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안팎

유리벽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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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태수 시인이 올해 등단 50년째를 맞으면서 신작시 76편을 담은 스무 번째 시집 『유리벽 언팎』을 발간했다. 2018년부터 해마다 시집을 내고 2022년엔 『담박하게 정갈하게』, 『나를 찾아가다』 등 두 권의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그는 거의 일관되게 ‘실존’과 ‘초월’을 기본 명제로 자기 세계를 심화해온 시인이다. 내면적 갈등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육성을 담고 있는 이 시집은 자아 성찰과 경계 초월, 실존적 생 체험의 인식과 영원을 향한 갈망이 주조저음으로 대상과 세계를 향한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자아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부단하고 치열한 모습을 유려하고 원숙한 서정적 언어에 녹이고 감싸 떠올린다.

저자

이태수

1947년경북의성에서출생,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그림자의그늘』,『우울한비상의꿈』,『물속의푸른방』,『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꿈속의사닥다리』,『그의집은둥글다』,『안동시편』,『내마음의풍란』,『이슬방울또는얼음꽃』,『회화나무그늘』,『침묵의푸른이랑』,『침묵의결』,『따뜻한적막』,『거울이나를본다』,『내가나에게』,『유리창이쪽』,『꿈꾸는나라로』,『담박하게정갈하게』,『나를찾아가다』,시선집『먼불빛』,육필시집『유등연지』,시론집『여성시의표정』,『대구현대시의지형도』,『성찰과동경』,『응시와관조』,『현실과초월』등을냈다.대구시문화상,동서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대구예술대상,상화시인상,한국시인협회상등을수상했으며,매일신문논설주간,대구한의대겸임교수,대구시인협회회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등을지냈다.

목차


바다이불-12/무위無爲-13/불이문不二門-14/노스님독경소리-15/유리벽안팎1-16/유리벽안팎2-18/계단-20/황혼무렵-22/거기가거기-24/강가의바위-25/한적한풍경-26/새가되고물이되어-27/저무는강가에서-28/숯과불잉걸-30/술잔속의파도-31/길1-32/길2-33/원근遠近-34/흔들림-35


팽나무그늘-38/쉼터의자-40/시드는풀-41/저무는가을풍경-42/절해고도絶海孤島1-44/절해고도絶海孤島2-45/자작나무꿈길-46/강물과은사시나무-48/성탄무렵-50/영원을품듯이-51/한겨울달빛-52/겨울산울타리-54/빨간열매-56/섣달아침-57/한밤중바람-58/한겨울은총-59/늦겨울꽁지마을-60/고산방학도孤山放鶴圖-62/오늘-63


홍매화전언傳言-66/봄맞이-67/종달새에게-68/창가에앉아-69/새봄새아침-70/봄환상-72/봄,꿈-73/배꽃피는밤에-74/꽃한송이-75/보라별꽃-76/악몽과커피-77/언덕저너머-78/편백나무향기-79/나뭇잎하나-80/는개-81/영감靈感-82/그루잠의꿈-83/성聖풍경―노부부-84/성聖풍경―고사목-85


낙조落照-88/황혼점묘-89/해시海市-90/녹명鹿鳴―어떤가인歌人-91/불만과오만-92/유무有無―너는누구이길래-93/무상無常-94/룽다와낙엽-95/줄줄줄-96/사람이그립다1-98/사람이그립다2-99/속·실향失鄕-100/자라봉바라보며-102/헛제삿밥-104/옛미덕美德-106/윤옥순의해바라기-108/지우고비우기-110/오늘하루-112/또술타령-113

|해설|갇힘과열림,경계와초월의미학-조창환(시인,아주대명예교수)-115

출판사 서평

유리창너머새가날아왔다가간다
새가앉았던나무에바람이지나가고
바람이가고오는동안에는
구름따라왔는지,바람을따라가는지
먼날들이다가왔다가간다

지난날붙잡으려던미련도내려놓는다
산너머로는구름이떠가고
하늘저편으로비행기가날아간다
안과밖을갈라놓는유리벽,
이투명하지만견고한벽에갇힌나는
벗어나려고안간힘쓰면서도
한편으로는왜눌러앉으려하는지
앞길로만갈줄밖에모르는
세월은언제까지나같은걸음으로간다

가서돌아오는것들도가고
다시는돌아오지못하는것들도간다
유리창밖을바라보고있던
내마음이그풍경속으로갔다오고
돌아와서는가는것들을따라간다

─「유리벽안팎1」전문

그렇다면나는자초해서
유리벽에갇힌걸까요

(중략)

