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과 추신 - 공감시선 11 (양장)

본문과 추신 - 공감시선 11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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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공감시선에서 11번째로 선보이는 김영희 시인의 시집입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출생한 김영희 시인은 현재 원주에 살면서 시를 쓰고 있다.
2014년 계간 《문학과의식》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2019아르코문학창작기금, 강원문학작가상, 원주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시집으로 『양파의 완성』 『당신이 내게로 올 때처럼』
『나무 도마를 만들다』 『여름 나기를 이야기하는 동안』이 있다.

시인은 하루하루 살면서 시어를 다듬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놓인 시어들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사는 마을과 그녀의 이웃들이 보인다.
느린 걸음에는 안정감이 있다.
그녀의 시가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인 것도 같다.
저자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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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발신
작약화분…12
도착,그곳에서다시…14
설렘…16
구름과흙사이…17
한모금의사랑…18
빈터…19
데스매치…20
어떤몸짓…22
외로움담당부서…24
감정들…26
입혹은잎…28
거울아미안해…30
조르바처럼…32
난독을읽다…34
강물의자세…35
러시안룰렛…36
가을엽서…38

2부추신
재…42
이런이유…44
그림자를데리고…46
스무아흐레…48
잃어버린단추…50
꽃의시간2…52
신이계신곳…54
황량한날…56
자세를바꾸며…58
찬란한슬픔…60
꽃잎들…61
다음이라는말을줄게…62
아슬아슬…64
빗살무늬…65
잃어버린것들…66
이번생에서는글렀어…68
얼음꽃…70

3부본문
매화의시간…74
함백산의사월…75
동강할미꽃…76
외딴집…78
새해를빚다…80
몽당연필…82
노을…84
유행상자에들다…86
작은방…88
늙은감자들…90
어머니의둘레…92
생일…94
체질적자가격리…96
내려오는계단…98
아우라지…100

4부수신
대화…104
출렁다리…106
혹독하고아름다운…108
현재라는선물…110
수장…112
오늘은안녕하신지요…114
참괜찮은바퀴…116
염려는팔았습니다…118
경계선…120
커피한잔하실래요?…122
굳이이름을묻는다면…124
사나흘쯤…126
가을이피었습니다…127
시월에는…128
십일월을건너며…130
겨울수국…132
모서리수선…133
측백나무책갈피…134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내가껴안고나눈세상의눈빛들,그모습그대로를데려오려한다.
날것그대로를마주하는누군가의마음에
조금치의감동과,
한줌의위로와,
각자의시선으로시를읽고느끼는즐거움을선물하고싶다.
이가벼움은내가시를쓰는이유이다.
시집에평론가의해설을담지않는물음에대한변명

책속에서

<작약화분>

겨울을다독이며키워온마음을담아
사월의엽서처럼분하나보냅니다
가까이놓아두고봄빛으로쓰세요
오년을주춤대던망설임
눈빛과눈빛이마주치면
꽃으로피어날까
설레는마음숨죽이며보내요
무심한듯
한가한듯고요에드는시간
작약한송이읽게되면
삶의한귀퉁이추신으로달아줘요
꽃지면잊은듯이뜰아래로옮겨줘요
분안에잔향을묻어놓고
안쪽과바깥쪽세상
경계는지울게요
긴긴날뜰아래머무는시간
맨처음받아든본문으로남을게요

<도착,그곳에서다시>

내가가는곳은
어디든아름다울것이라는기대가있어요
매달리지않아도꼭그곳엘가지못해도
그래도된다는생각을앞세우면
언젠가는어디든도착한대요
그곳에서다시,
또걸어가면내가가는곳이될테니까요.
갑자기길이험해집니다
길을잃는,
즐거움을생각해야하는지점입니다
더나은곳을바라보기위해아픔을감추고
타인을다독이는어진손길들과
모두가포기하고싶을때
혼자애쓰는긴호흡
오!세상은얼마나아름다운가요
모든고민은소중하고절실하지만
오늘하루는그냥걸어가기로해요
설렘하나만품고서걷고또걷기로해요

<설렘>

말라버린식물이라고
며칠째방치한것도모자라쓰레기통에넣으려다
혹시나,
물에담가놨더니줄기가물을당긴다
내가포기하고있을때
혼자노력하고있었던수염틸란드시아
생은이렇게위태로운,
찬란한순간을이어가는것이리라
누구나숨고싶은시간은있는것이다
더빛나는눈빛이되기위해,
다죽어가는것같았지만
포기하지않고나에게로돌아오는시간이다

