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없는 제목 - 봄날의 시집

문서 없는 제목 - 봄날의 시집

$13.00
Description
『문서 없는 제목』에서 시인은 시를 언어 차원을 넘어 문자로 ‘맥박’처럼 감각하게 합니다. 다시 쓰고 풀어 쓰고 설명하고 지시하고 여럿-다중성과 행위성을 감각하게 하며 접힘과 펼쳐짐이라는 시학을 넌지시 제시함으로써 시인은 텍스트를 제자리인 듯 그럼에도 끊임없이 옮겨놓습니다. 그 섬세하지만 볼록한 기운을 독자들이 느끼도록 합니다.
저자

김뉘연

시인.〈문학적으로걷기〉〈수사학:장식과여담〉〈마침〉《방》등의공연과전시에서전용완과함께문서를발표했고,『모눈지우개』『부분』『문서없는제목』등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일러두기
제사
범례설명
범례설명

2부
새문서
사본만들기
이름바꾸기
실행취소
재실행
모두선택
전체화면
새그림
일반텍스트
스타일재설정
양쪽맞춤
한줄간격
서식지우기
휴대문서비교
연결된객체
문서번역
음성입력
부가기능
문서개선돕기
뉴패치
기록

3부
한사람
두사람
두사람
세사람
세사람
세사람
여럿
개요아닌
여담일수있는
이야기는
행과연
문단락
응답
없는
괄호
종이
비읍오미음

목격
간격
바깥

증명
바닥
천장
동작
작동
걷는다
앉는다
눕는다
선다
둔다
던진다
통로

4부
한사람
중첩
남은것들의목록
모든것이등장하기를바라는하얀색
진실?
어떤일이이루어지거나일어나는곳
하나의시어가다음시어를

5부
문서없는제목의사본

부록
무언가이거나아무것도아닌것의찰나이계성·GPT-3

해설
타국에서펼쳐든사전강보원

출판사 서평

시라는공간
문자라는맥박

봄날의책에서김뉘연시인의두번째시집이출간되었다.김뉘연시인은오랫동안양질의도서를기획하고출판하는편집자이며,시집모눈지우개와소설부분을쓴작가일뿐아니라,재료-언어로서텍스트를모색하고사유하며,<문학적으로걷기><수사학:장식과여담><마침>《방》등다채로운전시및퍼포먼스프로젝트를협업해온예술가이다.“태어나고살아있는진행형의말”(이수명시인)을숙고해온시인은전작들을통해“마치기하학자가사물을보듯언어를바라”(강보원시인·평론가)보며,“결과로서의예술이아니라‘과정’으로서의예술에대한끈질긴사유”(최가은평론가)를보여주어왔다.
신작문서없는제목에서김뉘연은시를언어차원을넘어문자로‘맥박’처럼감각하게한다.맥박이라는표현은,단어하나하나그리고시집전반에서짜인구조를통해서그생동과물질성을몸으로체험하게한다는함의를품는다.다시쓰고풀어쓰고설명하고지시하고여럿-다중성과행위성을감각하게하며접힘과펼쳐짐이라는시학을넌지시제시함으로써시인은텍스트를제자리인듯그럼에도끊임없이도각도각옮겨놓는다.그섬세하지만볼록한기운을독자들이느끼도록한다.
아울러눈여겨봐야할건,이시집의물성그자체이다.문서없는제목의사본은시들이처음놓여있었던그공간을지시한다.부록인무언가이거나아무것도아닌것의찰나는수록된시편들에대한번역가이자작가인이계성과인공지능인GPT-3의협업이며보너스트랙이다.강보원평론가의해설인타국에서펼쳐든사전은김뉘연의시편들에대한찬찬하고사려깊은징검다리이다.표지는윤향로작가의작품인〈Tagging―P〉을특별히이시집의판형에맞춤하게다시작업한새로운결과물이다.이시집의구성요소하나하나는독자에게책을골똘히바라보며한번더보고만지고들추게한다.