때로는나를가둬놓고
바깥을바라보기만해요

─「유리벽안팎2」부분

‘창’이‘벽’이되는현실에대한반성적관찰이바탕에깔린이시에서시인은자아를유리창안에가두어놓고그갇힌상태에서바깥을바라보지만,인생의내밀한부분을들여다본원숙하고자유로운시선을엿보게한다.「한겨울달빛」에서도유리창은안과밖을연결하기도하고가로막기도하는경계선이나지향하는이상적세계의모습이화해와평화와조화의경지라는것을일깨운다.
그의바라보는시선자체가아름다운‘바라봄의미학’이며,개성이며장점이다.특히수평선위의지는해를바라보면서위대한어느분의생애를떠올리는‘낙조落照’는종교적영성체험의고백이며,장엄하고위대한생애에대한경외감과존경심에사로잡히는것은이시인이지향하는정신적목표로보인다.

따로있어도더불어있어도
사람그립기는마찬가지라서그럴까
사람들속에서사람이그립다

─「사람이그립다1」부분

그리운사람찾아나서보아도
헤매는나만보인다
사람과사람사이에서
밀려난떠돌이같고
물위에도는기름방울같은
나와마주앉는다

─「사람이그립다2」부분

시인은“따로있어도더불어있어도/사람그립기는마찬가지”라는절대적고독감은그의시가지닌내성적시선을강화한다.고독속에서의사색이야말로이시인의시에깊이와진정성을더하는요인이된다.이태수시가자기반성적이고내면성찰적인경향을띠는것은이러한절대적고독감에바탕을두고있다.
시인은자신의내면을절해고도絶海孤島라고인식한다.자기자신이갇혀있다는자각을하는순간부터시인은탈출을꿈꾸지만,현실적으로쉽지않음을깨닫는다.이러한심리상태는불결하고부조리한“이풍진세상이싫어져”아무도없는데가서홀로지내고싶은마음(「절해고도1」)과“사람들속에서사람이하도그리워/사람을찾아가는”마음(「절해고도2」)의이중적심리상태로드러난다.이모순되고중첩된심리상태는외적현실의내적극복이라는방향으로해결점을찾아나아간다.
온건하고평화로워보이는이태수시가이처럼치열한내면적혼돈의과정을거친결과물이다.그의시에나타나는내적성찰과자아탐구의언어는모두절대적고독감에서발원한다.이점이이태수시의심리적원형이다.그의시는온유하고평온한심성을표현하는듯이보이지만,그러한심경에도달하기전의심리상태는고통스러운시련과고뇌의시간을거쳤다.
시「그루잠의꿈」에서보이는탈출에의욕망은갇힌세계에서열린세계로,억압에서자유로,갈등에서평화로전환하는동력이된다.그탈출에의욕망과자유에의의지가지향하는길은이태수시의궁극적가치관에연결된다.

마음비운자리에꽃한송이핀다

저생명의절정인꽃,

비워서차오르는저절정의찰나를

처음이듯,마지막이듯

깊이,더깊이끌어당겨그러안는다

이찰나가영원이듯,

영원이바로이찰나이듯,피어나는

절정의꽃한송이

마음내려놓은자리에그꽃이핀다

─「꽃한송이」전문

이시의철학적차원은찰나와영원을아우르는시간성을지녔다.이시에서는비움과갖춤을함께지닌영성적정신의깊이가느껴지고아름다움을관조하는미학적관찰의섬세함이느껴진다.시인이바라보는꽃한송이는생명의절정이면서그절정의찰나를영원으로승화시키는절대적아름다움의환희가있다.그꽃의진정한아름다움은탐욕과이기심과물신주의에물든어지러운속세의감정으로는제대로감상하고음미할수가없다.
“비워서차오르는”꽃,“이찰나가영원이듯/영원이바로이찰나이듯”피어나는절정의꽃한송이에대한찬탄과경외의언어는이시에종교적이며영성적인색채를더한다.찰나에영원이담겨있고영원이찰나에스며있는상태,비움으로꽃피워진그득한충만의상태.생명의절정이면서아름다움의절정인상태가이시「꽃한송이」다.“꽃한송이”에서영원을발견하고,비움에서충만을발견하고,절정에서평화를발견하는시인의모습또한꽃처럼환하고맑고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