<구름과흙사이>

언덕을올라서자저기나지막한구릉,
연분홍물감통을엎질러놓은
복숭아나무곁으로
부지런한바람도일손을보태고
구름과흙사이로툭툭버려지는
다보록했던꽃들
아직열매맺지못한복숭아
저아름답고무용한것들이구름과흙사이를채우네
꽃을똑똑따서꽃의목을툭툭잘라서
구름바닥을향해던지면
분홍은흐드러지게뿌려지다
흙을덮어주네봄을지우네여름을부르네

<한모금의사랑>

덖어지는이길이너에게가는길이라면
바람과풍경과내마음
오롯이가슴에안고가겠네
다관속적막으로나를표현할수있다면
나는못보는그시간
고독으로깊어져안온하겠네
온몸을활짝열어야너를건널수있다면
다우려져서내빛사라져도
창문이될때까지열어놓겠네
갈피갈피풀어놓는내얘기가
아프고추운가슴다독이는한모금사랑이된다면
너에게당도한그순간
아득히사라져도나는한모금의향기로살겠네

<빈터>

사람들이떠나가고빈터를지키는외등은
돌아온아이처럼주춤거리면서
어두워지는것들아
어둠에떨고있는것들아,
빈곤의통념은아파야만살아있는것이라고
마른혈관으로피를모은다
깨진창문들아빈마당아
식어버린온돌들아
이제는일어서지도못하는그림자들아
저찬란한어둠속으로들어가보자
어둠으로변주되는시간속에는
또다른시간이빛을품고있으니
남겨진외등은점하나처럼찍혀있지만
발자국을모으는빈터를일으켜세운다
데스매치
오늘은네가이기고나는사라지고
고드름이뚝
떨어지는한순간,
꽁꽁언몸이와르르부서진다
오늘의얼굴을미리저장하고
호흡을조절하는시간들은
모두에게주어져있었다
그러나오늘너는살고
나는죽고
나는길끝을돌아나가,
회전문을밀며빙글빙글걷는다
몸의공간에마음의영역이
끌려가는순간이지만
불편과고통은걸어감으로써지워야한다
나가는문앞엔또다른
들어가는문이마련되는절묘한조화,
또다른하나의길이생성되는순간이다

<어떤몸짓>

작은몸짓하나일뿐인데
모두가환해지는순간이있다
한모금빛을들고나오는창문
생각의변화나행동의전환으로
밝음으로환기할수있다고말하려다
창문은그냥빛만꺼내놓았다
테라스에서마주보이는
건너동마지막층왼쪽집
며칠간깜깜하던창문이빛이걸었다
누가살고있는지얼굴도본적없는데
반갑기그지없는건
몸짓하나로
모두가환해지기때문이다
지워졌던물체들이
제그림자를세운다
어둠을벗는일은망설임이나회한을걷어내고
잠든스위치를켜야한다고창문은웃음을켠다

<외로움담당부서>

상처를만져주는그림책처럼가끔들여다보는페이지
오래된기억을기억하고있는골목길에서
바람의옷소매를만지며
휘어진몸의감각을깨워본다
한때는어느가장의잔기침소리로
세상을일으켜세우며분주하기도했던,
집어던진사직서처럼구겨져서돌아오던
삶의징검다리
낮은지붕에걸려있던햇살한장이
잠깐쉬었다가날아가버린뒤
시대를읽고지나간외로운것들을
보듬어안고있는귀퉁이자리
쓰다버린마스크의자유가
등뼈를훑고지나가는골목길엔
해진마음들이가끔은자박자박걷기도한다
가끔은숨겨둔울음을혼자꺼내기도하는골목길

<감정들>

가질수있는것과없는것
이분화에익숙한한때가있었어요
다른것을사랑한다는이유가
자꾸생성되던시절이었는데
사랑이필요가치로변환되어
의미를잃었던그때
다른자세를취하다믿음을저장못하고
나를잃었던시절이었지요
감각보다는감정을믿는시간으로
내안의사랑으로
다시내게돌아오니
사랑과무관심이별반다르지않음을알겠네요
아무것도안하는내마음으로
필요와불요의차이를이제는만들지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