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외톨이들을 얕잡아 보지 마십시오.”
탈출이 불가능한 변비 행성 ‘크루소’에서
베일에 싸인 인물 ‘시드니’의 거대한 음모를 추적하는
함선 ‘제저벨’ 사람들의 기기묘묘한 네 편의 이야기
탈출이 불가능한 변비 행성 ‘크루소’에서
베일에 싸인 인물 ‘시드니’의 거대한 음모를 추적하는
함선 ‘제저벨’ 사람들의 기기묘묘한 네 편의 이야기
단테의 지옥문에 이렇게 새겨져 있다지 않나. “이곳에 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생각엔 이게 오히려 친절한 안내문처럼 들린다고.
그러니 너희들도 희망을 버려.
-P. 57
읻다 출판사의 포션 시리즈 5권. 한국 SF의 기수 듀나의 연작소설집 《제저벨》이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소설과 영화 비평을 넘나들며 한국 장르 문학의 마중물이 된 작가 듀나가 선보이는 낯선 모험기, 그 첫 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방대한 레퍼런스와 정밀한 설계로 엉켜 있는 미래의 시공간에 불시착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개정2판의 출간을 기념해 책의 끝에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선장’과 ‘제저벨’의 운명적인 첫 만남의 순간이 추가되었다.
이 책은 ‘링커 우주’가 도래한 먼 미래, 함선 ‘제저벨’의 선의인 ‘플래그’가 ‘크루소 알파b’ 행성에 ‘아자니’가 떨어트리고 간 ‘빨판상어’에 탄 사람들을 배 위로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올리비에’를 통해야 하지만 대부분 기약 없는 묵상에 들어가 있다. 불시착하는 이들은 많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곳. 링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후손을 남길 수도 없는 곳. 유형지 행성 혹은 변비 행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고립된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 여행자들 앞에는 이제 어떤 항로가 펼쳐질까. ‘플래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신참들에게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넨다.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 인사는 늘 이렇게 시작돼.
링커 우주는 여행자들에게 온갖 종류의 모험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만큼이나 노골적인 허풍을 허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아무리 우주가 넓고 다채롭다고 해도 어떻게 한 사람이 그처럼 많은 일들을 겪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의사 선생의 이야기에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았고 적극적으로 의심하지도 않았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 이상일 필요는 없었다.
-P. 61
《제저벨》을 먼저 읽은 독자들이 증언하듯 “이 책은 종종 불친절하다는 말을 듣는다”. 느닷없이 크루소에 떨어진 우주 여행자들이 마주하게 된 현실처럼 《제저벨》에는 친절한 안내자나 지침서가 없다. 누군가 듀나의 첫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면, 어쩌면 소설을 모두 읽고도 처음 떠올렸던 질문을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링커’란 무엇인가.
링커(linker)는 듀나의 단편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자신과 숙주와 새로운 환경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수억 종의 바이러스들의 집합이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자니’, ‘올리비에’, ‘쿠퍼’ 등도 행성에 침투하여 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기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을 통제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링커들의 세계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링커 바이러스의 간섭으로 변형된 유전자를 갖게 된 사람들은 ‘인류’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모두 다른 가치관과 생김새를 지닌 ‘다른 종’으로 개조된다. 《제저벨》은 링커 바이러스가 우주 전역으로 퍼진 먼 미래, 바이러스에 의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새로이 통합된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숨겨놓은 문화적 레퍼런스와 우주적 디테일들로 가득하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응답하듯, 제저벨은 거대 함선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고(〈로즈 셀라비〉),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쟁놀이’가 삶이고 역사이고 우주인 대륙으로 향하거나(〈시드니〉), 잠을 잃어버린 섬의 비밀을 밝혀내는(〈레벤튼〉) 이야기를 개척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각 모험의 끝에는 늘 ‘시드니’의 흔적이 묻어 있는데. 보이지 않는 조타수처럼 이 배를 이끄는 ‘시드니’는 과연 누구이며, 그의 음모는 과연 무엇일까.
망망한 은하를 방황하는
준비되지 않은 우주 여행자들
눈물 많은 곰돌이 ‘선장’, 대형 육식동물 같은 ‘항해사 아가씨’, 녹은 유리를 뒤집어쓴 갈색 악마처럼 생긴 ‘엔지니어’와 월리 월러스의 복제판 같은 ‘요리사 아줌마’ 그리고 〈스윙 타임〉의 흑백 필름에서 막 오려낸 것 같은 선의 ‘플래그’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파트너의 모습을 한 ‘42호’까지. 출신도 과거도 묘연하지만 한 배에 올라탄 사람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서, 광활한 우주에 엉켜 있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과거의 흔적을 되짚으며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계속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듀나의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 《제저벨》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희망을 버려.
