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시마 2023. 여름 제16호
Description
계간 『시마』는 시, 시조, 동시, 디카시, 시화,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담아 시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 등단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컬러 시와 에세이와 사진이 어우러진 잡지이다.
저자

이준관,조향순,박해람,윤성택,김선하,김미희,이은정,조성찬,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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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미희와선하의시와사진
김미희,김선하

칼로새긴시詩
박해람

시마詩魔_봄신작시
김상미,박해람,현택훈,박은지,박선민

나의시詩나의생生
감정이라는유령의덫
_신달자

조향순시인의고양이와산다

시마詩魔Ⅰ
김회권박경옥
윤서주이만영
이우디

시詩읽는계절
금시아

윤성택의불씨하나품고

시마詩魔디카시
강지혜김경화김세영
송재옥송희정염진희
이만영

시마詩魔디카에세이
송재옥

양진기시인의詩詩때때로

시마詩魔Ⅱ
김일곤김태영
김춘성

이준관의시담시담

이은정의오후의문장

여행인문학_조성찬

김영빈의디카시앗

출판사 서평

불현듯소용돌이치며감정이솟구쳐올라벽에머리를찧고싶은순간이지금이라고없는것은아니다.그러나마음의빗이그감정의파도를잘빗겨내려이내고요해지는것을나는느낀다.
그것을사람들은나이라고말해준다.그렇다.나이덕일것이다.내어머니는칠순이가까워질때까지“마음은청춘”이라고말하곤했었다.그말이처음에는힘이있다가차츰말끝에힘이빠지고있음을알기는했지만어머니의표정에는“진실”이라고말하고있었다는것을이해하면서살아왔다고해야옳다.나이만큼마음이늙는것은아니라는것을나도아프게경험했다는말이다.
그러나마음과나이의거리가또하나의아픔을만들어내는것을견디는일이바로나잇값이아닐까생각하고있다.
진폭이큰파도는더힘이필요할것이다.감정과감정,현실과감정사이에서진폭이큰파도처럼대책없이떨어져내리며부서졌던세월이나의젊은시절이라고말해도틀리지않을것이다.마치그런폭풍같은감정을놓치기라도하면시인에서멀리떨어지는것처럼나는생각했을것이다.그감정때문에나는날너무고단하게부려먹었다.감정을제왕처럼모시면서그것을“질실”이라고외치면서감정을배반하면날배반하고문학을배반하고나라를팔아먹는것처럼생각했던것이다.
내인생에후회가있다면남발한내감정이다.그것이형체가있다면두팔이라도묶어감옥에라도넣고싶지만그렇지못해서아니내가만든감옥에넣기도했지만그는너무자주출소하거나도망쳐서내가슴에면도날자국을그었던것이다.
나는이익에둔하다.감정을최우선으로살았기때문이다.감정이란흘러가는대로두면결국남는것이없다.피로와고단함과자책만남는다.한량없이배고프고초라한것이감정이다.적당량의감정이란에너지도되지만과다하면붕괴한다.늘우울한낮과밤,늘위태롭기만했던외로움은감정이자생시킨쓸모없는지병이었을것이다.속빈강정같이본질도알수없는감정과싸우던시절이내젊은날의시간들이었다.그시간의절반만좀더실체를찾는일에쏟았더라면나는지금더많이알고세상을변화시키는방법도자신을보호하는방법도인간을사랑하는방법도더알고있지는않을까.현실에서한발자국도넘지못하는우리의삶속에서는평범한진리를쫓으며결국결혼하고아이낳는섭리안에서말이다.그감정에익사하는것이아니라그감정을극복하는힘을길렀다면내문학도좀더생생한호홉으로살아있을지모르는일이다.내문학도인생도그렇게내가모셨던감정이라는유령의제왕때문에손실이컸다고나는단정한다.후회라는낱말에나는서슴없이손을든다.약지도영악하지도못해서철철철감정에휘둘리는그모습그나약하고가파른감정으로덜컹거리는그여자에게매서운회초리를갈기고싶다.
나이가들어도감정은살아있다.어머니의푸념처럼“마음은청춘”에나는적극동의하지만그성격은달라야한다고생각하고있다.흔히노후를걱정하면서건강과경제력을챙기지만노후의감정관리도노후준비에필요한덕목일것이다.젊은시절의감정은불분명한상처만남고소멸되지만노후의감정은경험을토대로한창의력의생활로이어져야할것이다.상실과질병,정서적허기를견디는새로운감정은영적힘의의존이필요하지않을까.절제의깊은미덕이내문학과생활에든든한힘이되어사라지지않는자산이되어주면좋을것을...

