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 시인의일요일시집 18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 시인의일요일시집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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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봄희

강원도예미에서태어났다.2018년《경상일보》신춘문예당선하였고5·18문학상신인상,전태일문학상등을수상하였다.

목차

1부
투명의기원/스위치/이렇게나오겠다이거지,/증기기관차가있는골목/소나기
롤러코스터/검은아버지들/묶인파라솔/질문/노루발/알딸딸하다는말/함성
지루한공방/공평한장애/흑백

2부
흘수선/꼬리의감정/묵의평전/목화솜성경책/꽉,/달팽이들의점자/도르래도시락
쇠똥구리지구론/과녁의지느러미/나눔의밀도/우산밑도젖을때가있다/회피
결치의자판/부표/사과향이선로위에서빛나던때

3부
사월과오월사이/꽃피어어두운때라는거지/오디/완충/헐거운입/반달의고독
수수료떼는저녁/가료/발의맛/국수꽃/김영감의이것/빗방울을진맥하다
한가하다는것/발목이,웃는다/귀로우는저녁

4부
마타리,마타하리/풍력선/목마른웅덩이들/꼭지는중심이아니다/개살구
육쪽과육종사이/감자의형식/은밀한방/문주란/개미귀신/친척,천적

해설‘삶-역사’의진실을찾는‘이미지-사유’|이성혁(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공들여드러내는삶의진실,시의힘

풋여문알들,우리들의공복은
진하게무르익을때를기다렸다
구부러지고늙은뼈를화장한뒤
묵한사발시켜놓고
컬컬한울음의뒤끝을꿀꺽꿀꺽삼킨다
죽은목숨이든산목숨이든
젓가락사이에서묵은생물이다

누군가의관을들때묵을집듯
조심스러운손길에따라
열매에서가루가되고
가루는팔팔끓어넘치다가
다시하얀사발에담겨굳어가는
저한결같은묵만같아라
―「묵의평전」부분

4연으로이루어진「묵의평전」이다.시인은묵이란대상에서죽음의이미지를도출한다.죽음의새로운이미지다.시인에따르면,“차갑게식으면서죽는”묵은“관의형상”,“생전의모습이란없”는죽음자체의상징적인형상이다.그러나묵은뼈가없는죽음이어서“야들야들골격을유지”하는관이다.그래서그죽음은딱딱하지않다.흔들거리고물컹하다.그래서먹을수있는죽음이다.3연이보여주고있는바,우리가누군가를화장한뒤묵을먹는행위는죽음을먹는것과같다.그행위는누군가를마지막으로떠나보내는의식이다(그래서인지화장터의우리는묵앞에서“컬컬한울음의뒤끝을꿀꺽꿀꺽삼”키는것이리라).그죽은이의죽음을먹음으로써그를몸의기억속으로스며들게만드는의식.이의식속에서묵은‘생물’이된다.죽음의형상인묵은,‘젓가락’으로집어그죽음을먹는우리에의해도리어살아있는물체가되는것이다.우리의몸속에스며든죽은이의죽음은,우리삶속에서존재하게될것이기때문이다.

어떤대상에대한치밀한관찰을통해이미지를포착-상상하고이로부터어떤삶의양상을도출하는시작(詩作)방법은,시의눈을저달팽이처럼세계에밀착하여밀고나갈때가능할것이다.이봄희시인의시선은물론사람에게도향하는데,시적대상이된사람의깊은면을포착하여이미지화하려는노력이돋보인다.1할의노임을떼이면서도인력사무소에찾아가일을찾아야하는노동자들을조명하는「수수료떼는저녁」은이봄희시인이주시하고자하는대상이누구인지잘보여준다.그는이시에서“언제든/9할의인력으로바꿔칠수도있”는“1할의힘”에의존해야하는노동자들의현실에시선을밀착한다.이에“어깨한쪽이삐끗거리고/허리도어디가어긋난듯군데군데해진/우중충한이빨사이로/구부러진못같은말들이새어나”오는노동자들의묘사는자본에의해사용되다가폐기되는이들의삶을적확하게이미지화한다.표면적으로는음담을습관처럼지어내는이들의입은거칠지만,속을투시해보면그들은“평생우직과성실을노래”해왔다고시인은말한다.

시인의말

네트를넘어온스매싱은
살짝칠이벗겨져있었다

꽤여러곳을튕기며왔군

그중엔누구도받아친적없는
싱싱한풀스윙도있었으나

따닥,

이쪽과저쪽이서로아귀맞으면
또다시빈곳을뚫는,

그래,
이렇게나오겠다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