-P. 57
읻다 출판사의 포션 시리즈 5권. 한국 SF의 기수 듀나의 연작소설집 《제저벨》이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소설과 영화 비평을 넘나들며 한국 장르 문학의 마중물이 된 작가 듀나가 선보이는 낯선 모험기, 그 첫 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방대한 레퍼런스와 정밀한 설계로 엉켜 있는 미래의 시공간에 불시착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개정2판의 출간을 기념해 책의 끝에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선장’과 ‘제저벨’의 운명적인 첫 만남의 순간이 추가되었다.
이 책은 ‘링커 우주’가 도래한 먼 미래, 함선 ‘제저벨’의 선의인 ‘플래그’가 ‘크루소 알파b’ 행성에 ‘아자니’가 떨어트리고 간 ‘빨판상어’에 탄 사람들을 배 위로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른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올리비에’를 통해야 하지만 대부분 기약 없는 묵상에 들어가 있다. 불시착하는 이들은 많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곳. 링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후손을 남길 수도 없는 곳. 유형지 행성 혹은 변비 행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고립된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 여행자들 앞에는 이제 어떤 항로가 펼쳐질까. ‘플래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신참들에게 익숙한 듯 인사를 건넨다.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 인사는 늘 이렇게 시작돼.
링커 우주는 여행자들에게 온갖 종류의 모험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만큼이나 노골적인 허풍을 허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아무리 우주가 넓고 다채롭다고 해도 어떻게 한 사람이 그처럼 많은 일들을 겪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의사 선생의 이야기에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았고 적극적으로 의심하지도 않았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 이상일 필요는 없었다.
-P. 61
《제저벨》을 먼저 읽은 독자들이 증언하듯 “이 책은 종종 불친절하다는 말을 듣는다”. 느닷없이 크루소에 떨어진 우주 여행자들이 마주하게 된 현실처럼 《제저벨》에는 친절한 안내자나 지침서가 없다. 누군가 듀나의 첫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면, 어쩌면 소설을 모두 읽고도 처음 떠올렸던 질문을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링커’란 무엇인가.
링커(linker)는 듀나의 단편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자신과 숙주와 새로운 환경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수억 종의 바이러스들의 집합이다.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자니’, ‘올리비에’, ‘쿠퍼’ 등도 행성에 침투하여 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기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을 통제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링커들의 세계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링커 바이러스의 간섭으로 변형된 유전자를 갖게 된 사람들은 ‘인류’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모두 다른 가치관과 생김새를 지닌 ‘다른 종’으로 개조된다. 《제저벨》은 링커 바이러스가 우주 전역으로 퍼진 먼 미래, 바이러스에 의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새로이 통합된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이야기 속에는 작가가 숨겨놓은 문화적 레퍼런스와 우주적 디테일들로 가득하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응답하듯, 제저벨은 거대 함선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고(〈로즈 셀라비〉),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쟁놀이’가 삶이고 역사이고 우주인 대륙으로 향하거나(〈시드니〉), 잠을 잃어버린 섬의 비밀을 밝혀내는(〈레벤튼〉) 이야기를 개척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각 모험의 끝에는 늘 ‘시드니’의 흔적이 묻어 있는데. 보이지 않는 조타수처럼 이 배를 이끄는 ‘시드니’는 과연 누구이며, 그의 음모는 과연 무엇일까.
망망한 은하를 방황하는
준비되지 않은 우주 여행자들
눈물 많은 곰돌이 ‘선장’, 대형 육식동물 같은 ‘항해사 아가씨’, 녹은 유리를 뒤집어쓴 갈색 악마처럼 생긴 ‘엔지니어’와 월리 월러스의 복제판 같은 ‘요리사 아줌마’ 그리고 〈스윙 타임〉의 흑백 필름에서 막 오려낸 것 같은 선의 ‘플래그’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파트너의 모습을 한 ‘42호’까지. 출신도 과거도 묘연하지만 한 배에 올라탄 사람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서, 광활한 우주에 엉켜 있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과거의 흔적을 되짚으며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계속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듀나의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 《제저벨》이다.
제저벨 : 듀나 연작소설집 - 포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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