 (…중략…) 심사위원들은 어렵지 않게 강성애의 시들을 당선작으로 합의하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단점이 있지만, 앞으로 시를 써가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완벽한 시작이 어디 있겠는가. 우려보다 깊은 기대를 갖는 것이 새로 등장할 시인에 대한 예의라고 믿고 당선자의 시를 뽑는데 더는 주저하지 않았다.”
등단 후 6년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첫 시집을 펴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우려했던 ‘개성의 부족’이 한갓 우려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고 하듯 강성애만의 개성이 돌올한 시집이다.
강성애 시인에게 “첫 시집을 내 소회가 무엇인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와 나누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시를 왜 쓰고 어떤 시를 쓰고 싶은지” 이메일로 물었더니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어쩌면 이번 시집을 읽어내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첫, 드디어 내게도 시집이 처음 왔습니다. 오래 기다려 내게 온 나의 시집을 보면서 ‘주인을 잘못 찾아온 것 아닐까?’ 낯설기도 합니다. 나는 언제나 첫, 에는 약한 편이지만 집요해서 끝장을 보는 사람입니다. 드디어 그 끝장이 여기인가 하는 심정!! 나의 첫, 시집에게 오히려 감사합니다. 견뎌줘서 버텨줘서….”
“서툴지만 일상에서의 기억을 공유화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은 순조로운 것 같지만 언제나 역동적이고 그 중심에 나는 항상 존재합니다.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의 나는 힘의 존재가 아닌 평범한 시선의 나입니다. 평범한 시선의 내가 없는 세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그 시선으로 주변의 사실들을 공유하며 함께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우리는 매우 낙관적인 꿈을 꾸지만, 매우 낙관적인 꿈은 나만 비껴갈 때가 대부분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거나 미래를 그려볼 때, 나는 오로지 낙관적인 꿈을 꾸고 싶었습니다. 세상이 나와 같은 사람투성이여서 그래서 나의 위로가 잠시 괜찮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시로 적고 싶습니다. 아직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는 꿈의 모서리도 밝히고 싶습니다. 그것이 단지 환상일지라도….”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박성현은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깊고 광활한 슬픔의 너머, 비로소 당신에게 도착한” 문장들이라며 이렇게 얘기한다.
“강성애 시인의 문장은, 난파된 기억의 잔해이지만 또한 그 ‘기억’을 이끌어내고 고양시키는 주술이기도 하다. 이미 형체를 잃어버렸거나 먼지처럼 산산이 부서졌어도 시인의 문장은 ‘떨어지고 날아가고 펄럭이는 낭떠러지’(「이불은 오래된 새보다 가벼워서」)를 날아가는, 그리하여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꿈속에 도달한’(「액자의 시점」) ‘오래된 새’의 의지를 결코 잃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기억에 속박된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에 집중되어 있지만, ‘열대우림에 내린 눈’(「교과서 이해하기」)과 같은 경악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강성애 시인의 동력은 기억에 대한 저항이다. 그런데 그 저항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무엇보다 그는 기억과 마주하면서도 물러선다. 스스로 적막해짐으로써 사태를 폭넓게 수용하고, 흥분과 긴장을 없애버림으로써 서늘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시집을 편집한 시인 박제영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그는 생각을 생각하는 나들과 너들의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코기토를 뒤집는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코기코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다. 아무 생각 안 하기를 통해 무럭무럭 키가 자라고 부피가 커지는 생각들은 그가 키우는 애완동물들이다. 하여 세상의 모든 생각들을 뒤집어 보이는 사람이다. 제임스 랜디가 생전에 세상의 모든 초능력자들이 결국 사기꾼임을 밝혀냈듯이 그는 세상의 모든 말과 생각이 사기임을 밝혀내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감각한 세계를 일순 뒤집어버리고 감각 너머의 세계를 건넨다. 그리고 묻는다. 안녕? 그게 그의 인사법이다.”
생각 너머의 생각과 감각 너머의 감각을 마주함으로써 마침내 더 풍부한 삶을 살고 싶은 독자라면 강성애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를 일독하기를 권한다.
- 강성애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
강원도 속초 출신으로 2017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성애 시인이 첫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5번으로 나왔다.
강성애의 시편들(「스카이 댄서」, 「식물성 언어」, 「전야제」, 「기울어진 골목」, 「오늘의 하이라이트」)을 2017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다시 심사위원들(이영주, 유희경)은 이렇게 얘기했다.
