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반 - 읻다 시인선 15

생의 절반 - 읻다 시인선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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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프리드리히횔덜린

저자:프리드리히횔덜린(FriedrichHolderlin)

1770년3월20일독일서남부의작은마을라우펜에서태어났다.일찍이친아버지와의붓아버지를모두잃은그는홀어머니의결정에따라성직자가되는교육과정을밟았다.그러나튀빙겐신학교를마치고목사자격시험까지통과했지만횔덜린은성직자의길을거부하고시인의길을걸었다.시쓰기등창작에열중하는한편생계와성

직회피를위해그는1794년발터스하우젠의칼프가를시작으로프랑크푸르트의공타르가를거쳐1802년프랑스남부보르도의마이어가에이르기까지독일과스위스의여러곳을전전하며가정교사로일했다.1802년봄보르도를떠나귀향한횔덜린은정신착란의징후를보였다.1806년튀빙겐의아우텐리트병원에강제로입원되었고,1807년5월“기껏해야3년을더살수있을것”이라는진단과함께퇴원하여성구제작자치머의보호에맡겨져튀빙겐네카강변의반구형옥탑방─오늘날소위‘횔덜린투름’─에서정신착란자로36년을살다가1843년6월7일73세의일기로세상을떠났다.

괴테,실러와동시대인으로서이들의그늘에가려생전수수한문명으로만족해야했던횔덜린은20세기초헬링라트,니체,릴케등에의해독일현대시의때이른선구자로재평가받아부활하기에이르렀다.「반평생」,「빵과포주」,「평화의축제」등많은서정시와서정적소설『휘페리온』,미완성의비극『엠페도클레스의죽음』,그리스문학번역사에기념비적업적으로평가되는소포클레스의비극『오이디푸스왕』과『안티고네』,핀다르의송가등의독일어번역을남겼다.「판단과존재」,「비극적인것에관하여」등철학과문학에대한여러편의에세이와모든창작활동과사유의진원인현실체험과이에대한시인의고뇌와환희를가장생생하게증언하는300여통의편지가전해진다.



역자:박술

유년을독일에서보내고뮌헨대학교에서철학과문학을공부했다.육군사관학교철학과조교수로근무했으며,힐데스하임대학교철학과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2012년《시와반시》신인상을수상했다.옮긴책으로비트겐슈타인의《전쟁일기》,니체의《비극의탄생》(공역),노발리스의《밤의찬가/철학파편집》,트라클의《몽상과착란》이있다.

목차


1부·완결작
2부·찬가
3부·파편
―1장·찬가파편들
―2장·핀다로스파편들
―3장·시학-철학적파편들
4부·메아리


옮긴이해제·횔덜린의작품,그리고절반의생들

출판사 서평

잠을모르는말로,가득채워진잔으로
한밤에찾아드는성스러운기억

“나는매일사라진신성을재차소리쳐불러야만합니다.”
-《횔덜린서한집》중에서

횔덜린이청년기를보낸18세기말은독일의근대를이끈시대정신인계몽과비판이내적갈등에직면해다채로운모순과혼돈을낳던시기였다.근대과학의기계론적방법과근대철학의비판적요구는무신론과아나키즘으로이어지면서도덕과종교,국가의기반을훼손하는것처럼보였으며,자기자신에대한비판을맞닥뜨린이성은회의주의와교조주의라는딜레마앞에서당혹감에빠졌다.이성에대한믿음이위기에처하게되자예술의형이상학적의의를앞세우는낭만주의가태동하기시작했다.신학과철학을공부하던젊은횔덜린역시근대철학이낳은주체와대상,이성과계시사이의심연을넘어설필요를느꼈으며,종교적세계관이쇠락해가는가운데예술을통해인간과세계,인간성과신성사이의근원적분열을극복하여절대적합일에이르고자했다.그는신들이떠나버린세계에서신과인간을다시연결하는예언자의책무를시인에게부여하며,그가노래하는강렬한신인합일의순간은독일초기낭만주의의정신을대표적으로예시한다.