구름이천둥과번개를부르고
죽죽하늘을찢은빗줄기가쏟아지면
더크게들린다

명치끝이터질듯
기차지나가는마을에연기피듯
울음소리가들리기시작하지

눈이찢어지게눈치를보며
누가등짝을후려치거나냅다발로턱을찼을까

어린마음이퍼렇게멍들다

손을쑥들여놓아도만져지지않는마음때문에
토라지고두다리뻗고어어엉울고
줄줄흘러내리는홍시처럼아픔이익어버려서
쑥쑥자라지못하는어린상처가흘러내려서
똘똘뭉쳐져서
돌멩이가되어서
우는아이가되어서

노인이된내가슴팍안에
오늘도혼자울어서
늙은몸을좍펴서자근자근두드려서
햇살에말리면
뚝!그오랜울음이그치기나할까

어른아이는오늘도뒤척거린다

「내안에우는아이」다.누구나마음안에우는아이가있다.성장기에마음을다치고도“아프다”말을못하고스쳐지나온그침묵의울음이“소리”로들려오는때가있다.그마음안의아이는자주운다나는그아이에게편지를쓴다지금의내울음으로시로말로.....

누가마음을주고받는다고했을까.만약마음을주고받는다면그것은핸드폰의문자도메일도사진의교환도아닌자신의손으로쓰고우표를붙이고우체통에넣고그래서집배원이주소를찾아벨을누르고주인이나오고서로웃으며전달하고받고봉투를가위로자르고내용을꺼내읽는읽고다시읽는그래서마음이차분해지며모든상황을새롭게정리해보는것.이것이야말로마음을나누는일이아닐까싶다.
마음운동곧소통의수단이되는것이다.이것이화해고이것이순응이리.손이움직이면마음이움직이는것마음이움직이면손이움직이는것,이것이서로의갈등이란것이인간적도리며새로운삶의정기를주고받는것이라면이것이사랑하는방법이라면굳이피할수가없을것이다.지금은소통의부재시대아닌가.편지를쓰는일을내성적인사람들의행동이라고말한사람이있었다.그럴수있을것이다.서로얼굴을보면서하고싶은말을하면시간도절약되고손을움직이지않아도된다.그러나내성적인사람들이야말로세상을변화시키는창의력을가지고있으며그놀라운변화를직접경험하게되는것이다.그래우리가편지쓰기를시간절약의차원에서생각한다면그시간을절약해서도무지우리가그시간을어디에어떻게사용하는가를묻고싶다.문자를쓰는일은자기정화를하는데필수적요건이라는것,이것이편지가갖는최고의가치일것이다.그리고관계회복에도특효약이아닐까.
편지는말로는다못하는깊은대화이므로마음의끝까지따라갈수있다는것이장점이며읽는사람도그마음을끝을따라가므로벼랑에서도화해의감동을끌어올수있다.
그래서아득한마음의지평선도허물수있는기적또한가능한일이다.대개는가까운사람끼리갈등이심하다마음을다친다.서로상처를준다.골이깊어진다.가장가까워야할혈육간에도남보다훨씬그늘이숨어있는것이다.이것이‘쌓여있다’라고하자.이것이문자하나로메일편지로얼마나효과가있을까.우리는감정이격렬해질수록감정을다스리는쪽으로자기를데리고가야하는자기처방이필요하다울컥말로하는것보다시간을끌면서종이를꺼내고펜을쥐고생각하다보면감정의원인이별것아니라는생각이들지도모른다.그래서편지는대개“미안하다”로시작하고“너의축복을빈다”라고끝나는것이다.편지는사랑이기때문이다.어떤마음의앙금도편지를쓰고받고서로시간을두고생각하면서앙금은풀리고서로사랑을받고있다는확신에이르는것이다.절규보다외침보다편지에마음을담으면그것은화해가되고자기존재가용서하는사람이되는길목에서미소를머금게되고오히려상대방에게고마움을느끼게도되는것이다.편지는우리를선하게하고자신도느끼지못한사랑의존재를만나게하는것이다.
서운했지만,밉기도했지만그감정이애초에사랑을미처발견하지못한데서비롯되었다는것을안다면우리는어제보다편지를쓰지않았던때보다오늘이더행복할것이다.
이미꽃은시들고잎들의세상이다.나이가드니잎들의깊은의미를알겠다.저신록은녹음이되고단풍이되고낙엽이되고그낙엽이떨어져나무의이불이되고다음엔썩어나무의영양제가될것이다.모두줄수있는저거룩한잎을수도자라고생각했던적이있다.그렇다면우리가무슨풀지못한갈등이있겠는가
오늘도나는내안에우는아이에게손글씨로편지를쓴다.울음의소리가작아지고어느순간뚝그친다시의힘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