“강성애의 「스카이 댄서」외 9편은 시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 불필요한 언어는 부리지 않으며, 간략한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그 내용이 보여주는 바는 깊고 생생하다. 시 행간의 간격이 넓으면서도 그 거리가 지나치지 않아 난해하지도 않다. “너의 혀가 밤새 조금씩 자라나고/ 자라다 멈춘 네 혀와 같은 맛을 내는/ 말들이 날마다 태어났다”와 같은 차분한 문장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얼마나 단정하고 또 새로운가. 다소 아쉬운 것은 지나치게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신인이 가지고 있어야 할 마땅한 패기, 때로는 치기로 보이기까지 하는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 (…중략…) 심사위원들은 어렵지 않게 강성애의 시들을 당선작으로 합의하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단점이 있지만, 앞으로 시를 써가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완벽한 시작이 어디 있겠는가. 우려보다 깊은 기대를 갖는 것이 새로 등장할 시인에 대한 예의라고 믿고 당선자의 시를 뽑는데 더는 주저하지 않았다.”
등단 후 6년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첫 시집을 펴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우려했던 ‘개성의 부족’이 한갓 우려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이라고 하듯 강성애만의 개성이 돌올한 시집이다.
강성애 시인에게 “첫 시집을 내 소회가 무엇인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와 나누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시를 왜 쓰고 어떤 시를 쓰고 싶은지” 이메일로 물었더니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어쩌면 이번 시집을 읽어내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첫, 드디어 내게도 시집이 처음 왔습니다. 오래 기다려 내게 온 나의 시집을 보면서 ‘주인을 잘못 찾아온 것 아닐까?’ 낯설기도 합니다. 나는 언제나 첫, 에는 약한 편이지만 집요해서 끝장을 보는 사람입니다. 드디어 그 끝장이 여기인가 하는 심정!! 나의 첫, 시집에게 오히려 감사합니다. 견뎌줘서 버텨줘서….”
“서툴지만 일상에서의 기억을 공유화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은 순조로운 것 같지만 언제나 역동적이고 그 중심에 나는 항상 존재합니다.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의 나는 힘의 존재가 아닌 평범한 시선의 나입니다. 평범한 시선의 내가 없는 세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그 시선으로 주변의 사실들을 공유하며 함께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우리는 매우 낙관적인 꿈을 꾸지만, 매우 낙관적인 꿈은 나만 비껴갈 때가 대부분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거나 미래를 그려볼 때, 나는 오로지 낙관적인 꿈을 꾸고 싶었습니다. 세상이 나와 같은 사람투성이여서 그래서 나의 위로가 잠시 괜찮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시로 적고 싶습니다. 아직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는 꿈의 모서리도 밝히고 싶습니다. 그것이 단지 환상일지라도….”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박성현은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깊고 광활한 슬픔의 너머, 비로소 당신에게 도착한” 문장들이라며 이렇게 얘기한다.
“강성애 시인의 문장은, 난파된 기억의 잔해이지만 또한 그 ‘기억’을 이끌어내고 고양시키는 주술이기도 하다. 이미 형체를 잃어버렸거나 먼지처럼 산산이 부서졌어도 시인의 문장은 ‘떨어지고 날아가고 펄럭이는 낭떠러지’(「이불은 오래된 새보다 가벼워서」)를 날아가는, 그리하여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꿈속에 도달한’(「액자의 시점」) ‘오래된 새’의 의지를 결코 잃지 않는다. 그의 문장은 기억에 속박된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에 집중되어 있지만, ‘열대우림에 내린 눈’(「교과서 이해하기」)과 같은 경악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강성애 시인의 동력은 기억에 대한 저항이다. 그런데 그 저항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무엇보다 그는 기억과 마주하면서도 물러선다. 스스로 적막해짐으로써 사태를 폭넓게 수용하고, 흥분과 긴장을 없애버림으로써 서늘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번 시집을 편집한 시인 박제영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그는 생각을 생각하는 나들과 너들의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코기토를 뒤집는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는 코기코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다. 아무 생각 안 하기를 통해 무럭무럭 키가 자라고 부피가 커지는 생각들은 그가 키우는 애완동물들이다. 하여 세상의 모든 생각들을 뒤집어 보이는 사람이다. 제임스 랜디가 생전에 세상의 모든 초능력자들이 결국 사기꾼임을 밝혀냈듯이 그는 세상의 모든 말과 생각이 사기임을 밝혀내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감각한 세계를 일순 뒤집어버리고 감각 너머의 세계를 건넨다. 그리고 묻는다. 안녕? 그게 그의 인사법이다.”
생각 너머의 생각과 감각 너머의 감각을 마주함으로써 마침내 더 풍부한 삶을 살고 싶은 독자라면 강성애 시집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를 일독하기를 권한다.
우리 이제 함부로 사소해지자 - 달아실시선 75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