1부는젊은횔덜린이괴테와실러의영향아래서고전주의시의정형적인리듬과구조를익히던시기의작품을묶었다.대표작인비가「빵과포도주」는밤과도취라는현상을매개로하여그리스신화의세계와그리스도교의세계를아우르는역사철학적구상을시도한다.태고적에신들의세계는인간의세계와분리되지않았으나,근대에이르러인간이신을담는능력을상실하게되면서신들은인간의세상에서탈주하고말았다.이처럼황량한현재속에서신과인간이하나였던오랜과거를기억하는마지막존재,신을다시담을수있는예외적존재는곧시인이다.이시에서횔덜린은시인에게찾아드는강렬한영감과도취의순간을포착하며,세상이모두잠든밤의시간에피어오르는강력하고원초적인합일의힘을그려낸다.

아폴론의내려침,그리고부서지는계시의언어

“우리는하나의문자,해석도없고
고통도없어,그동안
낯선땅에서거의말을잃었네.”
-「므네모쉬네」중에서

1802년프랑스에서알프스를넘어고향으로돌아오는수천킬로미터의여행중에횔덜린은알수없는이유로최초의착란을경험하며,그는이사건에대해“아폴론신이나를내리쳤다”라고표현한다.그러나광증이후에도그의작시능력은사라지기는커녕오히려변화와발전을보인다.《생의절반》2부이후는이광증이발생한뒤에쓰인글을담고있다.19세기까지도횔덜린의시는정신질환을이유로무가치한것이라폄하되었으나,20세기초에작품이재평가되면서광기는그가얻은계시력의대가로읽히기시작했다.이를테면하늘과대지의경계에선전달자라는시인의운명을노래한「마치축일을맞이하여…」와같은시는여행중의체험을보여주는듯하다.이작품에따르면시인의과제는천상의번개,즉“아버지가내리는빛의줄기”를포착하고그빛을노래안에감추어인간에게“천상의은총을넘겨주는일”이다.그러나이는신을보려는열망으로인해벼락을맞은세멜레의신화가암시하듯위험천만한일이다.시는진리를누설한대가로찾아올파멸에대한어두운예감으로끝나며,완결되지못한파편으로남게된다.

비탄없는완전함을찾아서
고대의시편과당대의철학을잇는시적여정

“[횔덜린의번역에서]언어의조화는너무도심원하여,의미는마치에올리언하프가바람에스치듯언어에스칠뿐이다.”
-발터벤야민,「번역자의과제」

《생의절반》3부에는고전번역및철학적에세이또한수록했다.횔덜린은생전소포클레스와핀다로스등그리스고전을독일어로번역하면서이를문학적영감의원천으로삼았고,발터벤야민은그의번역을문학번역의이상적전범으로삼은바있다.그런데횔덜린은핀다로스의찬가파편을옮기면서번역문에산문을덧붙여번역과창작을조합한독특한장르를만들어내기도했다.이들글은그리스신화의세계를흐릿한배경으로삼으며번역이새로운사유로이어질가능성을실험한다.또한횔덜린은대학시절의동학인헤겔,셸링이독일관념론의대표사상가로성장하는데토양을제공한철학자이기도했다.3부에실린횔덜린의철학적파편은칸트이후의관념론이천착한주체와객체의분열과합일문제를논하며이사실을예증해보인다.

탑속에유폐된채흘려보낸‘생의절반’

‘아폴론의내려침’을겪은지몇년뒤광증이회복할수없는지경에이르자횔덜린은6평남짓한작은탑에갇혀지내게되었고,그안에서36년을살다가세상을떠났다.탑속에서도수없이많은시편을남겼으나당시에는정신질환자의글로만인식되었기에대부분폐기되었다.그러나우연히살아남은48편이글이오늘날까지전해지며,4부는이가운데일부를엮었다.이시기횔덜린은대상을붙드는법을잊은채신화적세계속에서심상들사이의오솔길을자유롭게오고간다.나아가자신의이름조차거부하며‘스카르다넬리’라는수수께끼같은이름과백여년을넘나드는날짜로서명을남긴다.이들시는1인칭과2인칭,과거시제와미래시제없이오직3인칭현재시제로만쓰였으며,그안에는특정인물도,어떤신도등장하지않는다.이파편들은주체도대상도,이름도,시간의선형적흐름도없는영원속에서오직다시돌아오는계절만을바라본다.