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멍은 사라지면서 진화한다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는 백연숙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평촌」, 「돌무지」,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 등 42편의 시가 실려 있다.
백연숙 시인은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으며, 1996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를 썼다.
백연숙의 첫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에는 문장 가득 마음이 담겨 있다. 비가 내려 무너진 집을 복구하려는 개미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음악이 만들어지는 장면으로 바꾸어 적거나(「클라리넷」) 할머니의 병 때문에 한 집에 옹기종기 모이게 된 모녀 삼대를 “우리는 한때 소녀였다”라는 사랑스러운 문장으로 한데 모은 자리에서 발견되는 연민이나 애틋함 같은 것(「소녀시대」).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시 속의 이들이 처한 안타까운 사정을 잠시나마 잊은 채 그 따듯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우게 된다. 세상에는 빈속을 든든히 채워 몸을 회복하기 위해 찾는 “죽집”도 있지만 어떤 허한 이들의 경우, 다른 이유로 방문하는 “죽집”도 있다. 이를테면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보러” 가려는 “손님들”이 있는 「묵음(黙音)」의 가게와 같은 곳. 그들이 어떠한 이유로 “아까시나무”를 찾는지는 추정만이 가능하지만 어떤 흥미 본위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도 그곳에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잘 길러 보기 위해 “휴일에도 물을 주러 나”가는 주인의 따듯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백연숙의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를 찾아 읽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발길이 자주 그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그의 시가 새롭거나 화려한 수사들로 써졌기 때문이 아니라 저 다정한 주인처럼 우리의 텅 빈 곳을 채워 주려는 그의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곧 다시 허기질 것을 알고 어떻게든 우리의 빈 곳을 어루만져 이를 다른 것으로 채워 주려는 필사적인 다정함. 이것이 백연숙 시의 특별함이 아닐까. 그의 시를 읽으며 “다급한 허기”를 채운 후에야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여 본다(「모과가 한창」).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가장 낯설고 먼 하나의 이국”처럼 여겨졌던 가족의 허기 같은 것(「몽유도원도」). 세상에는 참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이상 송현지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백연숙 시인은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으며, 1996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를 썼다.
백연숙의 첫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에는 문장 가득 마음이 담겨 있다. 비가 내려 무너진 집을 복구하려는 개미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음악이 만들어지는 장면으로 바꾸어 적거나(「클라리넷」) 할머니의 병 때문에 한 집에 옹기종기 모이게 된 모녀 삼대를 “우리는 한때 소녀였다”라는 사랑스러운 문장으로 한데 모은 자리에서 발견되는 연민이나 애틋함 같은 것(「소녀시대」).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시 속의 이들이 처한 안타까운 사정을 잠시나마 잊은 채 그 따듯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우게 된다. 세상에는 빈속을 든든히 채워 몸을 회복하기 위해 찾는 “죽집”도 있지만 어떤 허한 이들의 경우, 다른 이유로 방문하는 “죽집”도 있다. 이를테면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보러” 가려는 “손님들”이 있는 「묵음(黙音)」의 가게와 같은 곳. 그들이 어떠한 이유로 “아까시나무”를 찾는지는 추정만이 가능하지만 어떤 흥미 본위의 시간이 지나간 후에도 그곳에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잘 길러 보기 위해 “휴일에도 물을 주러 나”가는 주인의 따듯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백연숙의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를 찾아 읽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발길이 자주 그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그의 시가 새롭거나 화려한 수사들로 써졌기 때문이 아니라 저 다정한 주인처럼 우리의 텅 빈 곳을 채워 주려는 그의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곧 다시 허기질 것을 알고 어떻게든 우리의 빈 곳을 어루만져 이를 다른 것으로 채워 주려는 필사적인 다정함. 이것이 백연숙 시의 특별함이 아닐까. 그의 시를 읽으며 “다급한 허기”를 채운 후에야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여 본다(「모과가 한창」).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가장 낯설고 먼 하나의 이국”처럼 여겨졌던 가족의 허기 같은 것(「몽유도원도」). 세상에는 참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이상 송현지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 - 파란시선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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