물질과존재를
거듭살피는글쓰기

김뉘연의시를읽으면종이위의텍스트가열린공간처럼느껴지곤하는데,낱낱의말들은조금씩변형되고,말들의앞뒤와위아래간격은넓어지거나줄어들기도하며,이전시와다음시는관계맺으며있다.형식과내용은자주상관된다.이를테면한사람이라는제목의시는하나이고,두사람이라는제목의시는둘,세사람이라는제목의시는셋으로있다.“제목을한사람이라고지어두었다고해서한사람이라는글이한편이라는것이우습다”라고시인은표현하지만그는그“공교로움”(두사람)을지속하는데,하나이고둘이고셋이고여럿인사람들에대한생각과진술이조각조각펼쳐질때,이윽고세사람에서시옷셋이들어간“셌”과“쎗”을떠올릴때그형식과내용의중첩은기이한효과를확산한다.시가세사람에대한것이아닌,시는정말세사람그자체가되기도하는것이다.

공원에연.
날림.

공원에돌.
주움.

(…)

종이접기

종이를날리지않음.

그만걷기로정함.

마침표열한개
괄호없음

―「문단락」부분

그러한물질성은김뉘연시의특징이다.문단락의화자는산책하며보고생각하고있다.절제된문장으로이루어진상황나열이후,마지막에“마침표열한개/괄호없음”이첨언된다.이는시안의문장부호를셈하는자기지시적인문장인데,그럼으로써순간우리의시선은산책공간이아니라종이와문자의물성자체에붙들리게된다.희한한건그와동시에언급된마침표의물성도도드라지게느껴진다는점인데,흡사“연”이나“돌”같은어떤사물처럼감각하게되는것이다.시인의시를읽으며우리는계속시-문자라는존재와그것이지시하는상황의안팎을오고가는듯하다.더나아가시편들은디지털글쓰기의존재및물질이자조건을살핀다.새문서사본만들기이름바꾸기실행취소라는시편들의제목에서도엿볼수있듯김뉘연은워드프로세서라는장치,그안의문자들을클릭하면더드러나거나덜드러나는,펼쳐지거나접히는것자체를시에접목시키며,지금의글쓰기라는수행성을사유한다.

기계의마음이인간의마음과맺는관계
광활한안팎의마음

그렇다면“건조하고,덜그럭거리며,사전의화살표를따라이동하고,단어가가진소리의유사성을따라미끄러지며,문자에새겨진언어의분절성을따라나뉘고대체되는단어들”(해설·강보원평론가)로이루어진,존재와물질을주로고스란히드러내는문서없는제목을어떻게바라봐야할까.이시집의화자이자주체를어떻게상정해야할까.작가이자번역가인인간이계성과인공지능GPT-3가협업한문장들이부록으로수록되어있다는사실이넌지시드러내듯,이시집의주체는언뜻기계적이고비인간적인듯하다.하지만또한건조한문체속에서도,김뉘연의시는감지하고반응하는인간으로서의마음,그리고현실과일상에도가닿는데,그것은인간이므로인간이드러날수밖에없는그조건때문이기도할것이다.그럴때김뉘연의시는기계와인간의마음을다포함하며아우른다.경계지음과경계없음을소화하려노력하면서,굳이주인이되려하지는않는품넓은광활한마음이시집에는있다.해설에서적시되었듯“‘나’라는단어가등장하지않고,맥락상‘나’가나올법한자리가대개‘누구’라는단어로대체되어”있다는사실이하나의근거일수도있을것이다.강보원평론가는이에대해“대체가능한것에대한사랑”이라고형상화했다.사랑은흔히대체불가능함과함께나란할법하지만,그것을넘어선어떤기이하지만그럼에도현실적인사랑에는드넓은드나듦의태도가있다는것이다.그너르고무연한사랑이이시집에는있으며,좀더긍정하자면그것은아마인간의시언어그자체일듯도하다.시집-공간은그무한한안팎을품고있다.

*
수록된부록「무언가이거나아무것도아닌것의찰나」는이계성이시집에수록된김뉘연의시를발췌하고영어로번역해GPT-3에게제공한다음,GPT-3가이어쓴글을편집하고한국어로번역한글이다.앨범의보너스트랙으로수록된리믹스와도같은이글은픽션과비평을오가며시작법을추론하거나시집의방향을가늠하는과정을통해자신의제목에다다른다.
이책의표지는〈Tagging―P〉(종이에오프셋,20.5×45.1cm,2023)이며,윤향로의개인전《Tagging》(2022)에서발표된대형회화〈Tagging―H〉(캔버스에잉크젯,아크릴릭,300×500cm,2022)와연계된작품이다.『문서없는제목』이문서작성용프로그램의안팎에서시의형식을확장하듯,윤향로의작품은그래픽소프트웨어를주요도구로삼아회화의개념을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