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름 - 시인의일요일시집 20

난, 여름 - 시인의일요일시집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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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시인이 보여주는 시의 새로운 재미
억압된 현실을 놀잇감으로 만드는 이야기의 힘
최휘 시인은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와 동시집 『여름 아이』(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을 출간하며 어느새 등단 10년을 넘겼지만, 아직은 보여 준 것보다 보여 줄 것이 훨씬 많아서 중견이라기보다는 풋풋한 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는, 시인이다.
첫 시집에서 일상을 유쾌하게 뒤틀고 뒤집는 삐딱한 상상력을 선보였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생동하는 감각과 감정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운영하는 이야기의 근육을 보여준다. 그가 동시 시인인 영향도 있겠지만 직설적 화법이 아닌, 화자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법과 태도를 통해 시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제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이 시집 곳곳에 가득하다.
일상에서 쓰는 말이 관념과 추상의 세계라면 시의 말은 물질과 느낌의 세계이다. 최휘의 시에서 시적 의미는 확정적이고 움직이지 않는 의미에 안주하거나 그 의미에 봉사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의 그의 시적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휘 시인은 움직이고 변화하는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우리를 괴롭히고 억압하는 현실을 하나의 놀잇감으로 만들어낸다. 이때 그가 만들어내는 시적 의미는 느낌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되려 하고, 여러 의미가 겹치고 스며들면서 움직이고 변화하려 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시어서 그렇다.

저자

최휘

경기도이천장호원에서태어났다.
2012년《시로여는세상》으로등단했다.
시집『야비해지거나쓸모없어지거나』,동시집『여름아이』가있다.
문학동네동시문학상대상을수상하였다.

목차

1부
호두혹은화두/어느이름없는시인의시연구/키티가생각나지않는다/나에게는상전의목을딴노비할아버지가있다/기분의구조/여섯개의다리와네개의날개를달고/밤벌레/그린게이블즈의앤이라면이렇게말할걸요/다시쓰는돼지책/은사님이더이상시를쓰지않으면좋겠다/시간이필요하다는말은쓸모없지만/여행이끝나고셋이남았어요/병리적발상시점

2부
난,여름/말/기약도없이찾아오는이를위해밤깊도록문을열어두었다/모든것이끝났다고우는여자와한밤을보냈다/청산도우루사/덤불속구덩이에처박힌캔디/좀더쉬우면안될까요/우리집구도/참을수없는밥의무거움/벌레와장미와카프카/아무이름으로불러도/의/대게의전설

3부
한이야기에오래머무는/담무너지는골목을걸어가며/사랑은개선이되지않아요/내영혼은자꾸뒤돌아보고/다행히식물도감을갖고있지않아서/비린크리스마스/오늘은참성가시네요/우리의지루한끝말잇기를끝내야겠다/푸른수염,붉은새/느닷없이돌돌골뱅이속으로/수요일의안녕/시를고추장에찍어먹어서야되겠는가

4부
다시찢어져야하나요/한열흘다녀왔어요/훔쳐쓴시/여행의발명/저저저그그거그거/낭유안의일요일/언니에게낭만적인티파티를해줄까요/165번/본명/비치파라솔하나가/부랑/갈까잘까

해설
스스로나아가는이야기의힘|김기택(시인)

출판사 서평

날뛰고,부딪치고,찍어지고,도망치는,
끝내선천적막무가내의낙천성을지키는시

일상과미적거리를둠으로써최휘의시는분노와슬픔,짜증과환멸따위의감정을객관적으로바라볼수있는자리에서게된다.그래서그의시는화자를마음껏억압하고괴롭히는현실을놀잇감으로만들어즐기는이야기로나아간다.아니스스로생성해서나아가는그이야기를따라간다.그래도그의시는자신이가지고있는에너지를아직은반도사용하지않은것같다.앞으로그에너지가어디로튈지궁금하다.

두번째시집『난,여름』을읽어보니,여전히첫시집의삐딱한상상력과활기와탄력이느껴지면서도그것을이야기하는방법은더진화되었다는느낌이든다.첫시집을읽는즐거움이주로화자의목소리와이야기의내용에서나왔다면,이번시집을읽는즐거움은이야기하는방법과태도에서좀더많이오는것같다.루시모드몽고메리소설의주인공빨강머리앤의목소리로진술하는「그린게이블즈의앤이라면이렇게말할걸요」는이런특징을엿볼수있는시이다.

이야기가오기를기다리는최휘시인의행위는수동적으로보이지만,내면의여러충만한에너지가스스로깨어나고운동하도록한다는점에서,그리하여시적상상력이스스로활동하도록한다는점에서,그리하여이야기가주체가되도록한다는점에서,능동적이라고할수있다.그리고이야기가주체가되어나아가는시에서말은확정된의미를벗어나려한다.시에서말은의미를전달하거나개념화하는수단에서해방되어하나의독립적인운동체가되려고한다.
그의시에서말은소통의도구라는본분을오래전에버렸다는듯이벽과천장이있는실내공간에서대화라는격식과틀에갇히지않고사람들과부딪치거나바닥에굴러다니거나벽을뚫거나창문을깨고나가려는일탈의운동을하고있다.그때말들은나팔꽃이거나사슴이거나구름이거나참새가되어서로날뛰고부딪치고찢어지고도망간다.이말들은선천적인막무가내의낙천성을잃지않고제본성대로움직이는독립적인생명체이다.그말들은문장안에갇히기를거부하고벽과창과천장으로된실내,그리고얼굴과손발로된육체를서로결합해카페를혼란스럽게운동하는생명체로변화시키고있다

시인의말

이야기가끝나지않아요

계절처럼썩고
시대처럼잊혀져야하는데

넝쿨장미의계절을들춰보다
앵두가익으면여름처럼떠들었어요

초록말풍선이무성한잡목의숲
나,아직여기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